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단을 이끌고 금강산에 가 있는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27일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명 중 4만명이 이미 돌아가셨다. 상봉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 총재는 이날 오전 금강산 외금강 호텔에서 한 남측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에는 한 달에 2천~3천명 정도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은 (전체 남측 이산가족 중에서) 4천~5천명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산가족 전체가 고령자들이라는 점에서 상봉 전면확대가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26일 시작해서 28일까지 진행되는 추석 1차 상봉 남측 방문단도 90대 8명, 80대 52명, 70대 32명 등 대부분이 고령자였다.

유 총재는 "현재로서는 상봉단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고, 정례화하고 수시로 자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상에 있고 없다는 게 (이산가족들에게는) 상당한 쇼크"라며 "서로 만나기 전이라도 서신교환과 화상상봉을 통해 생사확인을 하는 게 좋다"면서 "(북한의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장재언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면 (이산가족 상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는 "장 위원장이 '이번 상봉은 북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다. 이에 대해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위원장이 언급했다는 '남측의 호의'는, 남북한이 이전 정부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쌀, 비료지원을 연계해 추진했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자신들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쌀과 비료 지원은 중단됐었다.

그는 "북측이 쌀이나 비료지원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 "적십자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든지 하겠지만 (쌀, 비료 지원과 같이) 국민의 세금에서 큰 돈을 내는 문제는 당국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총재는 전날인 26일 장재언 위원장과 만났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황방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