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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왕자의 장례비용을 고스란히 강도 맞은 일이 생겼다.

 

두어 달 전쯤 거울왕자 박완채(근육병 청년, 20세)군이 안성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위장이 좋지 않아서다.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완채군이 운동도 전혀 못하고, 근육은 자꾸 말라가기에 생긴 하나의 증상이다. 사실 재작년 완채군의 형 윤채군도 이런 식의 증상을 보이다가 하늘나라로 갔다. 윤채군도 완채군과 똑같은 병이었다.

 

"우리 완채도 이제 올해를 못 넘길 것 같아요. 재작년에 우리 윤채도 저러다가 세상을 그만…."

 

완채군의 어머니 엄미자씨의 예상이다. 완채군의 어머니는 벌써부터 완채군의 죽음을 마음 깊숙이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보조금과 의료비보조금 등을 알뜰살뜰 모아 왔었다. 완채군의 장례비용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주 전,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병원에 입원한 완채군을 두고 엄미자씨가 자신의 집에 잠깐 들르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완채군 집에 미리 잠복해있던 강도였다.

 

"돈 있는 거 다 내놔"

"없~~없어요."

"뭐. 그럼 통장이라도 내놔"

"아, 예. 저기에"

"도장도 내놔야지"

 

이렇게 강도의 협박에 못 이겨 통장과 도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비밀번호를 사실대로 말하라는 말에 순순히 따랐다. 그리고는 엄미자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강도는 통장과 도장을 들고 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119에 신고를 해서 엄미자씨는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완채군이 누워있는 바로 옆 병상으로 옮겨졌다.

 

잃어버린 돈이 자그마치 500여만 원이다. 그동안 엄미자씨가 두 아들 장례비용을 위해 알뜰살뜰 모아온 돈이다. 다행히 큰아들 윤채군의 장례식(2007년 9월 경)에 조의금이 조금 들어와서 장례식을 잘 치렀지만, 이제 완채군은 대책이 없다.

 

"목사님, 이제 무슨 희망으로 살아야 하나요. 내 아들 장례비용도 날려버리고, 생활비용도 없고."

 

며칠 동안 엄미자씨는 링거를 맞고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이제야 기운을 내고 일어섰다. 모두가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을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일어선 엄미자씨가 하는 말이 감동이다.

 

"하이고,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죠. 그렇게 생각해야죠. 뭐"

 

'그 강도란 놈도 참 어지간하다. 벼룩이 간을 빼먹지. 어찌 사람으로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한 것은 오히려 나의 생각이다. 반면 완채 어머니는 자기 목숨 건진 것만도 감사하다니. 하기야 저런 맘이니 두 아들을 평생 간호했을 테고, 자신의 조카 3명을 평생 동안 건사했겠지 싶다.

 

이제 완채군과 엄미자씨는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완채군이 아파서도 있지만, 무서워서라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완채군의 어머니 입장에선 오히려 병원이 속 편하다. 그들은 요즘 안성성모병원에서 늘 같이 생활하고 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전 재산 500여만 원을 털렸으니 당장 생활비도 큰일이려니와 완채군의 장례비용을 구할 데도 없다. 재산이 무일푼이니 대출을 내려 해도 힘들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다. 없는 사람은 죽으란 말인가. 어찌 저런 일이 생긴단 말인가. 거울왕자 완채군은 이제 죽으려 해도 장례비용 없으면 맘대로 죽지도 못하게 생겼단 말인가. 어쨌든 엄미자씨의 한숨만 늘어간다.

현재 완채군과 완채군의 어머니는 안성성모병원(031-675-6007) 706호실에 입원 중이다. 엄미자(010-5573-7842)씨에게 위로의 말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더아모의집은 9년 동안 박완채군의 친구로 함께 해왔습니다. 97년도엔 완채군의 형 윤채군의 장례식도 함께 했습니다. 완채군과 그의 어머니에게 힘을 주세요. 


#거울왕자#박완채#더아모의집#근육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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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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