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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을 울다가 매미 성충의 모습
 한여름을 울다가 매미 성충의 모습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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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경 고향 홍천에 다녀왔다. 한 달에 두 세번 팔순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가곤 하는데 늘 피서철에 고향에 가는 것은 힘든 여정이다. 평소에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던 시간이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평소에도 곳곳이 병목현상으로 지정체를 반복하는데 올해는 용대리 도로확포장 공사로 인해 더 늦어지는 듯 했다.

고향에 도착한 저녁 가족과 함께 동해안에서 사간 싱싱한 가리비를 구워먹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일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논에 농약을 살포하고 빨갛게 익은 고추까지 따고 집으로 내려오니 벌써 12시가 훌쩍 넘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 수돗가에서 손발을 씻고 문으로 들어가려다 문 옆에 붙어있는 이상한 벌레를 보고 흠칫 놀랐다. 현관문 옆에 달라붙어 있는 이것은 무얼까? 

멀리서 처음 보았을 때 살아있는 커다란 귀뚜라미나 파리매인줄 알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보니 매미였다. 마치 박제를 해놓은 듯 꼼짝하지 않는 매미. 변태한 매미가 등쪽의 갈라진 곳으로 나와 사라지고 껍질만 벽에 붙어 있었던 것이었다.

 고향집 대문 옆에 떡 붙어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
 고향집 대문 옆에 떡 붙어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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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한철 울기 위해 땅 위로 나온다는 매미. 매미가 빠져나간 후지만 남아있는 모습은 매미와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 색이 다르고 등에 날개가 달리지 않았을 뿐.

그런데 매미가 허물 벗은 흔적이 이것뿐이 아니었다. 집 마당을 이곳 저곳 둘러보니 매미가 변태를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중학교 졸업할 때 은사님이 선물해주신 32년된 은행나무 잎에도, 29년 전 새마을 주택을 짓고 처음 이사를 와서 심었던 사철나무 잎에도, 무궁화 잎과 고등학교 졸업 후 마당의 정원을 꾸민다고 심어놓은 철쭉 잎새에도, 허물벗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박제가 된듯 정교한 매미 모습이 놀랍다.
 마치 박제가 된듯 정교한 매미 모습이 놀랍다.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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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암수중 숫놈만 울고 암놈은 울지 않는다고 한다. 8월 중 암수가 교미를 하고 9월에 암놈이 나무가지 목질부 안에 알을 낳고 알이 부화되면 애벌레는 나무에서 흙속으로 내려와 3~7년 동안 5번 우화(허물벗기)를 한다.

흙속에서 애벌레로 있을 때에도 두더지나 지네 등 수많은 적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살아남은 애벌레가 다시 세상밖으로 나와 나무 줄기나 가지나 잎 뒷면 같은 곳에 앞발의 발톱으로 단단하게 매달린다.

 은행나무에 앉아있는 매미의 허물
 은행나무에 앉아있는 매미의 허물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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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 사진들처럼 나뭇잎에 단단하게 매달려 있다 등쪽 허물이 갈라진 곳으로 나온 매미는 2~3시간 날개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첫 비행과 함께 울음을 터트린다.

고작 1~2주의 세상 나들이를 위해 오랜 세월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매미들. 매미가 쉬지 않고 울다 가는 이유는 짧은 삶에 대한 탄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규가 아닐까?

 무궁화 잎에도.....
 무궁화 잎에도.....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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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매미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중국 매미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고향에서 중국 매미를 보았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고향에서만큼은 변함없이 토종 매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과한 욕심일까?

 철쭉나무 아래에 붙어있는 매미의 허물
 철쭉나무 아래에 붙어있는 매미의 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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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쪽 매미가 빠져나온 흔적이 보인다.
 등쪽 매미가 빠져나온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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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두나무 잎에는 두 마리의 매미가 허물을 벗었다.
 앵두나무 잎에는 두 마리의 매미가 허물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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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매미#변태#고향#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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