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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우리 역사가 만들어온 가치관과 정신'을 담아내는 KBS의 미니 다큐 '느티나무(매주 KBS 1TV 화-목요일 밤 10:50)'. 수천 년 세월에 짙게 우려진 유무형의 우리문화를 기록 방송하고 그것을 영상라이브러리로 담는 이 느티나무에서 실제로 '느티나무'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제110회, 마음의 구심점, 노거수'가 그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저도 짧게 얼굴을 내밉니다. 헤이리 노을동산의 500살의 느티나무가 이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었고 저는 이 방송에서 노거수가 육체적 휴식과 정신적 회복이 될 수 있음을 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본 지인들의 연락을 통해 저는 그동안 수년간 소원했던, 그래서 연락처조차 잃어버린 몇 분을 새롭게 만났습니다.

 

경기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원 전통예술학과 박영진 교수님입니다. 저의 오래된 선배님입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시다가 저를 알아보시고 불쑥 전화를 주셨습니다. 변함없는 저음의 굻은 목소리가 참 반갑고 든든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김용빈 선배입니다. 3년 이상 밤낮을 같이 했던 만만한 선배입니다. 이 선배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오마이뉴스의 제 메일로 쪽지를 주었습니다.

 

"흰 수염 도사님 반갑습니다. TV프로 느티나무에서 흰 수염 휘날리는 도사님을 보았습니다. 어쩐지 눈에 익어 다시 보니 어릴 적 익히 보았던 얼굴이 아직 남아있더랬지요.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사진과 글로 다시 만나 보니 옛 시절이 새록거립니다. 전화번호 남깁니다. 목소리도 한번 듣고 싶습니다."

 

남겨진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랬지요. 몇 년간 끊어졌던 그 관계는 순식간에 복원되었습니다. 마치 단절된 전선을 잇자마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어제 밤에는 멀리 나미비아의 스와코프문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의 여행길에서 잠시 스친 인연이었습니다. 저는 '이안수'가 맞느냐는 수화기 너머 아프리카로 부터의 목소리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피부, 다른 언어, 다른 나이, 다른 환경…….

 

피상적으로는 어느 하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어 보이는 아프리카의 이 친구와도 모든 다름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교감이 가능했습니다. 피가 흐르는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새벽에 일어나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서재 밖의 풀벌레 소리에 이끌려 정원으로 나갔고 이 이른 시간에 모티프원을 지나는 두 신사 분을 뵈었습니다. 막 해가 돋는 이른 시간에 산책하는 낯선 두 사람을 서재로 모셔서 짧은 시간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분은 목사님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계시다가 이제 갓 헤이리 이웃 동네의 예수로 교회에 목회자로 오신 홍종학 목사님이고 다른 한 분은 중부아프리카의 카메룬에서 7년 전에 한국으로 오신 선교사 벤(Benard Chi)이었습니다. 헤이리의 이웃으로 이미 4년간을 사신 아프리카에서 오신 벤이 새로 오신 한국인 홍 목사님을 모시고 헤이리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전도사가 한국인 목사를 안내하는 이 시간, 저와 대면하고 네팔에서 생산된 아름다운 가게의 Fair Trade Coffee '히말라야의 선물'을 마시면서 맑은 헤이리의 아침을 공유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인연을 참 중하게 여겨서 다양하게 설명을 합니다.

 

낙숫물이 집채만 한 바위를 뚫는 시간을 겁(劫)이라고 말하고 억겁(億劫)의 세월동안 한 번 만날 수 있는 확률을 인연이라고 합니다.

 

'항하사(恒河沙)'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하는 인도의 갠지스강을 일컫는 한자이름이므로 항하사는 '갠지스강의 모래'라는 뜻으로 한량없이 많은 수를 말하지요. 석가모니께서 설법하시면서 인연을 이 항하사에 비유했습니다. 항하의 모래 한 줌이 몇 개이겠는가,를 제자들에게 물었고, 제자들은 무수히 많아 헤아리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항하의 모래 알갱이 숫자는 얼마나 되겠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손바닥 위의 모래 알 개수도 알 수 없거늘 황차 항하의 모래 알갱이 수를 어찌 셀 수 있겠느냐,는 제자들에게 낯모르는 사람이 눈을 한 번 마주칠 인연조차도 갠지스강의 모래알 개수만큼이나 많은 햇수의 기다림이 필요할 만큼 소중하다고 가르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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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두 선배와 아프리카로부터의 전화 그리고 홍 목사님과 벤전도사님과의 조우는 제게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우쳐주었습니다. 저는 이 아침,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인연의 중함을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인연,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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