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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원룸단지, 2002년부터 단독주택단지가 들어선 이곳에는 원룸, 투룸을 임대한 세입자들이 대다수 살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원룸단지, 2002년부터 단독주택단지가 들어선 이곳에는 원룸, 투룸을 임대한 세입자들이 대다수 살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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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사는 게, 없는 게 죄라고 생각해요. 내야 할 돈도 못 내고 그랬으니깐…."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원룸단지에 6년째 살고 있는 이재성(52)씨가 살짝 눈물을 닦았다. 이씨는 현재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과 중·고등학생 남매를 건사하는 '가장'이다. 대구에서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부터 돈이 없어 당시 조성되고 있던 원룸단지에 보증금 800만 원, 월세 50만 원 계약을 맺고 짐을 풀었다.

남편이 도배일을 하고 이씨가 식당일을 하면서 가계를 꾸렸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급이 나오지 않아 몇 달씩 밀린 세를 한꺼번에 내기도 했고 돈이 생기는 대로 내기도 했다. 남편이 병으로 쓰러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최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시청에서 보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고작해야 130만 원 정도가 최대 수입이다.

월세가 장기 미납되면서 이씨의 집을 관리하는 월세관리업체의 독촉도 심해졌다.

앞서 월세관리업체 'O씨스템'은 우선 이씨의 남편이 병환 중인 것을 감안해 이씨의 월세를 먼저 건물주에게 내고 이씨가 회사에 해당 월세를 갚도록 했지만 이씨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지난해 12월 임대차 계약 만기일 전에 방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씨의 남편과 딸은 회사를 직접 방문해 2009년 2월 29일까지 1백만 원을 납부하고 3월부터 매달 50만 원보다 많은 돈을 납부하여 밀린 월세를 회복하기로 약속하고 말미를 좀 더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쌓여가는 월세와 연체료, 관리비 등은 보증금 8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결국 'O씨스템'은 퇴거 독촉 끝에 지난 6월 이씨에게 월세 미납분 820만 원과 월세 연체 이자 449만5300원이 찍힌 세입자 정산서를 건네줬다. 수입이 월 130만 원도 안 되는 가계에 총 12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할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배보다 배꼽'... 이자 계산이 이상하다?

이재성씨가 건물주와 맺은 계약서. 계약서 약관에는 "월세 입금 지연시는 월 3%의 연체료를 지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재성씨가 건물주와 맺은 계약서. 계약서 약관에는 "월세 입금 지연시는 월 3%의 연체료를 지불한다"고 명시돼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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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지난 지금 이씨가 보증금 800만 원을 제하고 'O씨스템'에 지불해야 할 돈은 무려 500만 원에 육박한다. 월세 연체 이자액이 보증금의 반절은 되는 것. 어떻게 이런 연체료가 나올 수 있을까?

이씨와 건물주가 맺은 계약서를 보면 "월세 입금 지연시는 월 3%의 연체료를 지불한다"고 명시돼 있다.

월세 50만 원 미납분의 월 3% 연체료는 1만 5천 원, 16개월분의 연체료를 단순 합산하면 이씨가 월세관리업체에 내야 할 돈은 총 24만 원 정도로, 여타 월세관리업체는 이러한 방식으로 연체료를 계산한다. 복리로 계산할 때도 16개월 동안 누적된 연체료는 약 30만 원 정도다. 6년 간 매월 3%의 복리 이자를 매겼을 때에야 비로소 400만 원 정도의 연체료가 발생한다.

이씨에게 "월세 연체 이자액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냐"고 묻자, 이씨는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월세 관리 업체에 항의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에서 월세를 살 때는 이런 연체 이자는 생각치도 않았다"며 "월세도 제때 못 내는데 그런 항의를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월세 연체 이자는 온전히 월세관리업체의 수입이다. 세입자 대신 건물주에게 대신 월세를 입금하고 그 채무와 이자를 세입자에게 받는 방식. 토평동 원룸단지 내 부동산 업자들도 "많은 세입자들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면서 세입자 정산서를 보고 연체료에 대해 항의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대표 A씨는 "O씨스템에서 관리하는 건물의 방에 들어가는 세입자에겐 연체 이자 부분을 강조해서 설명해준다"며 "하지만 세입자가 약관 사실 확인 때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세입자가 항의하더라도 O씨스템 쪽과 건물주가 돈(보증금)을 쥐고 있어서 그런지 항상 진다"며 "솔직히 이곳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자 B씨는 "O씨스템은 대부업 등록을 해서 연체료가 연 30%가 넘어도 법적인 하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가 나빠서 그런지 월세를 제때 납부하지 못해 연체료를 무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년간 이 원룸단지에서 살았던 김종산(49)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3일 정도 월세가 연체됐는데도 연체료가 터무니없이 높게 나왔다"며 "연체료에 대한 고지가 없다가 마지막 이사 가는 날에 그 사실을 알아 꼼짝없이 당했다"고 말했다.

업체 "자기들 돈 안 낸 것은 생각 안 한다"

O씨스템 측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매월 밀린 금액에 월 3%의 연체료를 부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월세 50만 원이 처음 미납됐을 경우 1만5000원의 연체료가 발생하지만, 두 달 연달아 미납됐을 경우 미납금 100만 원에 대해 3만 원의 연체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이씨의 경우 매월 발생한 연체료를 정산하지 않았고 월세를 미납한 적이 많아 이 같은 연체료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단리로 계산할 경우, '월세*0.03'으로 계산된 이자가 미납월수만큼 더해졌지만 이 경우 '미납월수*월세*0.03'로 연체 이자가 발생해 순차적으로 더해진다는 것. 이씨의 경우, 연체이자는 (16*50만 원*0.03)+(15*50만원*0.03)+(14*50만원*0.03) 식으로 합쳐진 셈이다.(O씨스템은 입금이 지연됐을 때도 일수를 따져 '월세*0.03*연체일/30'의 연체료를 계산한다.)

O씨스템의 신아무개 대표는 "연체 이자 계산은 복리가 아닌 단리로 이뤄졌다"며 "대부업법에 등록한 것도 이런 항의를 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대부업법 상 대부업체는 연 49% 이상의 이자를 물릴 수 없다.

신 대표는 "보증금에서 미납한 월세를 제하게 되면 월세가 올라가게 돼 보증금을 살리는 대신 우리가 돈을 건물주에게 준 것"이라며 "이씨의 경우, 우리가 건물주에게 이씨 대신 월세 미납분 800만 원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들이 돈을 안 낸 것은 생각 않고 연체료가 과하다고 한다"며 "이씨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소액 재판이라도 해서 체납된 돈을 다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 사금융피해센터는 이씨의 사례에 대해 "월 누적 금액에 대한 이자를 계속 물려왔기 때문에 복리나 다름없어 보인다"면서도 "계약서상의 '월 3% 연체료'에 대한 해석은 각각 다를 수 있어 금융위나 사법 당국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월세관리업체의 월세 연체 이자에 대해서도 대부업법에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부업법에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이자제한법(연 30% 이자 제한)에 적용해 민사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태그:#월세관리업체, #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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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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