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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에 핀 꽃들
 지리산 노고단에 핀 꽃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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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언제나 사람을 반긴다. 연초록 옷을 입는 봄이면 사람들은 붉은 빛 옷을 입고 산에 꽃을 피운다. 푸름에 겨운 여름이면 함께 산이 되어 산과 어우러져 땀방울 같은 시원한 물줄기를 흘러 보낸다. 그렇게 가을이 오면 붉고 푸르고 노란색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모든 색을 만들어 낸다. 겨울의 흰색과 푸른색이 주는 권태를 참아 보라는 듯이.

폐쇄를 하라는 여론과 개방을 하라는 여론 등으로 시끄럽지만 성삼재를 관통하는 861번 도로 덕분에 노고단에 오르기는 아주 쉽다. 차량 통제는 하고 있지만 충분히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잘 정리된 길이 노고단을 맞이한다. 너무 넓은 길 때문에 등산하는 느낌을 없애 주지만 않는다면 노고단은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으로 남을 텐데.

우리나라 어디를 간들 꽃이 없는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산에서 만나는 꽃은 정답고 반갑다. 숨을 헐떡이며 걷다가 예쁘게 피어 있는 꽃을 보면 마치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도 된 것 같이 힘이 솟는다. 사막 같은 등산길을 걷다 만난 꽃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그런 꽃들이 노고단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하늘에 꽃밭이라도 가꾸어 둔 것 같다. 이름도 많은 온갖 종류의 구절초이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몰라도 된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지리산 노고단에 핀 꽃들
 지리산 노고단에 핀 꽃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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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은 '구절초꽃'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일부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 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꽃길을 걷는 가을 여인의 뒷모습
 꽃길을 걷는 가을 여인의 뒷모습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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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리산, #노고단,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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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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