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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는 에이블아트(장애인예술) 프로젝트 '인천코끼리'가 열리고 있다.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우리들의 눈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엔 인천혜광학교 학생들과 전문적인 티칭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들어 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009년 3월부터 7월까지 인천혜광학교 초, 중학교 학생 33명과 11명의 아티스트들이 학교, 도시, 코끼리 만들기라는 3가지 주제로 현장체험과 이야기, 오감을 통하여 얻은 느낌을 조형화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도 미술을 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들이 만든 작품들에 아트(ART)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일반인들의 이런 의심은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커다란 코끼리가 단번에 해소시켜준다. 우리가 아는 기다란 코에 묵직한 몸통, 두툼한 다리의 코끼리가 아니다. 코만 덩그러니 크고 몸통과 다리가 도리어 코에 붙어 있는, 납작한 모양의 이상하게 생긴 코끼리이다. 이 코끼리는  인천혜광학교 초등3학년 박민경학생이 코끼리를 직접 만져보고 그 느낌을 형상화한 것으로 시각장애인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코끼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전시장 내 다른 코너에는 인천자유공원을 표현한 그림들이 커다란 도화지에 그려져 전시되어 있다. 또 다른 곳엔 학교와 집을 표현한 입체물이 전시되어 시각장애인도 미술을 할 수 있다는 확신감을 주고 있다.

 

학교, 도시, 코끼리 만들기라는 3가지 주제로 진행된 그 동안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익숙한 학교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로이 바라보았다. 자신이 사는 도시인 인천과 차이나타운이라는 역사 현장을 체험하고, 세상에서 가장 덩치 큰 동물을 오감으로 만나보았다. 자기 공감대 속 체험은 한 부분에서 전체를 느낀다. 오감을 통한 체험은 새로운 상상력으로 표현되어 시각장애인에게도 미술적 표현감각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단순히 재현된 학교 모습이 아닌 자기 이야기를 담은 현재형 학교를 만들었다. 전형적인 차이나타운의 풍경은 없으나 그곳 역사와 정서를 실감나게 표현해 내었다고 한다.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인천에서 광주의 '우치동물원'까지 찾아가 직접 코끼리를 타보고 만져보기도 하고 인천을 표현하기 위해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자꾸 선생님과 만나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만드니 힘든줄 몰랐어요. 재미있었구요. 특히, 코끼리 만들 때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여서 너무 신났어요."(중3-2  천민정)

 

"처음에는 보이지 않아서 미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작 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미술이 이렇게 신난 것인줄 몰랐어요. 코끼리를 직접 만질 때는 무서웠지만  그런 경험도 했다는 것이 뿌듯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중3-1 유혜미)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관람객들 호평이 있음에 고무되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성취감이 있다는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학생들과 아티스트의 연결고리를 한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의 김영린 선생님은 "에이블 아트(able art)는 소실된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오감을 통하여 하는 시각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통칭적으로 말한다"며 이번 작업은 "시각이 아닌 타 감각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스스로 상징성을 부여해 발견하고 표현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티칭아티스트들의 도움과 협업을 통하여 본인 스스로의 느낌을 찾아내고 표현해 내어 결과물을 완성해내어 전시하게 된 것이란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하여 시각장애자들에게 문화의 생산자로서의 자질을 발견해 내고 그 발견된 자질을 통하여 시각장애학생들의 부족한 문화체험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자발적 문화생산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과정의 경험을 목적으로 삼았다"라며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적 소질을 충족시켜주는 것만이 아닌 작가로서 발돋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서 발전되기를 희망했다

 

"학생들도 행복해 하였습니다. 이 워크샵을 통하여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위축되었던 친구들이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영린 선생님은 이 프로젝트의 긍정적 측면을 말하며 이 작업이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이를 위하여 몇 명의 뜻이 맞는 예술인들과 함께 에이블 아트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이번 행사의 주관단체인 '우리들의 눈'의 홍민석 아티스트는 "시각장애학생들이 경험한 도시의 모습이 상자, 점토, 드로잉, 퀼트, 사진, 애니매이션 등 다양한 방식의 미술작업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바깥을 내다 보는 대신 안을 들여다보는 시각장애인과의 공동미술작업은 정형화된 우리의 시선과 감각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가, 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밖으로 표출시키는 것에 익숙치 않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의 표현법에 익숙해지고 적극성과 집중력으로 이번 작업에 심취하게 되어 놀라왔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이들과 함께 하면서 시각장애인도 이제 진정한 전문 예술가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보았습니다"라며 시각장애인의 예술적 감각이 일반인 못지 않으며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강조한다. 본인에게도 자극제가 되었다는 것과 이제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2학기에도 이들과 더 깊은 작업을 더 해보겠고 말하였다.

 

2009년 인천 세계 도시축전의 하나로 시작된 에이블 아트 프로젝트는 장애인이 지닌 예술 능력을 찾아내고 발견된 감각을 교육 및 훈련을 통하여 개발시켜 준다면 세계적인 시각장애인 예술인도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전시회이다. 그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중 고등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직 장애인이 예술대학에 입학하기는 문턱이 높다. 이제는 생각의 폭을 넓혀 장애인들이 가진 예술 감각을 개발시키고 훈련시키며, 교육기회를 대학과 같은 전문 교육기관에서 모두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적인 장애인 예술만을 담당하는 교육기관도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16일까지 열린다. 또한 이곳에서는 시각장애인의 글자인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체험과정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점자로 본인의 이름을 프린트하여 핸드폰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를 얻을 수 있다

 


태그:#우리들의 눈, #인천혜광학교, #시각장애, #인천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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