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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낸 서신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파문은 내년도 국방예산의 적절한 증가율을 둘러싼 논란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올해 대비 7.9% 늘어난 30조7817억 원으로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청와대의 강력한 삭감 의지에 따라 현재 3.5% 증액 선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5% 증액으로 최종 결정날 경우 7.9% 증액시에 비해 2조원 가량의 국방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희 장관은 서신에서 "진보·좌파 정부라 불리는 지난 정부에서도 평균 8.9%의 국방비 증가를 보장했다"며 "과거 정부에 비해 현 정부가 오히려 국방을 등한시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장관은 예산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책정한 내년 국방예산 지출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서 정부 지출을 줄이더라도, 국방예산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증강이 우선... 병영환경 불편은 감내 가능"

 

국방부가 6월말 재정부에 요청한 내년 예산(일반회계)은 30조8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28조5000억 원)보다 7.9% 증가한 금액이다. 이것은 기획재정부가 국방부에 제시한 지출한도 3.8%를 2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지출 한도란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도 예산 증가율로 일종의 가이드라인 구실을 한다.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지출한도를 2배 이상 초과한 국방부의 예산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또 장병들의 병영생활 관련 예산보다는 전력증강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이 장관은 서신에서 "경제가 어려워 재정을 긴축해야 한다면 인건비, 급식, 주거 등 경상운영비에 국한돼야 한다. 병영 환경의 불편은, 지난 60년 동안 참아 왔듯이 앞으로도 몇 년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군 전력 증강을 위한 항목인 방위력 개선비의 증가율 한도를 5.5%로 제시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 수준의 증가율로는 방위력 개선이 아니라 후퇴로 이어진다고 주장 했다. 이 장관은 그 근거로 내년 방위력 개선비 중 98.6%가 이미 계약이 체결된 계속 사업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계약이 체결된 사업의 일정순연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는 방위력개선사업은 매년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예산상황에 따라 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또 경상운영비로 분류되는 전력유지비 감소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전력유지비가 줄어들면 각종 무기를 수리하기 위한 부속품이나 장비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소중한 장병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불상사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미 국방장관까지 동원해 국방예산 증액 시도?

 

여기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수리 부속품의 경우 보유분이 있기 때문에 한두 해 예산이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지장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 장관의 서신에는 한미동맹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일각에서는 부족한 전력은 한미 연합전력으로 보완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난해 미 게이츠 국방장관은 한국의 낮은 국방비 투자를 지목하면서 한국이 한미 동맹관계에 무임승차(free-ride)하려 한다며 간접적인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6년에 미 럼스펠드(국방) 장관은 미국은 GDP(국내총생산)의 4%선을 국방비에 투자하는 데 비해 현실적인 안보위협이 있는 한국은 2.7%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방장관의 항의서신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진 적정 국방예산 논란의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전문지 D&D 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국방부가 미래전에 대비한다면서도 대규모 병력 유지를 전제로 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재래식 지상전에 편중된 군의 군살빼기 노력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방만한 국방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태그:#이상희 장관, #항의서한 파문, #국방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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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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