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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자전거로 강변북로 아래 한강자전거도로를 따라 서울숲으로 나아가다, 연어처럼 중랑천(한천)으로 거슬로 올라 행당동에 이르면 2호선 전철이 오가는 성동교 인근에 돌다리가 보입니다.

옛부터 청계천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금의 성동구 왕십리, 한양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개울을 살곶이라고 했는데, 이 살곶이다리를 통해 사근동 남쪽에서 성수동으로 사람들이 오갔습니다.

이곳은 동으로 강원도 강릉으로 가는 길이 있고, 동남쪽으로는 송파에서 광주-이천을 거쳐 충주와 죽령을 넘어 영남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성수동 한강변에 이르는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또한 넓고 풀과 버들이 무성해 조선초부터 나라의 말을 먹이는 마장 또는 군대의 열무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성동교 인근에서 바라본 전곶교
 성동교 인근에서 바라본 전곶교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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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살곶이다리는 조선시대 도성내 교량인 금천교, 수표교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 다리 중 하나였으며, 당시 한양과 동남지방을 연결하는 주요통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가장 긴 석조다리가 만들어진 계기는 정종과 태종의 잦은 행차 때문인데, 세종 즉위 후 태종은 광나루에서 매사냥을 즐기고, 전곶에 있는 낙천정과 풍양이궁에 수시로 행차하면서 살곶이의 내를 건너기 위해 다리를 놓게 되었습니다.

세종2년(1420) 5월 상왕인 태종은 영의정 유정현, 박자청으로 하여금 공사를 담당하게 하여 석교를 세우는 일을 시작했으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중단되었고 이후 태종이 죽고 세종 3년부터 시작된 도성안 개천축성공사로 인해 도성 밖 공역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 석조다리가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고 있었다.
 조선시대 석조다리가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고 있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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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곶이다리=전곶교=제반교=이층다리 이름도 많은 돌다리

하지만 이 길을 이용하는 백성들로 인해 살곶이다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성종 6년(1475) 9월 다리를 완성시키라고 양주목에 명령했다 합니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성종 13년(1482) 한 승려가 방법을 고안해 다리를 완공하게 되자 왕이 이를 높이 치하하고 다리가 옥우 같이 평평하여 마치 평지를 걷는 것 같다 하여 '제반교'라는 이름을 붙이게 했다고도 합니다.

살곶이다리, 제반교라는 이름을 가진 전곶교는 조선초 만들어진 장석판교 중 가장 큰 규모의 다리로, 횡단으로 기둥이 4열, 종단으로 16열이며 모두 64개의 돌기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기둥돌 아래에는 네모난 주초가 있고 물밑에는 주초받침돌이 주초를 받고 있으며 초석 사이에는 포석을 깔아 기초를 단단히 했습니다.

따라서 물이 줄 때는 이 포석면이 드러나 마치 지금의 잠수교와 같아 '이층다리'라고도 불렀다 합니다. 돌기둥의 모양은 마름모형으로 흐르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고안되었고, 큰 혹띠기로 표면을 가공하여 조립할 때 잔돌을 많이 사용해 뜬 곳을 메웠고 석난간은 없습니다.

옛조상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살곶이다리
 옛조상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살곶이다리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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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때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살곶이다리의 일부를 헐어다가 석재로 썼다고도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합니다. 이후 1913년 다리 상면을 콘크리트를 사용해 보수했고 1920년대 서울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살곶이는 일부가 물에 떠내려간 채 방치되었고, 그 후 늘어난 교통량에 대처하기 위해 장마와 홍수에도 사용할 수 있는 성동교가 1938년 5월 가설되자 이 다리는 1972년까지 방치되어 왔다 합니다.

전곶교가 1967년 12월 사적 제160호로 지정된 뒤, 서울시가 1972년 무너진 다리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했는데 하천의 폭이 원래보다 넓어져 다리 동측에 콘크리트 교량을 잇대어 증설함으로써 원래 모양새를 다소 잃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백성들이 오갔던 돌다리로 서울시민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가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물 위의 다리를 걷는 것처럼...

한강 물길 따라 역사가 다리 사이로 흘러간다.
 한강 물길 따라 역사가 다리 사이로 흘러간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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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살곶이다리, #전곶교, #한강, #중랑천,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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