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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음란·폭력 간행물을 심의하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이하 간행물윤리위)가 이념서적에 대한 심의를 실시해놓고도 은폐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심의가 검찰과 경찰의 외압에 의한 것인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세환 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완산을)은 5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부(이하 문화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간행물윤리위의 내부 문서 1건을 공개했다.

 

이 문서는 장 의원측의 국정감사 자료요구에 대해 간행물윤리위가 어떤 자료들을 제출할 것인지를 간단히 요약 보고해놓은 수기식 간이 문서로, 위원회 실무자와 간부를 거쳐 양 위원장의 결재까지 받았다.

 

내용은 장 의원측에서 '지난 5년간 문화부가 간행물윤리위에 의뢰한 심의도서 목록'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2005년부터 2009년 8월까지 심의를 실시한 총 41409권의 목록을 제출하겠다는 것.

 

그런데 이 문서에는 2009년 항목에서 '※ 6·15 출판사 발행 이념도서 4종 4권 삭제'라고 기재됐다. 실제 심의를 실시했으나 이번 국정감사자료로 제출하는 목록에는 빼겠다는 의미다.

 

실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6·15출판사 책 4권은 빠졌다. 간행물윤리위가 국회 국정감사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 

 

장세환 의원에 따르면, 간행물윤리위는 지난 5월 4일 심의소위를 열어 해당 책 4권에 대해 '유보' 결정을 내렸고, 5월 14일에는 제1전문심의위를 열어 '부적절' 결정을 내렸다.

 

"검·경이 전화해 '심의여부' 문의" 했다가, "경찰만 전화" 번복

 

그런데 최근 수년간 이념서적을 심의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간행물윤리위가 갑작스레 6·15출판사의 책 4권에 대해 심의를 하게 된 것은 검찰의 외압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제의 6·15출판사 책들은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이적 표현물'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간부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판결하면서 문제의 책 4권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고 판시했다. 실천연대측은 항소한 상태다.

 

그런데 이 판결 뒤 검찰과 경찰이 간행물윤리위에 전화를 해 심의여부와 문제의 책 4권에 대해 심의를 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의원에 따르면, 25일 장 의원측에서 전화로 허위자료 제출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간행물윤리위의 담당자는 "문화부에서 심의하라는 압력은 없었고, 검찰과 경찰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간행물윤리위 심의지원부 국내간행물팀에 전화를 해 '이념도서를 간행물윤리위에서 심의하는지' '6·15출판사가 제작한 도서 4종 4권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이 도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문의했다. 경찰청에서도 6월 17일 심의지원부에 전화를 걸어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

 

이에 간행물윤리위측은 청소년보호법과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심의기준 등을 설명하고 최근 수년간 이념도서를 심의한 바가 없다는 사실을 경찰측에 확인시켜줬다는 것이 장 의원측에서 파악한 경위다.

 

그러나 간행물윤리위는 다시 검찰과의 통화 사실을 부인했다. 28일 장세환 의원에게 제출된 서면답변서에서 간행물윤리위는 "검찰과 전화했다는 이야기는 당황하여 한 말"이라며 "경찰청과는 통화한 바 있지만 검찰과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번복했다.

 

장세환 "갑자기 왜 이념도서 심의?" - 유인촌 "심의를 안했다"

 

장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전화가 사실이라면 명시적으로 심의를 요구하지 않아도 간행물윤리위에서는 사실상 심의요구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검찰 전화가 사실이 아니라면 최근 5년동안 심의를 하지 않았던 간행물윤리위가 갑자기 이념도서를 심의하게 됐는지 밝히라"고 유인촌 문화부장관에게 요구했다.

 

유 장관은 "이념도서는 간행물윤리위의 심의대상이 아니다"라며 "간행물윤리위는 (문제의 책 4권에 대해) 심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심의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간행물윤리위#장세환#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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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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