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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지난 7월 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100만 해고대란설'을 유포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민간기업들은 법 시행 전 미리 대책을 세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무기계약직 전환을 한 반면, 공공기관에서는 해고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KBS 노조는 이미 비정규직의 고통분담 의지를 밝혔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비정규직 전원을 구제해야 한다"며 "노조는 이미 이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고통분담 의지를 사측에 전달했다"(최재훈 KBS 노조 부위원장, 6월 22일 기자회견). 그럼에도 '공영방송' KBS 역시 '100만 해고설' 통계에 한몫한다.

 

 

KBS 경영개혁단은 420명의 사내 연봉계약직 중 단 7명만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200여 명을 계약해지, 자회사로 이관하는 등 사실상 해고했다(6월 24일 이사회 보고안). 비정규직보호법 적용제외대상인 32명을 제외한 208명 중 불과 7명(3.37%)만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인력감축을 통해 기대하는 비용절감효과는 연간 16억원이다. KBS의 인건비는 연간 3857억여원(2007년 기준)이며, 총지출액은 1조 3580억이다. 인건비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불과 0.41%를 줄이기 위해 390여명의 비정규직을 사실상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인건비 절감효과가 없음은 경영개혁단 역시 알고 있는 듯하다. 홍미라 전국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장의 말이다.

 

"경영개혁단도 솔직하게 말한다. '경영효율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면 '실제로 도움 안 되지만 (자회사나 도급업체 등) 외부용역비로 들어가면 인건비로 책정되지 않아 방만 경영을 회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9월 25일, PD 저널)"

 

비정규직 정리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를 부풀린 KBS

 

그런데 KBS가 지난 6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순차적 정리방안의 근거로 제시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건비용 산정이 1인당 평균 1천여만원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KBS 계약직지부가 KBS 연봉계약직 사원(이하 '계약직 사원') 1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8월 19일~10월 7일) 결과, 무기계약 전환 시 희망하는 연봉수준은 평균 2889만원으로 사측이 추산했던 무기계약 전환 시 1인당 평균 연봉 3800만원과 약 1천만원 차이를 보였다.

 

이병순 KBS 사장의 위증 또는 업무파악 미숙 역시 드러났다. 이 사장은 지난 9월 23일 국회 문방위 결산 심의 당시 KBS 연봉계약직 사원들의 평균연봉은 2400만~2500만원이라고 했다. 또한 이병순 KBS 사장은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평균연봉 2234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 연봉계약직 사원의 평균연봉은 약 2096만원이었다. 당시 회의록을 보자.

 

"김부겸 위원(이하 '김') : 이번에 자회사로 보냈거나 혹은 계약을 해지했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던 이 420명의 연봉계약직의 평균 임금은 얼마로 되어 있습니까?"

"한국방송공사사장 이병순(이하 '이') : 한 2400∼2500만 원이 수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6월 KBS는 422명의 계약직 사원 중 390여명을 사실상 해고했다. 그런데 이병순 KBS 사장은 비정규직 정리방안의 가장 기초가 되는 데이터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사장의 명백한 위증 또는 업무파악 미숙이 새삼 확인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KBS 정규직들의 평균 연봉은 얼마일까?

 

"김 : 작년 2008년도에 KBS 정규 직원들의 연봉 평균이 얼마지요?"

"이 : 한 7300∼7400만 원 정도로 제가 보고 받아 왔습니다."

 

KBS의 인건비 문제는 역피라미드꼴 인력구조 때문

 

공동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한 전병헌 의원은 "KBS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란 홍보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고용안정을 위한 당사자들과의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자기 입맛대로 통계를 작성해 비정규직 해고를 단행했다"며 "이 사장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가족처럼 일했던 수백 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KBS의 인건비 문제는 KBS의 직급별 인원현황을 보면 그 원인이 적실히 드러난다. 총 5201명 중 3209명(61.7%)이 상위직급인 1직급과 2직급인데 반해, 4직급~7직급은 1600명(30.7%)에 불과한 역 피라미드꼴의 기형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정원은 5201명으로 동일한 데 반해, 관리직급과 1직급, 2직급은 도리어 157명이 늘어났다.

 

"여러분들 방만한 운영이라든가 인력 문제는 그런 상위직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에요. 이 작은 연봉에 고생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을 하나라도 보호하려는 게 국가적 책무입니다. 그 사람들 이렇게 내려 보내 놓고 뭘 잘했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게 공영방송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지난 9월 23일 국회 문방위 KBS 결산승인안 심사 당시 조영택 의원(민주당)의 일갈이다. 그렇다. 이병순 사장 등 KBS 사측은 이제라도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리다.


태그:#KBS 비정규직, #전병헌, #김부겸, #장세환, #이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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