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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중학교 1학년인 혜준이가 말했다. 펜싱을 같이하는 선배 중 1명이 기침하고 열이나는 신종플루 의심환자라고. 그리고 같은 반 짝꿍이 어제 하루종일 열이 나면서 기침을 했다고. 아무래도 신종플루 같다고.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선생님이 병원으로 보냈냐고, 검사는 받았냐고. 아이는 대답했다. 하루종일 같이 공부했다고. 혹시 신종플루면 자기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론 짝꿍의 증세가 아이의 주관적인 판단에 불과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3천 명이 넘어서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가고 있다. 인구 7만 명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가까운 전남 화순군의 경우 현재 화순군보건소가 비축하고 있는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 물량은 581명분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2명이나 나온데다 정부가 1인당 1번씩만 치료약을 제공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에 따른 불안도 만만치 않다.

 

한편으로는 별거 아니겠지 하는 마음도 있다. 심할 경우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이 창궐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무사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불안하다. 내가 또는 나의 가족이, 내 주변 사람들이 신종플루에 걸릴까봐 두렵다. 치료약이 얼마 되지 않고 일부지역에서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한숨이 나온다. 신종플루에 걸리고 증상이 심각해 치료약이 필요하지만 필요한 약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까봐 두렵다.

 

지난 25일 화순군 보건소에서는 보건소와 의료기관, 약국, 교육청, 사회복지시설, 보육시설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종플루 예방 종합대책회의가 열렸다. 화순군도 화순군보건소를 중심으로 신종플루 대책본부(본부장 부군수)를 구성하는 등 신종플루 확산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최일선에서 신종플루 관련 업무를 진두지휘해야할 화순군보건소는 확진환자의 격리여부를 놓고 내부에서조차 이견을 보이면서 불안만 가중시켰다. 

 

타미플루, 신종플루 예방 효능이 있다는데...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일선 의료기관에서 신종플루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고위험군의 환자가 예방차원에서 치료제 처방을 요구하자, 감염자가 아님에도 치료제를 처방한 사례가 보고됐다.  '곧 해외에 나가야 하는데 예방차원에서 치료제를 처방해 줄 것을 강경하게 요구'한 내원객이 병원에서 신종플루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례도 보고됐다.

 

일각에서는 타미플루가 치료제뿐 아니라 예방의 효능도 있다고 말한다. 관내 모 병원장은  "타미플루 용법을 보면 예방차원으로는 하루 1번 1알씩 10일간을, 치료차원으로는 하루 2번 1알씩 5일간 복용'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치료제로서의 효능도 있지만 복용을 함으로써 예방도 가능하다는 소리다. 순간 번뜩 스치는 생각. 일명 사재기. "그래, 예방차원에서 나중에 약이 없을 때를 대비해 가족수대로 지금 시중에 약이 있을때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보관해 놓아야겠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 현재 건강한데도 타미플루 처방을 받을 수 있을까? 과연 사재기가 가능할까? 그런데 참 사재기가 가능하단다. 일부 지자체의 시중약국에서는 비축된 타미플루가 동이나 처방을 받아도 구할 수 없다는 보도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곧 해외로 출국해야하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하면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재기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 타미플루 10알을 처방받는데 3만8천 원이란다. 우리 가족이 5명이니 19만 원이 필요하다. 에고 한숨이다. 

 

하지만 신종플루를 놓고 갈팡질팡 우왕좌왕 하는 보건소의 모습을 보면 사재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종플루로부터 나와 내가족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대책회의에서 의료기관 관계자는 "항바이러스제를 확진환자에 대해서만 처방하는지, 의심환자에 대해서도 처방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보건소 관계자들은 59세 이하 소아와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 예방차원에서 처방해도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일부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의사판단여부에 따라 의심환자에게도 처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각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것 같은 환자에 대해서만 처방하라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확진환자 중에서도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만 처방하라는 것이다. 모 관계자는 해외출국을 앞두고 있는 주민이 원할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차원에서 처방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종플루 의심환자에 대해 모 관계자는 의사협회측에 감기약을 평소보다 독하게 처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진료에 따른 처방은 의사의 고유권한이고 현재 의심환자에 대해서도 확진검사없이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할 수 있으니 의사의 판단에 따라 고위험군이 됐든, 고위험군이 아니든 알아서 처방하라는 것이다.

 

환자든 아니든 의사가 처방하고 싶으면 싶은데로 알아서 처방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뭐 좋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해외에 나간다면 예방차원에서 필요하겠기에. 불안한 사람이 돈을 주고 사 먹으면 되니까.

 

약만 충분하고 무제한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 누구에게 처방되든 무슨 상관인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약을 구할 수 있다는데야.

 

문제는 타미플루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하지만 치료약이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날 의료관계자는 말했다. 질병본부장이 다국적제약회사를 상대로 타미플루 확보를 위해 출국한 것은 '구걸하러 간 것'이라고. 이미 선진국 등에서는 앞으로 생산될 물량까지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로 질병본부장은 신종플루로 인해 우리국민들이 죽을지도 모르니 제발 우리에게도 약좀 달라고 사정하러 간 것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타미플루의 처방기준 등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화순군 보건소의 태도는 참석자들을 더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대책회의 참석자들은 보건소의 태도를 보고 "항바이러스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처방이 되서는 안된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처방을 할지 내부지침이 정해져야 한다"고 건의했다. 화순관내에 비축된 양만이라도 항바이러스제의 처방을 어느 정도 통제해 함부로 투약이 이뤄지는 일을 막고 화순에서만이라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투약되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인 것이다.

 

이날 보건소는 확진환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전달하지 못했다. 모 관계자는 '확진환자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 목포 국립병원으로 이송, 격리치료토록 해야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모 관계자는 '환자가 격리 이송 등을 원하지 않을 경우 자택에서 격리치료를 받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확산방지를 위해 화순중앙병원을 거점치료병원으로 지정, 40개 병상을 확보하고 화순읍 로얄온천장을 격리소로 확보했으면서도 확진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화순지역 거점치료병원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 입원 격리치료시키기 보다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병원 또는 자택에서의 격리치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자택에서 제대로된 격리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가족을 통한 2차 전염 등으로 인해 신종플루가 화순군 전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화순보건소, 확진검사 요구하는 환자 방문 거절

 

최근 화순인근 광주광역시에서는 중학교에서 확진환자가 발생, 관내 보건소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확진검사를 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화순군보건소에서는 확진검사를 요구하는 환자의 방문을 거절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검사하면 검사비가 무료지만 확진검사에 필요한 인후도말 킷트 보유량이 2개에 불과해 의심환자가 검사요청을 해도 검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확진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거점치료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화순관내 거점치료병원에서는 2만 원의 비용으로 30분이면 신종플루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킷트 검사결과 양성반응(감염)이 나타나면 추후 확진을 위한 정밀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정밀검사가 됐든 간이검사가 됐든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면 곧 확진환자라는 소리로 들린다.

 

2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일반병원에서 30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감영여부 검사가 왜 그리 다른 곳에서는 시일도 오래 걸린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한편 화순군의사협회는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내원하면 증상의 원인이 신종플루가 아님이 확실할 경우 그에따른 적절한 치료를 하고, 증상의 원인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환자에게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권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화순에서는 화순중앙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화순보건소 등 3곳에서 가능하다.

 

확진을 위한 정밀검사를 하는 화순전대병원은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일이 소요되며 검사비는 12만 원정도. 확진검사 전 키트를 이용한 신속진단 검사를 하는 화순중앙병원은 2만 원의 검사비가 소요되며 30분이면 감염여부를 알 수 있다. 정밀검사는 별도란다.

 

화순군 보건소에서는 검사는 가능하지만 보건의료원에 의뢰해야 하는데다 검사에 필요한 인후도말 킷트도 부족해 신종플루가 의심될 경우 보건소를 찾지말고 거점치료병원인 화순중앙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현재 화순관내에는 신종플루 확진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26일까지 3명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유포터와 디지탈화순뉴스,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군 보건소, #신종플루, #혜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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