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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그리고 법원공무원노조가 21일 오전 8시부터 전국 각 노조 지부별로 3개 노조 통합과 통합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하는 총투표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2일 저녁 7시까지 진행되는 총투표 결과 통합 안건 관련 조합원 2/3 이상, 민주노총 가입 관련 조합원 1/2 이상의 찬성을 얻게 되면 3개 공무원 노조는 조합원 총 11만5천여 명의 민주노총 산하 거대 통합 공무원노조로 출발하게 된다. 금속노조(14만 7천 명), 공공노조(14만2천 명)에 이은 세번째 거대 민주노총 산하 연맹이다.

 

정부는 이번 총투표에 대해 '근무시간 외 투표', '투표함 순회 금지', '투표 독려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지침을 일선 기관에 하달하고 광역 및 기초 지자체별로 복무감찰반을 운영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통합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공무원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되면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나 정치투쟁에 참여하게 돼 단체행동과 정치활동을 금지한 실정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할 경우 강력하게 대처할 것", "공무원이 강성노조를 구성해 국정을 방해한다면 국민으로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 결과 따라 민주노총 '제1노총' 부각 가능... 노·정 관계 변화?

 

그러나 21일 오후 투표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ㅇ구청 공무원노조 지부 관계자는 "전에는 1층 로비에 투표소를 설치했는데 지침 때문에 (사람 이동이 적은) 이곳에 투표소를 설치했다"며 "오늘 아침에도 '투표 독려 금지' 등 내용을 담은 공문이 다시 내려왔다"고 민감한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는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가입 문제보다 정부의 민감한 반응 때문에 지부의 임원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노조의 투표행위를 통제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를 한 조합원 A씨는 민주노총 가입 문제와 관련해 "공무원이 꼭 민주노총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냐는 이견이 있긴 했지만 시국선언 등 공무원의 의사표명 등에 대한 현 정부의 탄압과 같은 현실적인 여건, 현 집행부에 대한 지지 등을 보면 조합원 대다수가 차선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인정한 상태에서 노조의 상급단체 결정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노조를 인정해준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3개 공무원 노조와 민주노총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법에 보장된 노조의 자율적인 상급단체 선택을 가로막는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이자, 민주노총 죽이기의 일환"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같은날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승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상급단체가 누가 되든 안되든 간에 그런 문제는 노조와 노조원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공직자가, 일국의 총리가 할 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통합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돼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합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노정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합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65만 8118명)에 가입할 경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72만 5천 명)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제1노총으로 떠오른다. 제1노총은 정부가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더 많은 근로자 위원을 참석시킬 수 있다.

 

또 KT 노조와 쌍용차 노조 탈퇴 등으로 침체를 겪던 민주노총이 이번을 기회로 대반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부를 통해 신고필증까지 받은 민주노총을 자꾸 불법이라 하고 정치투쟁만 일삼는다고 헐뜯는데, 민주노총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말살하려고 했겠냐"며 "이들은 민주노총의 외형만이 아닌 민주노조의 내용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 "노동조합이 상급단체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민공노의 현인덕 부위원장도 "공무원노조 통합만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맞서기 힘들기 때문에 민주노총에 가입하려는 것"이라며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이 상급단체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현 부위원장은 이어, "일반 조합원 사이에도 민주노총 가입과 관련해 이견이 나오긴 했지만 대다수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오히려 투표 무산으로 민주노총이 또 다른 타격을 입을까 걱정하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이번 총투표에 대해 정부가 취한 행태들은 이명박 정부가 초창기부터 진행한 반노동정책, 민주노총 죽이기 정책의 일환이라 생각한다"며 "노동자들이 탄압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강인해진다는 것을 공무원노조 대통합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또 "노동부가 해직자들을 배제하지 않으면 전공노를 불인정하겠다고 하는데 통합공무원노조가 신설될 때 꼬투리를 잡겠다는 뜻으로 생각된다"며 "어느 노조나 해직자 동지들이 노조의 상근 활동 등을 맡아주고 있고 그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 이런 협박에 구애받지 않고 완고하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3개 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은 정부의 이번 총투표와 관련된 정부의 방침을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정권 차원의 탄압행위"로 규정하고 "각국 노총을 비롯한 국제노동단체와의 공동 대응을 꾀하는 한편, 이후 부당노동행위 및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고소 고발과 같은 법적 조치 등을 후속조치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노 등은 이미 지난 18일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검찰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행안부의 관련 지침들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한 바 있다.


태그:#통합공무원노조, #공무원,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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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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