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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수자원공사(수공) '4대강 살리기' 사업비 8조 원의 이자비용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차관은 지난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4대강 살리기 사업비 중 수공이 부담하는 8조 원은) 개발이익을 통해 상당부분 수공이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예산 상당부분을 수자원공사에 맡기기로 했는데 회계 장부상의 부담은 줄어들지 모르나 국민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변이었다.

수공이 공사채 발행을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비를 마련하면 그에 따른 이자부담을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매년 수천억 원 등의 국민 혈세가 낭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 회원들이 지난 3월 25일 경인운하 건설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천 계양역 인근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건설단 간판에 경인운하 반대 손피켓을 붙였다.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 회원들이 지난 3월 25일 경인운하 건설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천 계양역 인근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건설단 간판에 경인운하 반대 손피켓을 붙였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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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400억 원 이자비용 발생... 공사채 발행, 10년간 4880억 원 이자 추가부담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막대한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는 비판을 의식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수공이 부담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왔다. 현재 수공이 떠안은 사업비는 8조 원에 이른다.

권 차관의 18일 답변은 수공이 공사채를 발행해 사업비를 마련할 경우 공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을 정부가 직접 부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차관이 언급한 '금융비용 지원'이 '공사채 이자 부담'이라는 것.

채권시장에서 공사채가 5.5%(수익율)에 거래된다고 할 경우 수공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연 4300억 원 정도다. 이를 '5년 만기 회수'로 계산하면 5년간 무려 2조 1500억 원에 이르는 이자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공사기간 5년에 투자원금 회수기간인 5년까지 합치면 이자비용만 4조 3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10년간 매년 4300억 원 정도의 이자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10년간 4조 4000억 원의 이자부담액에는 국채로 8조 원의 사업비를 마련했을 경우 지출되지 않아도 될 비용이 포함돼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지난 9일 국채가 아닌 수공의 공사채 발행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4880억 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게다가 정부는 수공에 8조 원의 예산을 부담시키는 대신 수공을 사업시행자로 참여시켜 4대강 주변을 직접 개발해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부보증 채무'의 성격이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했을 경우 국민 혈세가 투입될 게 뻔하다.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21일 논평을 통해 "4대강 사업 예산을 정부 재정이 떠맡든 수공이 떠맡든 그것이 결국은 국민들의 부담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정책위는 "다만 수공이 예산을 떠맡으면 장부상 국가채무가 그만큼 줄어든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위해 매년 500억 원씩의 이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위는 "현재 채권시장에서 국고채(5년만기)를 발행하려면 4.8%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수공채를 발행하려면 5.5%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며 "이처럼 수공채를 발행하면 국고채를 발행할 때보다 0.7%포인트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매년 약 500억 원씩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정책위는 "국민부담은 똑같지만 장부상 국가채무가 낮게 나타나도록 치장하기 위한 돈이라는 점에서 이 500억 원은 순전히 '치장비용'"이라고 꼬집은 뒤 "500억 원이면 매년 10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이익 얻으려고 수공이 택지개발업자 되어야 하나?"

또한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정부가 수공에 개발이익을 안겨주겠다고 공언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위는 "4대강 사업의 목표가 물부족문제 해결, 수질 개선, 홍수 예방이라고 말해왔다가 갑자기 4대강 사업을 통해 개발이익을 얻겠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라며 "이는 4대강 사업의 목표가 근본적으로 변질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정책위는 "개발이익이 생기려면 4대강 주변 구역을 '개발'해 관광․위락단지를 만들고 펜션, 별장, 전원주택을 지어야 땅값이 상승하고 개발이익이 생긴다"며 "어쩌면 이 개발이익이 4대강사업의 본심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책위는 "수공이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4대강 주변의 난개발을 주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4대강 사업이 수질개선이 아니라 수질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개발이익이 발생하더라도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그 이익을 환수할 정치가 마땅치 않다"며 "극히 일부의 이익만을 환수하여 균형발전특별회계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책위는 "따라서 4대강 사업 개발이익의 대부분은 수공이 아니라 투기꾼들의 몫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수공이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수공법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공법 제9조에 '산업단지 및 특수지역의 개발'이라는 근거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것조차 '공사가 시행하였거나 시행중인 산업단지 및 특수지역의 개발과 관련된 구역에서의 개발로 한정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정책위는 "수공이 도시개발법에 따라 사업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그렇더라도 4대강 사업의 내용이 법에 규정된 사업과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수공이 대규모 개발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택지개발업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택지개발촉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위는 "한마디로 수공이 개발이익을 얻는 것은 수공의 설립취지에 어긋나고 굳이 개발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법을 개정하거나 법을 무리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4대강 살리기, #권도엽, #한국수자원공사, #민노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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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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