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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아내의 상가에 '짝퉁'('가짜'를 뜻하는 은어) 단속원이 급습해 몇몇 곳이 단속에 걸렸다고 한다. 이번에 걸린 집은 벌써 서너번 단속에 걸려 늘 단속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던 곳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짝퉁 단속원들은 짝퉁 물건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고 온 것처럼 귀신같이 물건을 정확히 찾아냈다고 한다. 평소 아내의 상가에는 두세집이 짝퉁 가방과 신발 의류를 갖다 판다는 소문이 돌었지만 이번에 한 곳만 적발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단속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정확하게 물건을 찾아내는 것일까. 아내는 늘 그것이 궁금했는데 이번에 단속원이 직접 가게에 왔다 간 후로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 여자가 짝퉁 단속원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아니었는데 다른 가게들이 단속을 당한 후에 비로소 이틀 전에 왔다간 손님이 바로 짝퉁 단속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오후였는데 손님이 없어 책을 보고 있는데 한 여자가 들어왔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구경 좀 하겠습니다."
"예, 어서오세요. 밖에 비가 많이 오나 보네요."
"아니요, 많이 오지는 않습니다."

늘 처음 대하는 손님과의 일상적인 대화가 끝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손님이 조심스럽게 묻더랍니다.

"혹시 이곳에 명품 가방은 없나요?"
"이런 동네 가게에 무슨 명품 가방이 있겠어요? 그런 것 사시려면 큰 도시로 나가셔야죠."
"아니, 명품이 없다면 짝퉁이라도 없어요. 요즘 짝퉁도 감쪽 같아서 모른다고 하던데."
"글쎄요. 요즘 가방이며 의류 벨트 신발 등 짝퉁들이 많이 나돈다고 하는데 저는 10년이 넘게 장사했지만 그런 물건들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니 왜요? 손님이 원하면 갖다 주지 않나요?"
"제 성격이 찜찜한 것을 싫어합니다. 괜히 짝퉁을 팔며 불안해 하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장사하는 것이 낫지요."

약 10여 분간 이것저것 묻고 사라진 손님.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이틀 후에 이 사람이 바로 짝퉁 단속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날 이 상가를 돌며 미리 짝퉁을 파는지 손님을 위장해서 둘러본 것이었고 이틀 후 상가를 덮쳐 한집이 단속에 걸린 것이었다.

다른 한 집은 단속원이 사전답사를 나온 날 물건을 하러 서울가는 바람에 단속을 피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적발되는 곳들이 예전에도 적발되었던 곳들이라고 한다.

한 번 짝퉁 판매에 재미를 들이면 높은 마진의 유혹 때문에 쉽게 손을 떼기 힘들다고 한다. 원가의 3~4배 정도 받는 짝퉁의 유혹을 견딜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한 번 걸리면 정말 치명적이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사업자 명의를 바꿔가며 계속 짝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때 마다 약 5백만 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했다고 한다. 짝퉁을 진짜인 척하고 비싸게 파는 경우엔 상표법 위반은 물론 사기죄까지 추가되고 최고 2천만 원의 벌금이 나온다고 한다.

사실 아내와 함께 동대문에서 물건을 하다보면 길에서 짝퉁을 파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그곳에는 조잡한 짝퉁에서부터 마음만 먹으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명품 가방, 신발, 선글라스, 골프 의류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짝퉁 판매가 늘어나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점점 교묘해지는 수법 때문에 직접 손님으로 위장해서 단속을 하는 경우나 손님들의 신고에만 의존하다 보니 단속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가짜라도 명품을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와 높은 마진의 유혹에 손을 떼지 못하는 사업자가 있는 한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일본에서 적발된 짝퉁 중에 한국제품이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동네에서 벌금을 물면서까지 짝퉁을 파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아내. 한 곳에서 10년을 넘게 장사할 수 있는 것도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나름대로의 작은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짝퉁,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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