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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은 이런 거야. 매우 간단한 거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사막은 아름다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가장 중요한 건 마음으로 보아야 볼 수 있어."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문명 세계에 진입하면서 인류는 신비와 진리를 볼 수 있는 눈을 잃어버렸다. 물질 중심의 세계에 살면서 눈에 보이는 현상과 물질만 소중히 할 뿐 진정 중요한 가치를 가진 것들을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그러나 그런 신비한 세계를 볼 수 있었으며 이를 나타내는 자가 見(볼 견)이다.

 

 見(견) 視(시) 示(시)
見(견) 視(시) 示(시) ⓒ 새사연

見(견)의 갑골

 

見(볼 견)은 눈의 상형자인 目(목)과 사람 다리의 모습을 표현한 儿(어진 사람 인)의 조합이다. 눈을 강조한 사람의 모습이다. 여기서 보는 대상은 영적인 존재(신)인데 이는 視(볼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신의 뜻이 '나타나다'는 의미로도 쓰이며 이때는 '현'으로 읽는다. 先見之明(선견지명), 謁見(알현)

 

視(시)의 소전, 示(시)의 갑골

 

示(시)는 祭床(제상)의 상형이다. 위의 –는 祭肉(제육), 좌우의의 八(팔)은 제육의 피, 그리고 T가 제상이다. 그래서 示는 신의 뜻을 '보이다, 알리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見을 더한 視는 신의 뜻을 '보다'는 의미이다. 啓示(계시), 視察(시찰)

 

現(현)은 옥(玉)과 見(견)의 조합이다. 옥은 영혼이나 신을 흔들어 깨우는 힘을 가진 주술적인 돌이다. 그래서 혼 혹은 신을 부르는 능력을 가진 옥을 두고서 신령이 나타나기를 기원하는 모습의 글자가 現(나타날 현)이다. 出現(출현)

 

 顯(현) 頁(혈) 硯(연)
顯(현) 頁(혈) 硯(연) ⓒ 새사연

 

顯(현)의 금문, 頁(혈)의 소전

 

現(현)과 소리와 뜻이 유사한 자가 있는데 顯(나타날 현)이다. 日(일)은 여기서 해가 아니라 옥이며 絲(사)는 옥에 달린 장식용 술(tassel)이다. 그리고 頁(머리 혈)은 의례용 모자를 쓴 사제의 얼굴을 나타낸다. 그래서 顯은 주술적인 옥을 두고서 신령이 나타나기를 기원하는 의례를 표현한 자이다. 顯微鏡(현미경)

 

硯(연)의 소전

 

見(견)이 순전히 발음 역할을 하는 자가 硯(벼루 연)이다. 본래 벼루의 뜻으로 硏(갈 연, 벼루 연)을 사용하였지만 나중에 분화되었다. 신비한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벼루처럼 갈고 닦아야 한다.硯滴(연적)

 

한자로 해석하면,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은 賢者(현자), 보통 사람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사람은 聖者(성자)입니다. 賢(어질 현)에서 臣(신)은 눈, 聖(성스러울 성)에서 耳(이)는 귀이다.

 

사람보다는 돈, 영혼보다는 물질을 중시하는 지금, 시대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不通(불통)의 시대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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