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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일단의 젊은 선생님들

.. 에어컨 바람이 그리워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가던 김지 씨가, 그곳에서 시위를 벌이던 일단의 젊은 선생님들과 마주친 것이다 ..  《불한당》 3호(2003.가을.) 133쪽

"마주친 것이다"는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만, "마주쳤다"나 "마주쳤단 말이다"나 "마주치고 말았다"로 다듬어 봅니다.

 ┌ 일단(一團)
 │  (1) 한 덩어리
 │   - 일단의 뭉게구름
 │  (2) 한 집단이나 무리
 │   - 벌써 일단의 인부들 무리가 새카맣게 창고로 몰려가고 있었다 /
 │     사진의 좌편에 총을 겨누고 있는 일단의 군인들이 있었다
 │
 ├ 일단의 젊은 선생님들과
 │→ 젊은 선생님들 한 무리와
 │→ 젊은 선생님들 무리와
 │→ (뭉쳐 있는/모여 있는) 젊은 선생님들을
 └ …

일본사람들은 일본말을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一團の(무엇)'이라고 글을 쓰고 말을 합니다. 일본사람으로서 마땅한 모습입니다.

한국사람들은 한국말을 하지 못하거나 않습니다. 지난날 일제강점기부터 스며든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에 매여 일본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또는, 좀더 앞선 때에 중국에서 들여온 중국 한자말과 한문으로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때로는, 해방 뒤부터 밀려든 영어를 섞거나 영어를 통째로 집어넣으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 일단의 뭉게구름 → 뭉게구름 한 덩어리
 ├ 일단의 인부들 → 일꾼들 무리 / 일꾼들이 한 무더기
 └ 일단의 군인들 → 군인들 여럿 / 군인들 몇몇

이 보기글에서는 "시위를 벌이던 젊은 선생님들과 마주쳤다"로 손질해 주어도 잘 어울립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만 적으면 그만입니다. 더도 없고 덜도 없습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 또한 매한가지입니다. "일단의 뭉게구름이 몰려온다"고 말할 분이 있을까 궁금한데, 우리가 올바르게 우리 말을 하는 사람이라 한다면 마땅히 "뭉게구름이 잔뜩 몰려온다"고 이야기합니다. 또는, "뭉게구름이 떼지어 몰려온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보기글은 "벌써 일꾼들이 잔뜩 무리지어 새카맣게"처럼 이야기하거나, "사진 왼편에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이 잔뜩 있다"처럼 이야기합니다. '잔뜩'이나 '가득' 같은 꾸밈말을 넣으면 되고, "무리지어 있다"나 "떼지어 있다"처럼 적어 주어도 됩니다.

괜스런 한자말 '一團'을 딱히 쓸 까닭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한자말이라고 하여 모두 몰아내거나 씻어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일단'이라는 한자말은 우리 삶을 얼마나 밝히거나 북돋우거나 살찌우고 있는지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로서는 '무리-떼-모임' 같은 말로 넉넉하지 않을까 싶고, 글흐름에 따라 알맞게 여러모로 풀어내면 즐겁지 않을까 싶습니다.

ㄴ. 일단의 군인들

.. 그해 9월 19일 손티 장군과 일단의 군인들이 무혈 쿠테타를 일으켜 탁신을 몰아냈고, 이 쿠테타를 푸미폰 국왕은 승인했다 … 한 무더기 젊은이들을 지붕 위에 가득 실은 버스가 시끌벅적하게 지나갔다 ..  《이유경-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인물과사상사,2007) 245,271쪽

"무혈(無血) 쿠테타를"은 "피를 흘리지 않는 쿠테타를"이나 "아무도 쏴죽이지 않은 쿠테타를"로 다듬습니다. '승인(承認)했다'는 '받아들였다'로 손봅니다. '지붕 위에'는 '지붕에'로 손질해 줍니다.

 ┌ 일단의 군인들이
 └ 한 무더기 젊은이들을

보기글 앞쪽은 "일단의 군인들"이지만, 보기글 뒤쪽은 "한 무더기 젊은이들"입니다. 이 글씀씀이를 헤아린다면, 보기글 앞쪽 또한 "한 무더기 군인들"로 적을 수 있었고, 이렇게 적어 주어야 알맞는 셈입니다.

 ┌ 손티 장군과 군인들이
 ├ 손티 장군과 이이를 따르는 군인들이
 ├ 손티 장군과 몇몇 군인들이
 ├ 손티 장군과 떼지은 군인들이
 └ …

알맞게 적어 주면 됩니다. 넉넉히 적어 보면 됩니다. 내 뜻을 고스란히 담고, 내 넋을 살포시 실으면 됩니다.

내가 들려주는 말이 어떤 사람들한테 어떻게 들릴는지를 떠올립니다. 내가 끄적이는 글이 누구한테 어떤 느낌으로 읽힐는지를 헤아립니다.

생각 하나 옳고 또렷하게 나타내는 일과 함께, 내 생각을 듣거나 읽을 사람들이 마음에 담을 낱말과 말씨 하나 옳고 바르게 품을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생각만 건네지 않습니다. 우리 생각을 담아내는 말틀과 말투와 말씨를 함께 건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토씨 ‘-의’#-의#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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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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