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일(일) 오전 9시 30분 '역사, 문화와 함께 하는 서울 걷기 모임' 회원들과 함께 북촌, 삼청동, 인사동 산책을 위해 안국역 1번 출구 앞에 모였다. 새롭게 출구 앞에 "별 다방(스타 벅스)'이 생겨났다. 전통 문화의 거리 인사동의 별 다방처럼 이곳도 한글 간판을 달고 있다.

언젠가 인사동을 지나는데, 그곳을 지나던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별 다방의 한글 간판에 놀라워하는 모습이 생각났다. 나도 북촌입구에 생겨난 별 다방의 한글 간판에 놀란다. 한옥마을인 북촌 길목에 새로 생긴 별 다방도 놀라웠지만, 다방 입구에 놓인 북촌 표지석의 도깨비 문양이 내 눈에는 이상한 앙상블로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새롭게 생긴 별다방, 입구의 북촌 표지석의 도깨비 문양과 간판이 이상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 안국동 새롭게 생긴 별다방, 입구의 북촌 표지석의 도깨비 문양과 간판이 이상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남들보다 30분 먼저 도착한 나는 풍문여고의 담장을 타고 오르고 있는 나팔꽃과 콩과식물들을 보고 있다가 사진을 찍은 다음, 안국동 우체국과 사비나 미술관 골목을 거쳐 헌법재판소 뒤쪽을 둘러본 다음 집결지로 돌아갔다.

자! 이제 출발이다. 오늘 걷기 모임은 북촌을 거의 매일 저녁 산책하면서 일과를 정리하는 채이배 회계사가 맡았다. 집과 사무실이 인근에 있는 채 회계사는 가족과 함께 운동 삼아 저녁 산책을 매일 북촌에서 한다.

풍문여고 뒷담을 거쳐 안동별궁 터를 바라본 다음 덕성여고와 윤보선가를 스치고 지난다. 문이 닫혀있는 윤보선가에는 혹여 대문 틈으로라고 안쪽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안타까운 마음으로 문 앞을 서성인다.
             
안동교회 옆에 있는 출판사 건물, 이런 곳에 출판사를 유지하는 주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 안국동 안동교회 옆에 있는 출판사 건물, 이런 곳에 출판사를 유지하는 주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난 차라리 안동교회 옆에 있는 출판사 건물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런 요지에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의 마음씨가 고맙다. 요즘 땅값이 많이 올라 5천만 원을 상회하는 북촌에서 다른 음식장사를 해도 좋으련만 낡은 건물을 어렵게 유지하면서 출판사를 하고 있는 정신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윤보선가를 돌아 PKM갤러리를 지나 아름다운 간판으로 수상을 한 적이 있는 '단풍나무'공예점을 본 다음, 우측골목에 있는 만두집, 떡볶이 집, 커피 점, 철물점, 냉면집 등을 본다. '아직도 이런 50~60년대에 지어진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리오 서울 인근에 위치한 철물점, 북촌에도 이런 곳이 있다.
▲ 안국동 아라리오 서울 인근에 위치한 철물점, 북촌에도 이런 곳이 있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특히 '주택가가 거의 없는 이곳에서 철물점을 하고 있는 주인은 어떤 분일까?'라는 생각에 다음에 오면 주인장을 만나고 싶어졌다. 이어 조금 더 가면 아라리오 서울 갤러리와 아트선제센터가 있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사고로 먼저간 자신의 장남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 바로 아트선제센터인데, 영화관과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내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정독도서관이 나온다. 옛날 경기고 터로 요즘에는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인근에 위치한 중고등학교의 학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입구에 큰 보호수 나무와 함께 북촌관광정보센터가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울시 교육사료관,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을 둘러볼 수 있고, 안쪽에 도서관 건물이 있다.
            
옛 경기고 터에 조성된 정독도서관, 내부에 각종 문화재가 많다.
▲ 정독도서관 옛 경기고 터에 조성된 정독도서관, 내부에 각종 문화재가 많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휴일에 가족과 함께 인근을 둘러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좋은 산책 처이다. 정독도서관 입구에서 북쪽으로 길을 잡으면 티벳박물관, 세계장신구박물관, 아원공방 등이 나오지만, 우리 일행은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우측에는 커피점이 하나 있고 언덕을 오르면서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시민선방이 있다.

이곳에서 시민들을 위한 참선과 요가, 명상, 기도를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조금 더 가면 산부인과와 내과 병원이 있다. 전에 인사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 감기에 걸리면 이곳 내과를 자주 찾았는데, 박 대통령의 주치의를 했다는 나이 든 의사는 "젊은 사람이 너무 무리하지 마"라며 감기든 나를 자주 구박했다.

이내 사거리에 관광안내소가 나온다. 계속가면 현대계동사옥 방향이다. 우리는 사거리 위치한 가방가게, 구두점, 순대가게를 본 다음 우측의 재동초등학교를 보면서 북쪽으로 길을 잡아 가회동 주민센터 앞에 선다. 
           
입구의 비스켓을 먹는 두 남자라는 조각이 이채롭다
▲ 북촌미술관 입구의 비스켓을 먹는 두 남자라는 조각이 이채롭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북촌미술관이 옆에 있어서 인지, 주민센터의 모습도 멋스러워 보인다. 북촌미술관은 앞 쪽에 '비스켓을 먹는 있는 두 사람'의 조각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의자로도 쓰이는 이 조각은 남다른 창의적인 매력이 있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건물 내에는 한의원과 문화원 등도 같이 있다.

이어 갤러리 스케이프, 돈미 약국, 가회동 성당 방향으로 간다. 중간에 궁중요리가 황혜성 선생이 운영했다는 요리점 '궁연'이 나온다. 마당이 아름답고, 특히 서쪽 담장 곁에 있는 큰 나무와 정원의 꽃들이 좋다. 황 선생이 돌아가셨으니 요즘은 누가 운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당에 핀 부레옥잠의 꽃, 분홍 빛이 참 아름답다
▲ 궁중요리점 궁연 마당에 핀 부레옥잠의 꽃, 분홍 빛이 참 아름답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꽃을 거의 구경한 적이 없는 부레옥잠이 분홍 꽃을 피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길을 건너 서울닭문화관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오늘은 휴관이라 1층 매장만 문을 연다고 하여 들어가고 못하고, 중앙고로 길을 잡는다.

닭문화관 뒤편으로는 한상수 자수박물관, 북촌젓대공방, 가회민화박물관, 동림매듭박물관, 티(TEA)한옥체험관 등이 있지만, 다음 기회에 가족과 함께 오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중앙고로 간다.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연한 '겨울연가'라는 드라마가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관계로 북촌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은 편이다. 인사동과 북촌의 한옥마을은 아직도 중년의 일본인들에게 아련한 로망이 있는 곳인가 보다.

특히 중앙고는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인기가 높아, 학교 앞 문방구는 이미 겨울연가 상품 판매장으로 바뀐 지 오래된 것 같다. 문방구 주인은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일본어로 호객행위를 하면서 장사에 열중이다.

중앙고 교정 역시도 정문을 들어서기 무섭게 일본인들이 사진 찍기에 열중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방금 전 가회동 성당 앞에 버스가 한 대 서더니 일본인 관광객이 잔뜩 내려 우리와 거의 비슷한 코스를 걸으면서 중앙고로 들어갔다.

창덕궁과 담장을 나란히 하면서 중앙중 고등학교가 있다. 사실 나는 인근을 자주 지나간 적이 있지만, 학교 안으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고 본관 앞에 인촌 김성수의 동상이 있어 기겁을 했다.
                
본관 앞에 인촌 김성수의 동상이 나를 돌게했다.
▲ 중앙고등학교 본관 앞에 인촌 김성수의 동상이 나를 돌게했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친일파 김성수의 동상과 독립운동가인 김구 선생의 동상 숫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직도 친일파의 동상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인촌상'을 수상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인촌의 동상을 그대로 둔 채 민족대학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고려대도 생각났다.

정말 일본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이상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제 중앙고를 나와 가회동 김형태 가옥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태그:#북촌 기행, #중앙고, #안국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