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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대안은 없다."

'공간초록' 3주년 기념 문화제의 하나로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가 29일 저녁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열렸다.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는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천성산 구간(원효터널) 공사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나면서 시작되었는데, 이날 행사는 다섯 번째 열린 토론회였다. 이날 주제는 "4대강 정비사업, 그리고 그 이후"였다.

'공간초록'은 도롱뇽 소송(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이 끝나갈 무렵인 2006년 8월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습지와새들의친구를 비롯한 환경문화단체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3주년을 맞아 28~29일 사이 '기념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아이 손을 잡고 온 주부까지 포함해 1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 토론회는 밤 늦게까지 진행되었다. 4대강정비사업과 그 이후 벌어질 '재앙'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29일 저녁 부산대교 앞 공간초록에서는 3주년 기념 문화제의 하나로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박재현 교수, 남준기 기자, 지율 스님, 김경철 사무국장.
 29일 저녁 부산대교 앞 공간초록에서는 3주년 기념 문화제의 하나로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박재현 교수, 남준기 기자, 지율 스님, 김경철 사무국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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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이제 을숙도에 가고 싶지 않다"

먼저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율 스님은 지난 3~4월 사이 한 달 동안 태백에서 을숙도까지 낙동강을 답사했다. '공간초록'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던 지율 스님은 3년의 활동에 대한 소감도 나타냈다.

"천성산 지키기 할 때는 종교인이라서 식당 가기도 힘들었다. 도롱뇽소송이 끝난 그날 저녁 몇몇 사람들이 술자리를 했는데, 그 옆에 끼어 있다가 '공간초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오늘 그때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탰던 사람 외에 새로운 얼굴을 보니 가슴이 벅차다."

지율 스님이 29일 저녁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열린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에서 4대강정비사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29일 저녁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열린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에서 4대강정비사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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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님은 "요즘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의 싸움은 끝난 게 아니다. '도롱뇽 소송=2조 손실'이라고 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과도 관련 소송을 하고 있다.

"갑자기 힘이 든다. 이 시점에서 그동안 누구와 싸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싸움의 대상은 누구인가. 운하 문제도 어디로 옮겨 갈 것인가. 앞으로 무엇이 닥칠 것인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저 자신도 돌보지 않고,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말도 잃고 생각도 잃었다. 싸우면서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든다."

지율 스님은 화원유원지 등 낙동강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항공사진을 보여주었다. 강 둔치며 도로에 덤프트럭이 개미처럼 줄을 지어 서 있는 사진이다. 지율 스님은 한 곳에서 80대 내지 100대의 트럭이 서 있는 모습도 보았다고 한다.

"모래를 퍼다 나르기 위해 트럭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정부는 강의 폭을 넓히겠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보면 둔치를 없애고 있다. 둔치에는 논과 밭이 있는데 말이다."

지율 스님은 "그곳에서 공사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저녁 노을에 물든 을숙도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을숙도를 관통하는 명지대교 교각 상판 사이로 노을이 물들고 있는 사진이다.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은 명지대교 건설에 반대하며 소송까지 냈지만 공사는 강행되었고, 곧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을숙도에 15번 정도 간 것 같다. 공교롭게도 거의 대부분 해 저물녘이었다. 우리는 명지대교 건설을 그렇게 반대했다. 교각이 세워지고 상판이 연결되어 있었다. 지난 봄 한 달 가량 낙동강 답사를 하며 마지막으로 들렀다. 명지대교가 건설되면서 이전 을숙도의 모습은 사라졌다. 을숙도에 다시는 가 보고 싶지 않다."

지율 스님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4대강정비 사업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다시 저를 내려놓고, 여러분과 또 다시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남준기 기자 "지천의 수질부터 개선해야"

남준기 <내일신문> 기자.
 남준기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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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내일신문> 기자가 앞에 섰다. 그는 세 차례 낙동강 탐사보도를 했다. 그는 "이전에는 대구 밑 고령까지 바닷물이 들어 왔다고 한다"면서 "운하 하고 싶은 사람들은 부산~대구 사이 해발 고도는 18m 차이가 나는데, 강을 그 깊이만큼만 파면 운하를 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년에 촬영한 태백의 한 제련소 사진을 보여 주었다. 저수지가 있는 제련소다. 이 공장은 낙동강 바로 옆에 있다. 남 기자는 "정부가 4대강을 살리겠다고 한다면 이런 공장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 가 봐도 폐수가 나왔다. 제련소 아래 낙동강 상류 흙과 돌은 이미 폐광에서 나온 찌꺼기로 뒤덮여 있다. 이는 아마도 낙동강 상류에서 검출된 카드늄의 원인이 될 것이다. 폐광 찌꺼기를 그냥 낙동강에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낙동강 상류 수질은 괜찮다고 한다. 태백, 안동, 영주, 상주까지 지난해 정부가 측정한 수질은 1.0ppm 이하로 1급수였다는 것. 구미시의 상수원인 강정취수장의 수질은 1급수였지만, 구미와 대구를 지나면서 수질은 두 배 가까이 나빠졌다고 그는 설명.

남 기자는 "정부는 모래톱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걱정이다"면서 "물은 모래 사이를 자유롭게 흘러가면서 정화되는데, 모래톱이 없다면 수질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상류 수질은 좋은데, 구미와 대구, 왜관을 지나며 나빠지고 있다. 구미 인근에는 6개의 지천이 있다. 지천의 상태를 보면 매우 오염이 심각하다. 진천천은 올해 하수관을 매설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지천을 그대로 둔다면 낙동강 수질은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남준기 기자는 "4대강정비사업을 하면서 골재 채취를 하면 수질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보를 설치하면 유하기간은 더 늘어나고, 그러면 수질은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김경철 사무국장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정상 보고서 아니다"


김경철 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국장이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열린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김경철 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국장이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열린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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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국장은 어릴 적 기억부터 더듬었다. 그는 낙동강 하구 신평에서 살았다. 지금도 부모들은 그곳에서 사신다고 했다. 그가 습지 보전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

그는 "잃어버린 과거를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 4대강사업을 막지 못하면 우리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천부터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금수강촌 만들기' 정책에 대해, 그는 "이전 정부부터 농촌 살리기를 한다고 했는데 왜 이전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에서 만든 관련 자료를 보면 배수펌프장 위에 '와인카페'를 짓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펌프장 위에 카페가 있으면 과연 누가 와서 와인을 마시겠느냐. 말이 안된다. 4대강정비사업은 농촌도 파괴시킨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낸 낙동강 정비사업의 하나인 '제2하구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전에 하구둑을 만들 때 정부나 부산시는 무엇이라고 했나. 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매립한 곳은 지금 거의 대부분 공단이 됐다. 지금도 정비사업이며 제2하구둑 이야기를 하면서 습지 보전이라고 한다. 김해·양산지역 구간을 정비한다는 것은 강에 있는 모래톱을 잘라내고 절개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굽이쳐 흐르는 강을 직선으로 내겠다는 것인데, 걱정이다."

최근 정부가 낸 '낙동강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에 대해, 그는 "어떤 항목 조사를 보면 사흘만에 해치우기도 했고, 올해 6월 24일 발주했는데 보고서 초안은 한 달만에 나왔다"면서 "보고서가 형식적이고 비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보면, 낙동강에 법적보호종은 황조롱이 1개체뿐이라고 했다. 어떻게 낙동강에 법적보호종이 1개체밖에 없나. 그 대책을 보면 황조롱이는 '떠났다가 다시 올 것'이라고 해놓았는데, 이게 무슨 대책인가. 이처럼 다른 항목도 마찬가지다. 정상 보고서가 아니며,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되어 있다."

김경철 사무국장은 "4대강 정비사업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4대강정비사업은 운하보다 더 나쁘다. 운하는 강만 파면 된다고 하지만, 4대강사업은 강 주변까지 더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교수 "정부가 거짓말 하고 있어"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열린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에서 4대강정비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열린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에서 4대강정비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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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일부에서는 환경운동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한다"면서 "앞으로 환경운동은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되었으면 한다. 생명에는 대안이 없지만 사업에는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박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고맙다"면서 "그것은 공부를 많이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정비사업이 나오고 난 뒤 낙동강 답사를 여러 차례 다녔다. 이전 같으면 구석구석까지 살펴 보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4대강정비사업을 하면서 내세운 목적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중에 '기후 변화 대비'라는 게 있다. 치수와 관련해 내놓은 수치가 말이 안된다. 기후변화도 어떻게 해 왔고 어떻게 준비하면 되겠다는 논리가 없다. 4대강의 물 부족에 대한 대책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정부가 국민한테 거짓말 하는 것은 엄청난 죄악이다."

"정부에서 낸 국가보고서는 법정계획서다. 그만큼 중요하다. 수치는 법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부에서 낸 자료를 보면, 물 부족의 지표가 부적절하다. 물 확보 계획도 과도하게 세워 놓았다."

박 교수는 "4대강 정비사업에 있어 전체 물 확보량의 70%가 낙동강에 치중되어 있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붓는다고 보느냐. 그것은 결국에는 운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래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1970년대 이후 네 차례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창녕 남지대교 부근의 사구(모래)를 보면 움직인다"면서 "물길이 변하면서 사구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고, 사구가 움직이면서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한다. 공학적으로 준설하면 안되고, 사구는 물의 흐름에 있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흘러가다 에너지가 넘치면 모래를 끌고가며, 그러다가 모래를 내려놓으면서 모래톱을 만들기도 한다"면서 "모래가 없으면 물은 둔치의 모래를 가져 갈 것이고 그것조차 없으면 제방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대강사업은 운하거나 운하와 유사한 형태로 가는 것"이라며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 가치관이 바뀌어야 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 같이 4대강사업도 국민의 힘이 크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가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4대강 정비사업, 그리고 그 이후"라는 주제로 열렸다.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가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4대강 정비사업, 그리고 그 이후"라는 주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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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가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밤 늦게까지 열렸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공간초록의 방과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
 '생명의 대안은 없다' 토론회가 29일 저녁 공간초록에서 밤 늦게까지 열렸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공간초록의 방과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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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정비사업, #공간초록, #낙동강, #을숙도, #지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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