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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중요한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 소식은 어디에서도 알 수 없다가, 공청회가 열리기 나흘 전에 겨우 교과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아주 간단하게 띄웠습니다.
▲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가 9월 29일일 열렸습니다. 한 나라의 중요한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 소식은 어디에서도 알 수 없다가, 공청회가 열리기 나흘 전에 겨우 교과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아주 간단하게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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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아래부터 교과부)가 9월 29일(화) 2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 1차 시안'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공청회는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된 내용을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현장교사로서 '2009년 개정교육과정'을 걱정하는 글을 써 왔기 때문에 이번 공청회에서 발표하는 내용이 매우 궁금했습니다.

4교시 수업을 마치자마자 점심도 먹지 않은 채 승용차, 기차, 지하철을 갈아타고 부랴부랴 공청회 장소에 도착해 보니, 저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전경차였습니다. 그리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건 현수막과 대자보, 손자보, 그리고 초상집에서나 볼 수 있는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늦게 가서 보지 못했는데, 1시에 '2009 개정교육과정' 내용을 반대하는 단체들 기자회견이 있었고, 퍼포먼스도 있었다 합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공청회장소 입구에 늘어서 있는 전경버스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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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회장 입구까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서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지요?
▲ 입구까지 꽉 차있는 사람들 공천회장 입구까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서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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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교육과정 내용을 발표하는 공청회 장소로 보기에는 어수선하기도 하고 살벌한 모습이었습니다. 공청회 장소로 올라가자 이미 자리는 꽉 차 있었고, 의자 사이 계단과 길목에도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들어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자료집도 이미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지난 7월 24일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안)' 발표 자리에서도 자료집이 모자라 받지 못햇는데, 이번에도 자료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국가적 행사에 참여인원조차 예상 못해 자료집을 번번이 부족하게 마련하는 것은 주최측의 성의없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시에 시작해서 6시가 넘어서 끝난 공청회에서 오고간 얘기가 많습니다만,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간추려 써 볼까 합니다.

내용이 부실한 정책 수준의 '2009 개정 교육과정'

 지정 토론문을 발표하는 내내 객석에는 '권력의 시녀, 교과부 해체하라', '謹弔-미래형 교육과정', '미래형 교육과정 = 권력형 교육과정', '철폐! 미래없는 2009 교육과정' 손자보를 들고 있습니다.
▲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지정토론 모습 지정 토론문을 발표하는 내내 객석에는 '권력의 시녀, 교과부 해체하라', '謹弔-미래형 교육과정', '미래형 교육과정 = 권력형 교육과정', '철폐! 미래없는 2009 교육과정' 손자보를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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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참여한 사람들 반응이 전국 곳곳에서 귀한 시간을 내서 참여한 개정교육과정 공청회 내용치고는 '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토론 시간에도 어느 교수가 제기했지만, '교육과정'이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없다, 내용이 없는 것에 수많은 연구비와 귀한 시간을 보내야하는 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자들은 이전 교육과정에 문제가 아주 많아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이 모두 적용되기 전에 서둘러 '개정'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 날 답변을 보면 이전 교육과정과 달라진 것이 없는 '부분 개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정도의 내용은 '교육과정' 개정이 아니라, 정책 수준이라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분은 '교육과정 개정'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해마다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바로 '2010년 개정 교육과정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만 빼고 어디서든 잘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한다?

둘째, 내용이 없다는 이번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인재 육성 전략'에서 '글로벌 창의 인재 육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창의 인재 육성'에서 '글로벌 창의 인재 모습'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창의 인재 모습
 교양있는 사람 - 타인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상생을 추구
창의적인 사람 - 변화를 수용하고 미래를 개척하며 무한히 성장
세계적인 사람 -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역량을 충분히 발휘

* 자료 출처 :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자료집, 5쪽.

이 중에서 '세계적인 사람'이 이번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듯이 보입니다. '세계적인 사람'이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 것이 무척이나 인상깊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지구촌 어디에서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 학교 교육으로 이런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가요? 더군다나 세계는커녕 자신의 적성조차 알아볼 시간도 없이 오직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일류대학 들어가는 것이 목표인 우리나라 교육에서 말입니다.   

우리가 먼저 교육으로 키워낼 사람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가 아닌 지금 현재 내 발밑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내 발밑 하나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어떻게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연구자들은 내 발밑도 지구촌이라는 것을 잊고, 지구촌을 미국쯤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요?

경험으로 볼 때, 우리 아이들은 어느 지구촌에 데려다놓아도 곧바로 잘 적응하고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합니다. 그러나 가장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타고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은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나라, 바로 우리나라더군요. 연구자는 이런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셋째, 그 다음에 눈에 띄는 것이 일부 교과를 교과군으로 묶는 것, 집중 이수제, 교육과정 20% 자율편성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교과를 교과군으로 묶는 것을 언론들은 일제히 '교과목 축소, 배우고 싶은 것만 배운다'고 크게 왜곡 보도했습니다만, 실상을 보면 일부교과를 교과군으로 묶었다고 해서 교과가 축소되거나 배우고 싶은 것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공청회 장소에 가장 많이 참여했고 가장 반대 의견을 내세운 사람들이 기술·가정, 미술, 음악, 윤리전공 교수와 교사와 학생들인데, 그 이유는 교과군으로 묶여진 이 교과들이 우리나라 교육형편으로 볼 때, 또 그동안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에서 당한 설움으로 볼 때 결국 학교 교육에서 사라져갈 위기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교육개정안이냐, 교육犬판안이나!' 국영수 주지교과 위주 교육에 설움받고 있는 미술교과의 항변입니다.
▲ 미술교육과의 항변 '교육개정안이냐, 교육犬판안이나!' 국영수 주지교과 위주 교육에 설움받고 있는 미술교과의 항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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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가정, 행복한 세상이 국/영/수 만으로 되나요?'
역시 국영수 주지교과에 밀린 기술, 가정 교과의 항변입니다.
▲ 기술, 가정교과의 항변 '건강한 가정, 행복한 세상이 국/영/수 만으로 되나요?' 역시 국영수 주지교과에 밀린 기술, 가정 교과의 항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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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이수제' 역시 학교 현장과 학생들의 발달과정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고, '교육과정 20% 자율편성'은 결국 입시위주체제의 우리나라 교육에서 결국 학교 교육을 국·영·수 교과 위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중등교육에 관련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초등 현장교사로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큰 불만은 초등 내용이 없거나 함부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여 년 전 과거로 되돌아가는 초등 '2009 개정 교육과정'

이번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별다른게 없다'는 것도 중등의 경우, 또 초등학교 3~6학년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에는 엄청나게 많이 변해서 지각변동 수준입니다.

 초등학교 편제와 시간 배당(1,2학년)
국어 : 476(7)
사회/도덕 ⇒ 통합교과 A 204(3)
수학 : 272(4)
과학 : 136(2)
체육 : 136(2)
예술(음악/미술) ⇒ 통합교과 B : 272(4)
외국어(영어) : . (내용없음)
특활/ 재량활동 ⇒ 창의적 체험활동(진로, 봉사, 동아리, 기타활동) : 204(3)

* 주 : ⇒ 표시는 교과목이 바뀌는 것을 말하고, 숫자는 연간 34주 기준 2년 동안 이수할 수업시수이고, (  )안의 숫자는 필자가 주당시간을 환산해서 나타낸 것임.

* 자료 출처 :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자료집, 19쪽 

먼저, 교과목이 현재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에서 '과학'과 '체육'이 새로 생기고 '슬기로운 생활'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은, 국어와 수학 만을 제외한 모든 교과목과 내용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현재 초등교육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발달 특성으로 볼 때 통합교육의 의미가 매우 큽니다. 따라서 4차 교육과정부터 통합교육을 적용 발전시켜왔는데, 이번에 '과학'과 '체육' 교과의 독립으로 초등교육은 다시 20여 년 전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는 이번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자 속에 초등교육 전문가가 없거나 모르는 사람이 참여했다는 증거입니다. 

어느 자리에서 이번에 초등학교 1,2학년에 '과학'과 '체육'이 독립하게 된 배경이 특정 단체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어느 특정단체의 요구로 넣았다 뺐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이번 공청회 때 연구총괄을 맡은 ㅂ 연구원은 초등교사들의 여초현상으로 바깥 체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체육'교과를 독립했다는 우스꽝스런 답변을 했습니다.

초등교육에서 체육활동이 반드시 바깥 활동으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또 바깥 활동을 체육시간에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또 '체육' 교과를 독립하면 안하던 바깥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발상 또한 현장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이 연구원은 집중 이수제를 중등 미술교과 예를 들면서 중학교 미술시수 2-2-1 편제에서 1시간짜리 수업은 교실 이동하고 준비하고 하면 40분 정도 수업밖에 하지 못하니, 3시간으로 몰아서 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합니다.

현재 중학교에서 한 시간짜리 미술수업을 하게 된 까닭이 학교에서 교사가 그렇게 운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7차 교육과정에서 미술시간을 한 시간씩 줄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7차 교육과정' 연구 때 연구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줄였다는 것인가요? 1시간짜리 수업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줄인 1시간을 다시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왜 모를까요?

그동안 교과부에서 진행하는 학교교육 관련 토론회, 공청회, 세미나, 학술대회를 거의 빠짐없이 다녀보았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이 국가교육정책 연구자들이 교육현장을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는 교육현장을 진공상태나 낭만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외국의 사례들을 본보기로 끌어와서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우리 교육현장은 다른 나라와 그 모습이 너무나 달라서 귤나무를 심으면 귤이 되지 않고, 바로 탱자가 된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2011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그 어느 학년보다 가장 지각변동이 심한 초등학교 1,2학년의 교육 내용의 경우, 연구내용으로 보나 연구기간으로 보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절대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2011년에 적용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적용되더라도 길고 험한 학교 교육기간에 첫발을 내딛는 1,2학년 아이들이 겪을 혼란은 불 보듯 뻔합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정해진 기간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중등교육과정도 그렇지만 28년 초등현장교사가 볼 때, 이번 초등교육과정은 연구자체가 없었다고 봐야 옳습니다. 따라서 초등교육과정은 적용시기를 늦춰서라도 처음부터 다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육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2009년 개정교육과정' 공청회

현장교사로서 이번 '2009년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이 모습이 우리나라 교육의 본 모습이라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교육과정 공청회 장소에 전경차가 먼저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부끄럽고, 한 나라의 교육과정의 내용이 부실한 것도 부끄럽고, 중등 학문 중심에 휘둘려 누더기가 된 초등교육과정의 내용이 부끄럽고, 연구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내용검토와 의견 수렴과정이 부족한 것도 부끄럽고, 짧은 시간동안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과정도 부끄럽습니다.

이번 공청회에서 압권은 마지막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자, 이번 공청회 주최측인 '2009 개정교육과정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분이 단상에서 읽은 아들의 문자 메시지 내용이었습니다.

위원장은 '엄청난 소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정도여서 다행이라 여긴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자기 아들이 그 날 아침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문자 메시지로 보내왔다고 믿기 어렵게 내용이 아주 길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요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계란을 맞더라도 아버지 소신을 굽히지 마시고 밀고 가십시오........'

수많은 학교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오직 한 사람 자신의 아들 말만 믿고 무조건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세우는 교육과정 연구 책임자의 말, 이 모습이 연구자 스스로 밝힌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모습을 지켜보면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과정'이 아니라는 확신이 더욱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이 글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현장교사가 이야기하는 네 번째 글입니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미래형교육과정, #2009개정교육과정공청회,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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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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