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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송이처럼 생긴 이 놈은 도대체 뭘까요?
 포도송이처럼 생긴 이 놈은 도대체 뭘까요?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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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콘크리트 면이나 바위 그리고 여린 풀잎 가리지 않고 닥지닥지 붙은 분홍빛 알갱이들! 얼핏 보면 생선 알 같기도 한, 이것들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요? 이놈을 보면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우렁이'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왕우렁'이지요. 사실 시골에서 자랐지만 이런 왕우렁 알은 처음 봤고, 또 그 이름이 왕우렁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왕우렁'입니다. 토종우렁이보다 몸이 둥근 편이고, 색깔도 갈색기운이 많지요.
 '왕우렁'입니다. 토종우렁이보다 몸이 둥근 편이고, 색깔도 갈색기운이 많지요.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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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왕우렁은 1980년대 중반께 식용을 목적으로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95년부터는 친환경 농업기술의 하나로 벼농사에 보급되면서 전국으로 퍼졌고, 이후 부작용이 생기면서 2004년부터는 보급을 중단했다고 하니, 우리 동네에도 몇 해 전쯤에야 들어온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즘 들녘에 나가면 이 왕우렁들만 도랑에 우글거립니다. 토종우렁이들이 농약사용 등 환경오염으로 많이 사라진 뒤에 들어온 탓이기도 하고, 타고난 생명력이 뛰어난 탓이기도 하다네요.

무엇보다 몸집도 크고, 번식력도 뛰어나답니다. 토종우렁이가 한 번에 몇 십 개의 알을 몸속에서 부화시켜 세상에 내보내는 반면, 왕우렁은 수 백 개의 알을 한꺼번에 낳는다고 하네요.

암수 두 녀석이 짯짓기 중입니다.
 암수 두 녀석이 짯짓기 중입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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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던 놈이라 야생에서 우리나라 겨울철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잘 적응하면서 지금은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인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또 갉아먹으라는 잡초만 먹는 게 아니라 벼까지 갉아 먹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놈들을 보는 시선이 많이 싸늘해진 듯싶네요. 왕우렁으로선 좀 억울할 것 같기도 하지요?

돌아보면 이런 경우가 왕우렁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널리 알려진 황소개구리를 비롯해서 블루길 배스 같은 물고기도 있고, 최근에는 뉴트리아란 녀석도 반열에 올랐습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질긴 생명력이 인간에게 눈총을 사기도 합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질긴 생명력이 인간에게 눈총을 사기도 합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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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이라는 게 늘 예측대로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신중하게 결정하고 진행해도 의외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더구나 이미 계획단계부터 많은 문제가 예상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번 내뱉은 말일지라도 때로는 주워 담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사천, #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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