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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들을 멘토로 생각한다. 관직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늘 나라걱정을 하고, 위기가 닥치면 제일 먼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쳤던 분들. 이게 바로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간의 경험으로 위기에 닥친 나라를 구해내는 데 일조하겠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건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

 

박원순(53)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말이다. 2000년 낙선운동 이후 유력 대선후보군에까지 올랐지만 늘 현실정치 참여는 고사해왔던 그가 2010 지방선거에선 뭔가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하고 나섰다.

 

'선수'로 직접 뛸지, 선수를 골라내는 '판관' 노릇을 하게 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종전에 해오던 나눔 운동과 싱크탱크운동에만 전념하면서 살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근 10년만에, 국민과 함께 했던 '낙선운동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된다는 예고편과 같다. 당시 전반부 417개 시민단체로 시작한 낙선운동은 후반부에 무려 100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참여했고, 이들이 낙선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부패정치인에 대해 낙선후보 스티커를 붙일 때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들이 낙선 대상자로 지목한 86명 중 59명은 떨어졌다. 대법원이 당시 낙선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했지만 불복종 운동은 2004년까지 지속됐다.

 

작금의 정치구도에서 여야 막론하고 정당정치에 실망하고 이명박정부에 분노하는 무당파 40%의 국민들에게는 이들의 시도가 우리 정치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20명의 시민사회 인사가 주축이 되어, 시민운동의 '신 정치운동'을 벌이려고 준비 중인 조직 '희망과 대안'이 출범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후원과 회원가입을 묻는 일반시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

 

박원순의 정치운동 참여는 국정원 탓?

 

박원순 이사는 15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대체 나를 조용히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기업과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하는 거버넌스 운동으로 우리 사회에 일조하려던 나를 왜 이렇게 끌어내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한탄했다.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가 힘을 합쳐 만들어가는 거버넌스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인데 그 역할을 못하도록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는 게다. 선진사회일수록 정부관료의 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고, 여기에 기업과 시민사회 역량이 함께했을 때 보다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데 국정원이 이를 훼방 놓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뜨렸다.

 

박 이사는 "한국사회가 도저히 이런 상황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려 가꾼 제도와 시스템, 사회적 수준이 하루아침에 이런 식으로 되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새로운 정치운동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개인적으로 피해자"라고 못박았지만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에 억하심정을 갖고 정부만 비난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못지않게 민주당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마치 야당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어 박 이사는 "정당이 지방정치인을 공천해놓고 청탁하거나 압력 행사하는 통로 역할로만 썼기 때문에 지방정치 발전이 제대로 안 됐다"며 "바닥 활동가 출신 오바마가 중앙정치 무대에 서는 것처럼 풀뿌리 자치가 국정에도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한 정치현실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다"

 

9년 전 전국의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던 낙선운동은 극악한 정치환경에서 벌어졌던 일이고, 이번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동상품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다.

 

그는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 것"이라며 "정당과의 협력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충분한 재정과 기술은 없지만 '웹 2.0시대'에 걸맞은 운동방식을 개발할 것이며 시민의 지혜와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박 이사는 "엉뚱하게 시민사회나 때려잡는 정권으로는 희망이 없다"면서 "엄중한 정치현실을 손 놓고 있기 힘들어 '희망과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직업정치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희망과 대안'은 오는 1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5인의 공동운영위원장과 20여 명의 집행위원, 실무급들도 꾸리고 본격적으로 지방선거에 대비한 시민정치운동을 펼 방침이다.


태그:#희망과 대안, #박원순, #시민정치운동, #거버넌스, #풀뿌리 시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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