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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6월 8일 모내기를 했습니다. 모내기를 하는 날 쌀값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쌀값 안정을 위해 북한에 쌀을 보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 이명박 정부는 쌀을 보내지 않았고, 쌀값은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쌀막걸리도 좋지만 북한 쌀을 보내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지난 6월 8일 이앙기로 모내기를 했습니다.
 지난 6월 8일 이앙기로 모내기를 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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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했으니 벼베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13일 나락(벼)을 베기 위해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바쁜일 생기는 바람에 형님과 동생만 나락을 벨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15일)은 이틀 동안 말린 나락을 포대 자루에 담기 위해 반드시 와야 한다는 어머니 말씀을 어길 수 없었습니다.

들녁을 보니 가을걷이를 많이 했습니다. 옛날에는 볏짚을 소 먹이로 많이 썼다가 배합사료를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배합사료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자 요즘 들어 다시 볏짚을 먹이고 있습니다. 곳곳에 볏짚을 세워 말리는 이유입니다.

소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볏짚을 말리고 있습니다.
 소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볏짚을 말리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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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은 이틀 정도 말리면 포대 자루에 담아야 합니다. 쌀을 너무 많이 말리면 밥맛이 떨어집니다. 이틀 동안 갑자기 하늘에서 비도 내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스럽게 우리 동네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락이 비를 한 번 맞으면 밥맛이 엄청 떨어집니다. 어머니가 나락을 담겠다고 나섰습니다. 제발 하지 말라고 부탁해도 듣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 말린 벼를 포대에 담으려는 어머니
 다 말린 벼를 포대에 담으려는 어머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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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저씨가 나락 담기 품앗이하기 위해 왔습니다. 동생이 아저씨 나락을 트럭에 싣고 미곡처리장에서 가지고 갔기 때문입니다. 아저씨는 운전을 하지 못하니 동생이 아저씨 나락을 미곡처리장에 싣고 가고, 동생이 없는 우리 집은 손이 부족하니 아저씨가 도와주고 아직도 시골은 품앗이가 남아있습니다.

농부가 나락 농사를 짓는데 흘리는 땀방울은 나락 낟알 만큼 됩니다. 나락 낟알을 셀 수 없는 것처럼 농부들이 흘린 땀방울을 계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나락 낟알 한 알이 얼마나 귀한 알아야 합니다.

벼 낟알 수 많큼 농부들이 흘린 땀방울도 많습니다.
 벼 낟알 수 많큼 농부들이 흘린 땀방울도 많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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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올해 농사를 잘 지었다면서요."
"잘 짓기는 무슨. 그냥 그려."

"내가 보기에도 정말 잘 지었던데요."
"잘 지어면 무엇하나 쌀값이 없는데."
"쌀값 때문에 큰 일이예요."

"설날되면 좀 오르겠지."
"아저씨는 마음도 넉넉해요. 북한에 좀 보내면 쌀값이 오른다고 하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이 바란다고 들어주나."


그렇습니다. 농부들이 아무리 힘을 써도 쌀값은 오르지 않습니다.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 농산물일 것입니다. 왜 농산물은 생산자가 결정하지 못할까요? 아주머니 한 분이 당그래로 나락을 저어주고 있습니다. 옛날에 당그래로 나락을 많이 저었습니다. '당그래'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모릅니다. 이런 이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벼를 당그래로 저어주고 있습니다. 당그래로 저어주면 햇볕을 잘 받습니다. 바람도 잘 통합니다.
 벼를 당그래로 저어주고 있습니다. 당그래로 저어주면 햇볕을 잘 받습니다. 바람도 잘 통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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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기계로 말리는데 햇볕에 말리고, 당그래로 저어주면 기계에 말린 것보다 훨씬 밥맛이 좋아요."
"그것을 말이라고 해. 기계로 말리는 것과 햇볕에 말리고, 당그래로 저어주는 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어."

"맞습니다. 저기 쥐가 있어요."
"아침에 쥐가 나락을 한 입 넣고 도망가는 것을 봤다니까."
"쥐는 그래도 나락만 입에 넣고 가니 낫다. 이놈의 까치는 나락에 똥을 싼다."
"까치가 이제는 골치덩어리예요."
"까치 좀 없어면 좋겠다."


조카가 나락을 담은 포대 자루를 보면서 몇개인지 세고 있습니다. 자기가 먹을 한 해 양식이 눈 앞에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조카가 벼 포대자루를 세고 있습니다.
 조카가 벼 포대자루를 세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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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아 몇 자루야."
"마흔여덟 자루예요."
"우리 예경이 이제 밥 굷지 않겠다."


조카는 싱글벙글입니다. 도시 아이들은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없지요. 나락 베는 모습, 나락 말리고, 당그래로 나락을 저어주 자기가 먹을 양식 포대 자루를 세는 재미를 도시 아이들은 느낄 수 있을까요.

두 시간 정도 힘을 모으니 나락을 다 담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열다섯 포대를 더 담았습니다. 다 담은 나락을 쌓았습니다. 쌓아 놓고 보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쌀값을 떨어졌지만 6월 8일 모내기를 하고,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 나락을 베고, 말린 후 창고에 넣고 보니 억만 장자 부럽지 않습니다.

한 해 먹을 나락입니다. 배가 부릅니다.
 한 해 먹을 나락입니다. 배가 부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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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와 누나 둘, 우리 집 이렇게 네 가정과 이웃집 할머니, 저 멀리있는 장애인들이 함께 먹을 나락입니다. 나락 낟알 만큼 흘린 농부들 땅방울이 귀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 땀방울 함께 나누는 넉넉한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태그:#나락, #당그래, #땀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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