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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고양이가 주는 피해중에 가장 큰 것은 배설물로 인한 위생 문제이다.
도둑고양이가 주는 피해중에 가장 큰 것은 배설물로 인한 위생 문제이다. ⓒ 윤태

지난 여름부터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름 아닌 도둑고양이 녀석들입니다.

밤에는 소름끼치는 소리로 잠못들게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갈기갈기 찢어 여름내 썩은 음식물 냄새를 선사하는 녀석들이지요. 그것도 주차장 입구 쪽에 있는 음식물 봉투를 찢어놓으니 거기서 나온 음식물을 차가 드나들면서 밟아버리는 등 고심이 컸습니다.

울음소리와 쓰레기봉투 후벼 파기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녀석들의 똥이었습니다. 녀석들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것인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같은 장소에 똥을 한 무더기씩 싸 놓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나가보면 굵직한 똥이 한 무더기 놓여있는 겁니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쇠파리 녀석들의 무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골목, 현관 입구에 매일 이런 똥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쇠파리 녀석들의 무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골목, 현관 입구에 매일 이런 똥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 윤태

처음에는 돌아다니는 개가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빌라에서 다른 세대가 키우는 개는 자그만 애완견이고 바깥 출입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뒤룩뒤룩 살찐 도둑고양이가 굵직한 똥을 싸 놓는 것이었습니다.

현관이면서 동시에 주차장 입구에 똥을 싸 놓으니 늘 파리가 꼬였습니다. 우리 집에도 꼬마가 둘이나 있지만 우리 빌라에는 신생아 비롯해 아가들이 많습니다. 옆집, 앞집에도 아가들이 많아 낮 시간에 그 주차장이면서 골목인 집 앞에서 나와서 놉니다.

그런데 고양이 똥에 파리들이 꼬여서 위생상 무척 안 좋은 겁니다. 꼬마들은 수시로 바닥에 넘어지고 손가락 빨고 노는데 똥에 붙어 있던 파리들이 주변을 점거하고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여름에 차 문을 조금 열어놓으면 차로 들어가고 아침에 청소할 때 집 방충망 열면 집 안으로 들어오고...차가 드나들면서 차 바퀴에 똥이 깔리거나 똥 파편이 발에 묻어 집안이나 차로 옮겨지는 그런 상황이니 상당히 불편했지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속 끓이다가 구청에 신고하면 도둑고양이를 포획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몇 군데 통화 끝에 유기견을 담당하는 곳과 이야기가 됐습니다. 이러저러한 애로사항이 많으니 도둑고양이를 포획해달라고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는건 이제 애교로 봐줄만 하다. 그러나 배설물은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는건 이제 애교로 봐줄만 하다. 그러나 배설물은 아니다. ⓒ 윤태

다음 날 담당자가 와서 고양이 덫을 놓기 시작하는데 참으로 어려운 일이더군요. 덫을 놓는 일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를 두고 담당자는 무척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마땅히 덫을 놓을 장소가 없다는 겁니다.

이곳은 차가 건드릴 것 같아 안 되고 저곳은 너무 잘 보여 사람들이 혹시 덫을 들고가지는 않을까? 혹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덫에 걸린 고양이를 놓아주는 일까지 있다고 말하면서 덫 놓을 자리가 여전히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도둑고양이 포획하는 일이 주로 밤새 덫을 놓아두는 것이기 때문에 일을 하다보면 덫이 망가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분실될 수도 있는 일이고 그것은 시에서 지원하고 해결해야할 일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덫이 얼마나 비싼지, 그것을 손으로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아느냐며 담당자가 오히려 화를 내더군요. 시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아저씨 혼자서 이 일을 하고 있고 애로사항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치킨을 무는 순간 고양이는 덫에 걸리고 만다.
치킨을 무는 순간 고양이는 덫에 걸리고 만다. ⓒ 윤태

여하튼 어렵게 덫 두개를 설치했지만 다음날까지 녀석들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또 덫을 놔달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결국 녀석들의 똥 싸기 횡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엔 날씨가 선선해 파리가 그래도 덜 꼬이는 편입니다.

그런데 아저씨 이야기 들어보니 잡은 고양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놔주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짙은 사람들이지요. 잡힌 고양이들이 비록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녀석들일지라도 그 부분보다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지요.

저도 물론 동물을 좋아하지만 도둑고양이가 공공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알면서도 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풀어놓는 행위에 대해선 반대합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개인과 공공의 문제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개인의 취향 때문에 공공이 피해를 볼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사람에게 버림받아 도둑고양이가 되는 일은 안타깝지만 사람들에게 공공의 적이 돼 피해를 주는 것은 포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버림받아 도둑고양이가 되는 일은 안타깝지만 사람들에게 공공의 적이 돼 피해를 주는 것은 포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같이 올립니다.



#도둑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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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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