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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의 〈산촌유학〉
▲ 책겉그림 이현숙의 〈산촌유학〉
ⓒ 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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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너도나도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있다. 자기 주도권도 없이 시계의 시침과 분침처럼 흘러갈 뿐이다. 늘 무언가에 쫓기면서 살아야 하니 차근차근 생각해 볼 거리도 있지 않다. 그야말로 삭막한 콘크리트 문화 속에서 사육당하고 있는 꼴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아이들은 어떠할까? 대부분 해외 유학길에 오르는 추세다. 미국이나 호주, 말레시아나 중국으로 등지로 엄마와 함께 떠난다. 아빠는 나 홀로가 되어 국내에서 돈을 벌어 부쳐 주는 또 다른 기계 부품이 된다. 그 일로 가족이 해체되는 비극도 종종 벌어진다.

이러한 때에 아이들이 자기 주도권을 확립하면서도 국내에서 유학할 수 있는 과정을 담아 낸 책이 나왔다. 도시 아이들의 행복한 시골살이를 담아 낸 이현숙의 <산촌유학>이다. 이는 이전의 대안학교 차원을 뛰어넘어 좀 더 끈끈한 가족구성원과 같은 관계를 엮을 수 있고, 시골 학교 학생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고, 유학을 떠나보낸 부모들도 정한 때에 만날 수 있는 이로움들이 있다.

"산촌유학은 기숙사 생활과는 또 다르다. 시골의 작은 집에서 아옹다옹 지내며 옹기종기 모여 한솥밥을 먹다 보면 너와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형제의 정을 나누다. 유학생활 처음에는 집에서 가져 온 책이나 연필, 공책 등 자기 물건에 대한 소유 개념이 강했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자유로워지고 유연해진다. 함께 살다 보니 자기도 형이나 누나, 동생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음을 알게 되고 서로 나눠 쓰고 베풀고 양보할 때 마음이 편안하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110쪽)

서로 남남이던 아이들이 한 집에서 대여섯 명씩 가족을 이루어 살다보니 친형제자매와 같은 끈끈한 정이 흐른다. 함께 시골학교에 유학을 떠나왔으니 함께 기대고 기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있는 것은 나눠 쓰고, 없는 것은 더욱 아껴 써야 할 판이다. 어쩌다 시골 장터로 나들이를 가면 필요한 것만 골라 산다고 하니, 비로소 자기 주도권을 확립한 셈이다.

산촌유학이 주는 이로움은 또 있다. 도심 속 꽉 찬 콘크리트 문화에 주눅 든 아이들은 산과 들에서 맘껏 활개를 친다. 어디에도 얽매임 없는 자유만만이다. 뭐든지 자연에서 얻는 것으로 먹고, 싸고, 뿌리고, 가꾸고, 거두어들이니 순환의 법칙도 자연스레 깨우친다. 나무 의자를 비롯해 된장과 간장과 많은 효소들도 손수 만들어 먹으니, 그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규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할 때는 일하는 것만, 책 볼 때는 책 보는 것만, 식사할 때는 식사하는 것만, 놀 때는 노는 것만 생각한다. 이른바 산촌유학의 가훈인 셈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스스로 이불 개고 옷 갈아입고, 산책과 운동 후 방을 정리하고, 어른이 말할 때는 잘 귀담아 들어 '예', '아니오'를 분명히 하고, 식사 후에는 3분 이상 이를 닦고, 저녁식사 후에는 학과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쓴 다음 명상을 하고, 휴대폰과 MP3와 게임기는 사용치 않고, 컴퓨터는 인터넷 검색으로 자료만 찾도록 한단다.

이 책 뒷부분에는 산촌유학을 체험한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감동이 담겨 있다. 모두들 아이들의 뿌리를 튼실하게 뿌리내리게 해 준 계기였다고 말한다. 뿌리가 튼튼하니 분명 그 열매도 실할 것이다. 그렇다고 산촌유학이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그저 훗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열어나가는 사회인이 되었을 때 그때 품어 나올 수 있는 '자기 에너지'를 축적하는 발판으로 삼으면 족할 것이다.


도시 아이들의 행복한 시골살이 산촌유학 - 초등 한 학기, 내 아이 산촌으로 유학 보내기

이현숙 지음, 노브16(2009)


태그:#산촌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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