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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면의 표상’
'내면의 표상’ ⓒ 김형동

 

 동시대의 사진을 비롯한 시각예술은 작가를 중심으로 외부세계에 대한 작가의 주관을 드러내거나 작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이나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거칠게 구분할 수 있다. 이번에 갤러리 레코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김형동의 사진작품은 후자에 속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사적인 기억 혹은 경험과 깊은 연관이 있는 무명의 '풀'을 오랫동안 찍어 왔다. 그 결과물을 정리하여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아름답고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모노톤으로 자신의 감성과 교감하는 풀을 재구성하여 보여주었다. 2005년도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풀'을 표현대상으로 삼았지만, 흑백필름이 아닌 컬러필름을 선택하여 조금은 사실적인 외형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절제된 프레임과 로우키톤으로 현실을 비켜나서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내면의 표상’
'내면의 표상’ ⓒ 김형동

 

 '내면의 표상’
'내면의 표상’ ⓒ 김형동

 

 작가가 선택한 풀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형태와 컬러가 다양하다. 하지만, 일관되게 자유롭고 솔직한 시선으로 표현대상에 접근하였기 때문에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산만하지 않고 차분하게 정리된 느낌으로 정서적인 호소를 한다. 그리고 정형화된 시각에서 탈피하여 다양하고 개성적인 화면을 구성하려는 태도가 느껴지는 최종 결과물들이다. 그 결과 현란하고 들떠 있는 분위기가 아닌 고요하고 정서적으로 보는 이들의 내면을 자극한다.

 

 작가는 요란스러운 수사법을 선택하지 않고 지극히 정직하고 가장 사진적인 수사법으로 표현대상을 재구성하여 자신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최종 결과물을 한 장 한 장 살펴보면 대상 자체의 외형적인 느낌이나 지시하는 의미가 아닌 또 다른 사물로 보여 지기도하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것은 작가가 표현매체의 기능과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생성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매체예술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매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김형동은 그러한 매체예술의 개념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작가의 정서적인 감수성과 세련되고 감각적인 수사법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완성도 있는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고 있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풀이 작가의 섬세한 정서와 사진적인 수사법에 의해서 작가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은 정서적으로 작가의 내면에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2009년 9월19일-30일

전시장소: 갤러리 레코(대구시 중구 삼덕2가 29-2 Tel 053-431-0006)

초대일시: 9월19일  오후 6시 


#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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