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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교사는 달랑 1명인데, 학생 수천 명의 발열을 어떻게 체크하나? 게다가 정부는 발열 체크 도구는커녕, 보건교사 안전 장비도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매일 상황을 문서로 보고하란다."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분통을 터뜨렸다. 26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학교 신종플루 예방대책 강화 발표를 접한 뒤였다.

 

교과부와 복지부는 26일 브리핑을 통해 "전국 학교별로 교문 앞에서 전교생 일일 발열 상태를 확인해 의심자를 신고·격리 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정부는 "하루 한 번 교실을 소독하고 비누·손소독제 등 개인 위생물품을 모든 학교 교실마다 비치하겠다"고 말했다.

 

학생은 수천 명, 보건교사는 1명... "어떻게 발열 검사를 하란 소린가"

 

하지만 이와 같은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장비는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다. 박희근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장은 "장비는 각급 교육청이나 학교별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발표에 대해 많은 일선 학교 관계자들과 보건 교사들은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뒷북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선 학교에 배치된 보건교사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한국의 전체 중고교 중에서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67%에 불과하다. 나머지 23%의 학교는 요즘 같은 비상사태를 보건 교사 없이 맨몸으로 돌파해야 한다. 한마디로 수백에서 수천 명이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 자체가 신종플루 사각지대인 셈이다.

 

서정록 전교조 보건위원장은 "우리나라 초중교의 경우 규모가 크면 학생이 1000~2000명에 이르는데, 거의 모든 학교에서 보건교사는 단 1명이다"며 "이 한 명이 학생들의 열을 체크하고, 또 의심 학생이 발생하면 격리하고 보건소에 신고까지 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서 위원장은 "이미 현장의 보건 교사들은 정신이 쏙 빠져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게다가 정부는 마스크 등 최소한의 보호 장비도 보건교사들에게 지원해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진정 교육 당국이 학부모와 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당장 보건 교사가 없는 학교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학교별 학생수에 따라 보건 교사 배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역시 "학교 현장의 보건 교사들은 이미 체력이 고갈됐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한계에 이르렀다"며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보건교사 배치 새롭게 고민하는 계기 돼야"

 

 

김 대변인은 "등교 시간에 밀려드는 천여 명 학생들의 체온을 보건교사 1명과 동료교사들에게 검사하라는 건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 매일 학생들의 출결 사항을 관할 보건소에 보고하고 의심자를 격리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장의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은 학원에 대한 대책도 주문했다.

 

안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어쨌든 학교에서는 체온이라도 체크하지만 학원에서는 그나마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학교만 관리하면 신종플루 예방에 큰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정부의 지침만으로는 이번 신종플루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교원단체 그리고 학부모 단체를 아우르는 '대책위원회'를 꾸려 향후 계획을 수립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불안해 하고 있다"며 "예측 가능한 사태였는데 정부는 방학 내내 뭐하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어설픈 대책을 쏟아내는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한편 교과부는 기획조정실장을 반장으로 26일부터 '학교 신종플루 대책 TF'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또 교과부는 일선 학교에서 신종플루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해 수학여행, 운동회, 각종 수련회 등의 행사를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25일 기준 전국 400개 학교에서 학생 총 926명의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현재 19개교는 휴교를, 27개교는 개학을 연기한 상태다.

 

일반국민을 위한 신종플루 안전수칙

외출 후 귀가했을 시 다중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다녀온 후 기침이나 재채기를 손으로 가렸을 경우에는 즉시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평소에도 손 씻기를 생활화 한다.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 목 아픔 콧물이나 코 막힘 중 하나 이상)이 있으면 학교 영화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가까운 의료기관에 내원해 진료를 받도록 한다.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에는 반드시 휴지나 손수건 또는 옷으로 가리는 등 기침 예절을 지킨다.

 

특히 고위험군(만성질환자 임산부 65세 이상 노인 59개월 이하의 소아)은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더욱 주의를 요한다.

 

발열 호흡기 증상으로 의료기관 내원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며, 발열 및 호흡기 증상으로 내원했음을 미리 병원관계자에게 알려 일반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도록 한다. (자료 : 보건복지부)


태그:#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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