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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씨티 신천의 라면집에서 단체사진
라면씨티신천의 라면집에서 단체사진 ⓒ 김준희

한국인 중에서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연간 일인당 라면 소비량은 세계 1위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면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간단한 한끼 식사로도 늦은 밤의 간식으로도 적당한 라면,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국물은 소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이렇게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동호회가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카페 '라면씨티(http://cafe.naver.com/ramyunciti)'가 바로 그것.  2008년 1월에 문을 열었고 현재 회원수는 약 1700여 명이다. 서울 신천에 있는 한 라면집에서 8월말 이들 몇몇을 만났다. 라면 동호회답게 라면집에서 모임을 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모임이나 번개가 아니라 시식회라고 한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일본식 라면집 '쿠이도라쿠'에서 동호회원들을 초대해서 시식회를 열어준 것이다. 라면카페 회원들의 입소문을 타면 가게의 홍보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자리에 앉자 메인요리인 라면에 앞서서 간단한 요리가 나왔다. 라면씨티의 매니저인 씨티보이에게 카페를 만들게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다음(Daum)에 있는 라면카페 '라면천국'에서 제가 운영진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네이버에도 라면카페를 하나 만들어보자 라고 생각해서 작년에 만들게 됐죠. 라면천국과 함께 연동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라면씨티의 모태가 라면천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날 모인 회원들 모두 라면천국과 라면씨티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라면천국의 회원수는 6만여 명, 10년의 역사를 가진 장수카페다. 그래서 라면천국에서는 10주년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하면 라면씨티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도시적인 감각을 살리고 싶어서 '라면씨티'라는 카페명을 붙이게 되었다고.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인 곳 '라면씨티'

라면씨티 카페 매니저인 씨티보이
라면씨티카페 매니저인 씨티보이 ⓒ 김준희

라면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인 만큼 라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한 회원은 많이 먹을 때는 하루에 세끼를 모두 라면으로 채웠다고, 지금도 일주일에 대여섯번은 꼭 라면을 먹는다. 음식 동호회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할까?

"주된 활동은 라면 봉사활동이죠. 한달에 한두 번 정도 특정 지역 사회복지관을 찾아가서 혼자사는 어르신들에게 라면을 끓여드려요. 한 번 할 때 사용되는 라면 수가 약 1000개 정도구요. 다섯 군데 지역에서 같이 열리니까 한 장소에서 보통 200개 정도의 라면을 끓여요."

사회복지관의 식당을 빌려서 그곳에서 어르신들에게 라면을 대접한단다. 한 장소에서 200개의 라면을 끓이려면 어떻게 끓이는 것이 제일 좋을까. 작은 냄비에 하나씩 끓이려면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테니, 보통 20~25개 정도를 함께 끓인다.

사용되는 라면은 모두 라면회사에서 협찬해주고 밑반찬은 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제공한다. 날짜와 시간에 맞춰 라면회사에서 필요한 분량을 사회복지관으로 직접 보내준다. 이런 행사를 치르려면 한 장소에 최소 7명 정도의 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계속 라면을 끓이고 다 끓인 라면은 그릇과 접시에 담아서 운반해야 하고 설거지까지 해야 하니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예전에 중계동에서는 단 두 명이 봉사활동을 한 적도 있었어요. 그때는 복지관 식당 아주머니들이 많이 도와주셨죠."

이런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이다.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뭔가 좋은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되었다고. 지금은 매달 치르는 정기적인 행사가 된 것이다. 현재는 서울경기 지역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지만 차츰 지방으로도 늘려갈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행사, 라면 봉사활동

쿠이도라쿠 일본식 라면
쿠이도라쿠일본식 라면 ⓒ 김준희

쿠이도라쿠 일본식 라면
쿠이도라쿠일본식 라면 ⓒ 김준희

포항에서 올라왔다는 한 회원의 닉네임은 '아라봉사랑'이다.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았더니 '아름다운 라면 봉사활동 사랑'의 약자란다.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을 때면 라면봉사활동 하는 날짜에 맞춰서 올라오고, 봉사활동에 참가한 다음에 다시 포항으로 내려간다고.

대화를 하는 도중에 메인요리인 라면이 나왔다. 일본식 라면으로 국물에서 마치 순대국같은 향이 난다. 이 가게의 팀장에게 물어보았더니 돼지뼈를 장시간 끓여서 국물을 낸다고 한다.

라면을 종류별로 탁자에 주욱 늘어놓고 맛을 본다. '국물 맛이 좋다'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만큼 자기만의 독특한 요리법도 있을 것이다. '아라봉사랑'의 경우는 된장국이나 미역국 등에도 라면을 넣어서 끓여 먹는단다. 이렇게 성향대로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 라면의 묘한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조리법이 나온다. 라면을 끓일 때 양파와 표고버섯 등 다른 재료를 넣어서 끓여먹기도 하고, 면을 살짝 구웠다가 끓이면 면발이 더 쫄깃해지기도 한단다. 끓이지 않은 생라면을 부숴서 술안주로 해도 괜찮단다. 보통 생라면을 먹을 때는 스프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면에도 기본적으로 양념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냥 생라면으로 소주 안주를 해도 좋다며 꼭 시도해 보라고 권한다. 한 회원은 이런 말을 한다.

"하이엔드의 끝은 순정이죠."

이 이야기는 라면을 끓일 때 다른 첨가물 없이, 라면봉지에 적힌 조리법 그대로 끓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라면 고유의 맛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좋아하는 라면의 종류도 모두 다르고, 끓이는 방법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컵라면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 끓이는 라면에 비해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컵라면을 먹을 때도 용기에서 면을 꺼내서 끓여먹는다고 한다.

몸에 안 좋지만 앞으로도 계속 라면을...

라면씨티 카페의 회원들
라면씨티카페의 회원들 ⓒ 김준희

"끓이기가 적당하지 않으면 그릇에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어요. 그렇게 하면 면발이 더 쫄깃해지니까 그냥 컵라면보다 더 맛있죠."

라면이 몸에 안 좋다는 이야기도 많다. 이들도 라면이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면을 끊거나 줄일 계획은 없단다.

"그래서 좀 다른 방식으로 끓이기도 해요. 육수를 만들어 두었다가 거기에 면을 넣고 끓이기도 하고. 라면스프가 짜게 먹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거라서 스프를 반만 넣고 끓인다거나 하죠."

한 회원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라면이 몸에 안 좋기는 해도,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어서 생기는 스트레스도 있잖아요. 그런 스트레스도 몸에 안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냥 라면 먹고 대신에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평소에 라면을 많이 먹고 즐기는 편이니 자주 가는 라면집이나 괜찮은 라면집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씨티보이에게 라면 맛집을 몇 곳 추천해달라고 해보았다.

"홍대 앞에 있는 '일공육라면' 이 집 유명하죠. 또 홍대 앞에 '새싹라면'도 괜찮고, 인천에 있는 '맛좀 볼래'도 괜찮구요. 이 근처 선릉에 있는 '황토군 토담면 오다리' 여기도 좋죠."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 음식들이 나온다. 차가운 냉사케도 한 잔씩 놓였다. 따뜻한 라면 국물에 먹는 차가운 사케, 이것도 늦여름의 괜찮은 별미일 것이다. 어떤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좋아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라면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라면천국의 역사는 10년이고 라면씨티의 역사는 1년이 조금 더 되지만, 라면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들의 모임도 계속 될 것이다.


#라면씨티#쿠이도라쿠#쓰레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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