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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 입점을 저지하고자 하는 농성이 9월 27일 인천 부개동에서 다시 시작됐다. 부평구에서는 지난 7월 갈산동에 이어 두 번째이며, 이번에도 상대는 역시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다.

 

입점 예정지역 상인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 등은 27일 농성에 돌입한 뒤,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테스코를 강하게 비판하고 중소기업청의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입점 위한 삼성테스코의 '007작전'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부개2호점의 '위장오픈'은 마치 007작전처럼 진행됐다. 위장오픈을 하기 위해 간판이 올라갈 때까지 인근 상인은 물론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조차 전혀 무슨 업체인지 몰랐다.

 

건물 8층에 살고 있는 주민 박영웅(68)씨는 9월 7일 무렵부터 1층이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아무도 내부를 볼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공사는 주로 밤에 진행했다.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 공사를 진행해서 이상했다. 밤에 피곤해서 자려는데 공사 소리에 시끄러워 항의도 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위장오픈을 통해 입점하기 전까지 그 자리에서 11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한 입점저지 부개동대책위 연국흠(49) 대표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 본인들도 오죽 떳떳하지 못하면 밤샘공사를 했겠냐?"며 "보통 장사하는 사람들은 공사 자체가 홍보효과가 있어 공개적으로 한다. 그리고 장사 잘되라고 근처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상인들은 물론 주민들 아무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 임대계약이 만료되자 연국흠 대표는 건물주로부터 임대료 인상요구를 받았다. 보증금 1억 2000만원에 월세 600만원을 내고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건물주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보증금 2억 5000만원에 월세 1300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연 대표는 하는 수 없이 가게를 비워주고 지난 5일 20m 떨어진 곳에 가게를 차려야 했다. 연 대표는 "야속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건물 주인이 말하기를 새로 입점하는 사람이 그 금액을 내고 들어오는 개인사업자라고 하니 같은 장사꾼끼리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잊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도 뭐가 입점하는지 몰랐는데 26일 떡하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간판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대전과 서울에서 여러 개의 슈퍼체인을 운영하는 여성사업자(오렌지마트)와 임대계약을 맺은 것으로 주변에 직접 소문을 퍼뜨리더니 23일경 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다시 삼성테스코에 점포를 넘겼다고 소문을 냈다"며 "결국 24시간 공사를 진행해 26일 새벽시간을 이용해 간판을 달고 상품 일부를 입고해 아침에 영업을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인근 상인들은 몸을 던져가며 입점을 막아섰다. 다음날 27일 상인들과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의 농성이 시작된 것.

 

이와 관련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홈플러스익스프레스로 의심되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사업조정신청을 위한 '입점 예정지역 소상공인 실태조사'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23일 중소기업청에 문의해 사전조사 신청을 준비하던 중 26일 치졸한 방법으로 입점을 시도했다"며 "중기청이 실태조사를 실시해 일시정지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바로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신현성 이사장은 "28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을 했다"며 "부개동처럼 간판이 나오기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사업조정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곧 인천시에 사업조정을 위한 사전조정협의회가 구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속히 입점 허가제 도입해야"

 

SSM 입점과 관련해 중기청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진출로 동네슈퍼를 비롯한 중소상인들이 고사 직전에 몰렸다며, 지난 7월 전국 각지의 SSM 입점 예정지역 상인들이 신청한 사업조정신청에 대해 '일시정지 권고' 결정을 내려 대기업의 입점계획을 유보시켰다.

 

아울러 입점하려는 곳에서는 시도지사에 권한을 줘 입점업체 측과 상인들이 최대한 자율조정을 거쳐 사업조정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사업조정을 신청한 곳만 해당하고 이미 입점한 업체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시행세칙을 둬 이미 곳곳에서 부개동과 똑같은 위장개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와 SSM사업조정신청지역 전국연석회의 등은 지난 9월 11일 중기청을 방문해 중기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입점업체가 개점행사를 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입점여부를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기존 입점업체도 사업조정신청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장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으나 입점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둬 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또한 입점을 했다고 해도 피해사례가 속출할 경우 사업면적의 축소 내지는 품목 축소의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대책위 인태연 부위원장은 "거듭 말하지만 제도를 보완하지 않으면 부개동사태는 또 속출할 것"이라며 "기존 입점업체를 사업조정 신청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형마트와 SSM의 입점을 하루속히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SSM#사업조정#유통산업발전법#전국상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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