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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트인 바다에 가슴으로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심포에는 배들의 모습도 보인다. 깊어지는 가을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 동종에서는 금방이라도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나올 것 같다. 드넓은 서해바다에 고운 울림으로 공명되어질 것 같다. 좋다. 바다가 보이는 산사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광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망해사.

바다를 바라보는 산사라는 의미를 가진 절이다. 절실한 마음으로 소원을 말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전북 김제시 진봉면에 위치하고 있는 절은 크지 않아서 더욱 더 정감이 간다.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일상의 번거로움을 모두 내려놓고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김제에는 높은 산이 없다. 망해사가 들어서 있는 곳도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미안할 정도의 산이다. 바다가 있기에 산이라고 불리어질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산이다. 망해사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가 생김으로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바닷바람은 변함없이 불어오고 있지만 주변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산사 옆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해안 경계를 위해서 필요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필요가 없어져서 말끔히 정리가 되어 있었다. 군부대가 사라짐으로 해서 주변 모습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평화롭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군인들이 있을 때에는 아무래도 긴장이 되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가을 햇살이 내려앉고 있는 산사의 마당에서 나를 들여다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 안을 서성이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리운 사람이 떠오른다. 사랑하였던 님의 얼굴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세월 따라 숨을 쉬는 공간이 많이 달라져 있지만 마음만은 간절해 있었다. 이제는 그리운 사람이 되어 맑은 옹달샘이 되어 있다.

 

멀리 있어도 가슴으로는 가까운 사람.

공간적으로 다르고 시간적으로 빗겨서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부근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그 것은 옹달샘이었다. 특히 오늘과 같은 가을에는 더욱 더 그리워진다. 맑은 샘물이 샘솟는 것처럼 신선한 향기가 온 몸을 휘감아 내린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사에서 가을에 흠뻑 젖었다. 그리움으로 서성거렸던 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삶의 향에 취하였다. 걸어가는 길이 아무리 힘들고 냉혹하다 하여도 충분히 인내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가을 산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아! 세상은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특히 오늘과 같은 가을은.<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망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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