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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갈새미'? 알 듯 모를 듯한 이 말은 무슨 뜻이지? 아마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생소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사실 기자도 설명을 듣기 전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한문과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이 단어는 웬만한 한문 실력이나 경상도 사투리를 알지 못하고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듯하다.

 

'새미'는 샘터의 경상도 사투리다. 즉 우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갈'은 많은 사람들의 갈증을 막아주는 의미라고 한다. 이 정도면 대충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물 또는 샘터의 모습은 수돗물이 보급되기 이전 마을 곳곳에 하나 이상은 있을 정도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중에 하나였다. 집안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편리한 수돗물이 본격 보급되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우물 주위로는 차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물이나 샘터도 시대 흐름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방치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직도 현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에서는 그나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찾지 않아 방치됐던 우물이 다시 사람들의 손길로 부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방갈새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3호 가산오광대로 유명한 경남 사천시 축동면 가산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었던 '방갈새미'가 새 모습으로 단장된 것이다. 마을주민들에게 외면 받았던 '방갈새미'는 근 20여 년만에 사람들을 맞게 됐다.

 

가산마을은 정부의 참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방갈새미'의 복원을 추진했다.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상징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3일 참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가산마을추진위원회(위원장: 한남수 이장)는 지역주민과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방갈새미, 너머새미 정화식'을 열었다.

 

 

예순을 넘긴 마을주민들은 여전히 맑은 생명수를 쏟아내고 있는 '방갈새미'의 물맛을 느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허 시원허다. 내가 50년 전에 이 물을 먹었는데, 옛날 맛 그대로네"

"내가 어릴 때 동네 아지매(아줌마)들이 줄을 서서 물을 긷고 그랬지. 나도 이걸 먹고 살았지 뭐 껄껄껄…."

 

 

한남주 위원장은 "방갈새미는 역사적 의미가 깊다. 조선시대까지 우리 마을에 조창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인력들과 마을주민들의 갈증을 풀어준 게 이 새미다. 그동안 방치되어 있어서 안타까웠는데 그래서 복원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방갈새미'는 3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조선 영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 위원장의 얘기처럼 조선시대 말까지 세곡을 보관하고 운반했던 조창이 있었던 가산마을은 그 당시에만 300호가 거주했고, 특히 조창에서 일하던 인력만 1000여 명이 상주할 정도로 인구가 많았던 번창한 곳이었다. 지금은 30가구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인구가 늘어나다보니 식수가 부족하게 됐고, 1760년 영조 36년에 '방갈새미'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방갈새미' 인근에 '너머새미'가 추가로 만들어졌는데, 이 역시 새롭게 단장됐다. '너머'는 물이 철철 넘쳐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으로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방갈새미'는 가산마을 백성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가산마을 천용제(동제)에 쓰이던 정화수로 '방갈새미'의 물이 사용됐는데, 천용제 전날 우물에 금줄을 치고 덕석을 덮어 신성시했다.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았던 민초들에게 한 줄기 생명수와 같았던 샘터이기에 당시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귀중했던 것은 아닐까.

 

'방갈새미'의 수질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행사에 참여한 가산마을의 한 어르신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일제 강점기에 전국의 우물 수질을 검사했는데, 두 번째로 좋았다고 동네 어르신들이 얘기를 하더라고…."

 

한 위원장은 복원된 "'방갈새미'의 수질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얼마 전부터 주민들이 이 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조만간에 수질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란다.

 

박동선 사천문화원장은 "마을의 역사를 담고 있는 '방갈새미'를 가꾸는 것은 주민들의 몫이자 책임이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아름답게 가꾸어 갈 것"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천, #방갈새미, #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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