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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가 잔잔하다. 지난번에 내린 비에도 호수는 가득 차지 않았다. 만수위가 아니어서 더욱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넉넉하게 만들어준다. 흔들림 없는 호수는 편안하게 해준다. 일상의 조급함이 시나브로 멀어진다. 영글어가고 있는 밤송이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빨갛게 익어가는 감은 가을을 보여준다.

 

 

  용담호.

  전북 진안군에 위치하고 있는 큰 호수다. 호수의 물은 상수원수로서 보호관리 되고 있다. 그동안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날 지경에 이르렀었는데, 이번 비로 인해 물이 많이 찼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일도 하늘은 단번에 해결해주었다.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비룡탑을 본다. 두 마리의 용이 수몰된 고향을 바라보고 있다. 댐이 건설됨으로서 수몰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였다. 그들이 심정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하여 세운 탑이다. 전설에 깃든 용을 형상화하여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하기 위함이어서 그런지 더욱 더 정감이 간다.

 

  호수에 어린 가을들을 본다. 밤송이에도 가을은 걸려 있고 빨갛게 익어가는 홍시에도 가을이 웃고 있다. 여름은 속절없이 힘을 잃어가고 있고 그 자리는 가을이 대신하고 있다. 바뀌는 계절을 확인하면서 무심한 세월을 아쉬워한다. 계축년의 여름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허무한 마음이 앞선다.

 

 

  조상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댐 건설로 인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향을 등지게 된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한다.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들이 참 부러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를 이어서 살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수몰이란 현실은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을 고해라고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날 수 없어서 고통스럽고 얼굴도 보기 싫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게 한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원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보게 된다. 인생이 고통의 연속인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 의해서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함으로 인해 아픔은 커지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계속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은 간단하다.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리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행복한 인생을 구축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심으로 존중하고 인정하면 된다. 낮은 곳으로 임하면서 먼저 배려하는 된다.

 

  옥정호에 어린 가을을 바라보면서 망향 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뿌리가 흔들림으로 겪었을 방황을 통해 새로운 시작의 에너지를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장애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가을에는 낮추고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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