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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SK본사 앞에서 '통신요금인하와 무상인터넷, 통신공개념을 위한 전면전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 규탄과 부당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SK본사 앞에서 '통신요금인하와 무상인터넷, 통신공개념을 위한 전면전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 규탄과 부당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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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요금논란이 진행되는 유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먼저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 통신규제당국은 처음에는 요금인하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다가 수주일이나 몇 개월에 걸친 사회적 논란을 거친 후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몇가지 눈에 띌만한 요금제 변화내용을 발표하고 나면, 통신규제당국이 "요금인하"를 선언하고,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후에 논란이 잠잠해진다.

그러나 대체로 몇 개월이 지나고 나면 소비자들은 "도대체 뭐가 인하되었다는 거야?" 하는 의문을 다시 갖게 되고, 또다시 요금국제비교 지표 같은 것이 밝혀지고 나면 똑같은 사회적 논란이 되풀이 된다. 물론 증권회사 리서치센터 같은 곳에서는 아예 사회적 논란이 잦아드는 시기에 즉시 "이동통신업체들의 수익률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소위 "요금을 대폭 인하"했다는 이동통신사업자들과 통신규제당국의 장광설이 그저 한낱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기는 한다.

이번 요금제 변경의 경우에는 약간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아마도 증권회사 리서치센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일정 수준 매출 손실이 예상되나 "고객 뺏어오기 경쟁이 둔화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영업비 지출액이 감소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요지의 분석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요금제 변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기가입자(실제로는 단말기보조금 비수혜자) 의무약정 조건에 따른 이용요금대별 요금할인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가입후 2년 이상 사용자로서 월 이용요금 2만9천원 이상(SKT), 3만원 이상-4만원(KT), 월 3만5천원 이상(LGT) 사용자로서 1년-2년 장기 약정을 한 가입자에게는 최하 3천원부터 최대 2만250원(SKT)까지, 최대 1만원 할인하고 4만원 이상 이용자는 추가로 10% 할인(KT), 최하 3만5천원에서 9만9천원까지(LGT) 할인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음성통화요금 부분에서 최근 단말기 보조금혜택을 받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평균 최소 10%-15% 정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평균 음성통화요금을 3만-4만원 지불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 금액은 대체로 3천원에서 6천원 정도 수준이 된다.

그러나 가입비 1만원 할인이라는 것은 단말기 보조, 번호이동 등으로 인해 타 사업자에게 옮겨가는 경우에만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인데 실제 1년에 이러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는 전체 소비자의 10% 안팎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비율조차 앞서 말한 장기가입자 의무약정으로 묶이게 되면 그 비율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금도 SKT만 탈퇴 후 다시 가입할 경우에 재가입비를 받고 있는데 이것은 원래 2000년부터 당시 정보통신부가 비대칭규제라는 명목하에 SKT에게 재가입비를 받도록 강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벌써 없어졌어야 하는 조치인데 이번에는 KT까지 탈퇴 후 재가입비를 받겠다는 것이니 이 부분은 오히려 소비자부담이 증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SKT가 공표한 기존의 10초당 과금에서 1초당 과금으로 과금단위를 변경하는 조치에 의한 실제 혜택도 생각보다는 미미한 수준이다. SKT가 초당과금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추정하는 매출손실은 연간 2010억 수준인데 SKT의 2008년 매출총액은 11조6700억 규모이므로 이같은 매출 손실은 기껏해야 총 매출액의 1.7% 수준에 해당한다. 이것은 월평균 3만~4만원 음성통화요금을 지불하는 가입자에게 월평균 5백원에서 6백원 정도에 해당한다. 결국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번 요금제 변경으로 SKT의 경우 음성통화요금 부분에서 실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장기가입자 의무약정 할인으로 월평균 13% 내외, 초당과금방식으로의 변경으로 1.7%의 할인을 합해서 월평균 14.7% 수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요금체계로 변경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음성통화부분에서 14.7%의 요금인하는 적정한 것인가? 그리고 3개 이통사의 가입고객이 한쪽으로는 단말기 보조금에 지급에 따른 의무약정으로, 여타 나머지 대부분의 장기가입고객은 의무약정으로 특정 사업자에게 고착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요금경쟁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먼저 요금수준의 적정성문제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까닭은 규제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서 철저히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통신규제당국이 해야 할 일은 현재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SKT의 요금수준이 적정한지 여부를 평가하여 적정하다면 인가하고, 적정하지 않다면 인가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어느 경우이든 적정·부적정의 이유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번 요금제 변경으로 인한 실제 요금인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또 그러한 정도의 요금인하가 적정한지에 대해서 누구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도대체 현재 이동통신 요금수준이 어느 정도 과대계상되어 있으며, 어느 정도 요금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적정한 것인지 규제당국이 전혀 그 내용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수년 동안(최소한 요금수준이 전혀 변화하지 않은 지난 2004년 이래) 누적된 과도한 초과이익분이 얼마이며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향후 어떻게 요금수준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규제당국은 침묵하고 있다.

이번 요금제 변경을 보았을 때 든 첫인상은 한마디로 이동통신 3개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용고객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것을 담보로 하여 평균 15% 정도의 매출손실을 감수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망을 임차하여 서비스 할 수 있는 가상이통망사업자(MVNO)가 등장하더라도 이들은 월평균 3만원 이하의 소량 사용자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시장을 겨냥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근본적으로 사업자간 경쟁에 따른 자율적인 요금인하는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요금인가제도를 개정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앞으로 규제당국은 요금을 인상할 경우에만 인가할 수 있을 뿐, 요금인하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규제적 개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이번 요금조정을 마지막으로 시장지배사업자인 SKT가 요금을 자기 뜻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결코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전응휘 기자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입니다.



태그:#이동통신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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