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귀족호도. 희소성이 높아 비싼 것은 한 쌍에 몇 백만원까지 한다.
 귀족호도. 희소성이 높아 비싼 것은 한 쌍에 몇 백만원까지 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호도의 알맹이가 없다. 먹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일반적인 식용 호도와 달리 골이 깊다. 서로 부딪히면 맑고 또 무거운 소리가 난다. 오래된 것일수록 빛깔도 좋다. 하여 건강을 위한 지압용으로 제격이다.

'귀족호도'를 일컫는 말이다. 이 호도는 천안이 아닌 전라남도 장흥에서 난다. 장흥에만 수령 300년이 넘는 나무 여덟 그루가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온 호도는 옛날 조선시대 진상품이었단다.

귀족호도는 식용 호도와 한국산 토종 호도인 '가래'가 자연 교배돼 만들어진 품종. 식용 호도와 달리 내용물 없이 껍데기로만 이뤄져 있다. 망치나 돌로 두들겨도 깨지지 않는다. 영구적인 손 운동용으로도 제격이다. 가장 비싼 열매를 맺는 나무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고, 특허청에 상표등록도 돼 있다.

귀족호도. 색상과 크기, 모양이 모두 일치하는 게 명품이다.
 귀족호도. 색상과 크기, 모양이 모두 일치하는 게 명품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귀족호도. 장흥 특산품이다.
 귀족호도. 장흥 특산품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 호도의 효능은 임상실험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김오룡·장성호 교수팀이 최근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 이에 따르면 귀족호도를 지압용으로 이용할 경우 온몸의 피로를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손끝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준 덕이다.

뿐만 아니라 치매예방, 수전증 방지, 스트레스 해소, 여성의 피부미용 등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검증됐다. 귀족호도의 효능에 대해 한의학계에서도 이미 여러 학술논문을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에서도 현재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고.

희소성이 높은 귀족호도는 한 쌍에 10만 원 안팎. 최고 300만 원에도 팔리고 있다. 물량도 한정돼 있다. 한 나무에 한두 쌍 나오는 삼각이나 사각 모양의 호도를 얻으려면 5년 이상을 기다리기도 한다. 색상과 크기, 모양이 모두 일치하는 명품을 얻기 위해서다.

김재원 귀족호도박물관장. 귀족호도를 명품반열에 올려놓은 당사자다. 귀족호도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재원 귀족호도박물관장. 귀족호도를 명품반열에 올려놓은 당사자다. 귀족호도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귀한 호도를 대중화시킨 사람이 있다. 전남 장흥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김재원(51) 씨가 그 주인공. 장흥군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던 그는 이 호도의 가치를 알고 매력에 빠지면서 결국 공무원 생활마저 접고 귀족호도의 접목기술 개발에 나섰다.

수년 동안의 노력으로 귀족호도의 접목기술을 터득한 그는 접목시킨 귀족호도나무 500여 그루를 전국에 보급했다. '효(孝)호도'라는 이름으로 1만∼2만 원 대의 보급용 귀족호도도 만들어냈다.

지난 2002년엔 주머니를 털어 장흥군 장흥읍 향양리에 '귀족호도 박물관'도 세웠다. 여기에선 종류별 귀족호도와 호두나무 기자재도 전시하고 있다. 귀족호도 테마공원, 생약초 분재관 등도 만들었다.

관람객들의 발길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연간 1만여 명이 찾고 있다는 게 김 관장의 얘기다. 그는 귀족호도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며 관람료도 받지 않는다.

귀족호도나무와 귀족호도박물관. 늠름한 모습의 나무가 수령 20년 넘은 귀족호도나무다.
 귀족호도나무와 귀족호도박물관. 늠름한 모습의 나무가 수령 20년 넘은 귀족호도나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귀족호도박물관 내부.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귀족호도를 볼 수 있다.
 귀족호도박물관 내부.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귀족호도를 볼 수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의 귀족호도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통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지압용 귀족호도(孝호도)를 선물하고 있다. 지난 1일엔 광주 남구에 있는 빛고을노인복지재단을 찾아가 노인들에게 귀족호도 30쌍을 전달했다.

이렇게 그가 경로당과 사회복지재단, 노인잔치 등에 전달한 귀족호도만도 벌써 300여 쌍에 이른다. 돈으로 치면 1000여만 원 어치다. 박물관 관람객 가운데 할머니와 부모, 자녀 등 3대가 함께 오는 가족에겐 효의 상징인 보급형 귀족호도 한 쌍을 선물하고 있다. 장애인과 군인들에겐 반값에 팔기도 한다.

"아무리 귀한 것도 나 혼자만 지키고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김 관장은 "모든 것이 나눔과 적절히 어우러질 때 진짜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며 "앞으로 귀족호도를 여러 사람이 갖고 다닐 수 있도록 더 많이 만들어 보급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올 가을에 수확한 귀족호도. 수령 20년생의 나무에서 딴 것들이다.
 올 가을에 수확한 귀족호도. 수령 20년생의 나무에서 딴 것들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귀족호도, #김재원, #귀족호도박물관, #장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