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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26일 광역단체장 중에서는 전국 최초로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다. 이미 선관위에서 발송한 주민소환투표공보가 각 가정에 도착했고, 주민소환투표는 이제 눈앞의 일로 다가왔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공보물을 통해 '10분이면 된다'며 주민들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반면, 김태환 지사는 '명분 없는 주민소환에 참여하지 말라'며 주민들에게 투표불참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일부 공무원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거불참을 유도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공직자들의 투표방해도 주민소환투표의 중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소환 투표에 대한 제주도 유권자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각종 선거에 임하면서 보여준 제주도민들이 그간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을 경험했던 탓에, 제주사람들은 정치적 선택을 요구받을 때 좀체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치 성향도 역동적으로 변해서 그 선택의 결과를 개표 전까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최근 5년간 치러진 선거 결과는 제주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잘 설명해준다.

제주도민들은 탄핵정국인 2004년 4월 15일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초년생 후보들에게 3석을 모두 몰아줬다. 그런데 그 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에게 도지사(김태환)와 제주시장(김영훈)을, 민주노동당에게 광역의원(안동우)을 선물했다. 그리고 다시 2006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김태환 지사를 선택했고,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하지만 2008년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다시 민주당 현역의원들에게 세 석을 모두 몰아줬다.

주민소환운동에 별 반응 보이지 않는 거리 분위기와 다른 여론조사 결과

한 달 전인 지난 7월 21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제주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주민소환운동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거리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 주민소환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가 49%를 넘은 것이다다. 그때까지도 '여론조사'일 뿐이라며 아무도 여론조사 결과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민소환투표가 4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지역 유권자들은 여전히 이 사안에 대해 좀체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소환대상자로 지명된 김태환 지사나 주민소환운동본부 양쪽이 모두 속이 타는 이유다.

그런데 <시사인>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20~21일 양일간 도민여론을 조사(ARS)한 바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68%가 투표의사를 밝혔고, 이중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만도 48%에 이른다.(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3.1%)

"대개 투표 참여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는 허수가 크게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합니다. 제가 보는 바로는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 48%의 응답자에서 15%정도를 제외한 수치가 실제 투표참여 의지가 있는 응답자라고 봐야할 겁니다."

오랫동안 정당 활동을 하면서 선거 캠프에서도 여러 차례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지인의 얘기다. 이번 여론조사를 보고 투표 참여자수가 유권자의 1/3을 넘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말이다.

주민소환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밝혔다.

"우리는 항상 2%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1/3 이상의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투표운동이 종료되는 25일까지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입니다."

분향소 신산공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일가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조문하는 모습이다.
▲ 분향소 신산공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일가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조문하는 모습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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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주의 유권자들이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투표참여 의지가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제주시 신산공원을 찾았다. 어린 아이 두 명을 포함해 네 식구가 김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하고 분향소를 나오는 중에, 아이들의 아빠에게 주민투표에 참여할 지 여부를 물었다. 자신을 오라동 주민이라고 밝힌 김아무개(40)씨는 "반드시 참여해서 유권자로써 권리를 행사하겠지만 아내가 투표에 참여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가족들을 동반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정도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은 시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대답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사회 문제에 비교적 무관심하다는 대학생들의 반응도 궁금해서 제주대학교를 찾았다.

제주대학교 도서관 입구에서 이학교 법정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아무개(남)씨를 만났다. 서귀포가 집인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방학 때도 집에 가지 않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고, 여건이 된다면 투표하겠지만 바쁜 와중에 일부러 투표하러 가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제주대학교 도서관 학생들의 의향을 묻기 위해 제주대학교를 찾았다.
▲ 제주대학교 도서관 학생들의 의향을 묻기 위해 제주대학교를 찾았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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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현재 주소지가 서귀포시인데 반해, 제주시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제주대 정문 근처에서 이 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오아무개(남)씨를 만났다. 오씨는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되는 거 알고 있고, 반드시 투표도 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오씨는 "집이 서귀포인데, 방학 중에도 집에 살면서 학교에 오가고 있기 때문에 투표에도 별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학생회관 2층에서 어느 동아리에 속한 학생들이 합숙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생명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홍아무개(여, 21)씨를 만났는데, 홍씨로부터 약간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홍씨는 "한림이 집인데, 학기 중에도 집에서 차를 타고 통학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민소환투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투표에는 참여할 거"라고 하면서도 주민소환운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회관 앞에 있는 족구장 그늘 벤치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대학생들이 아니라 조기축구 회원들이다.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투표에 대한 의향을 물었다.

"주민투표 참여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소환에 대해 찬반여부를 묻는 것이잖아요. 투표참여가 이미 소환찬성이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그리고 바쁜데 투표장에 몇이나 가겠어요? 그래도 열성적인 사람들은 가겠지만."

회원들 여럿이 모여 있어서인지 대부분 자신의 의향을 밝히려 하지 않았고, 한 회원은 주민소환투표에 다소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제주시 오일장 제주시 오일장에서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투표참여 여부를 물었다.
▲ 제주시 오일장 제주시 오일장에서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투표참여 여부를 물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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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투표방해 행위에 우려 표시... 4일 후 도민 의중 밝혀질 것

마침 주말인데다가 제주시 장이 서는 날이라, 서민들의 바닥 표심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시 오일장으로 향했다.

오일장에서 시장을 보고 돌아가는 한 시민을 만나 투표에 참여할 지 물었더니 "나 대답 안할랍니다"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다시 부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을 보러 다니는 도남동에 온 40세 강아무개(남)씨에게 투표의향을 물었다. 강씨는 "반드시 투표할 거"라며, "공무원들의 투표방해 행위에  대해 소문은 들었지만 보지는 못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무원들의 투표방해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양연순 할머니 "나이 들어도 그거 한표는 해야지"라고 답했다.
▲ 양연순 할머니 "나이 들어도 그거 한표는 해야지"라고 답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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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바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팔고 계신 이호2동 양영순(79) 할머니께도 투표참여 의향을 물었다. 양할머니는 "표가 나오면 꼭 가야지. 아무리 늙어도 그거 한 표는 해야 할 거 아닌가"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비쳤다.

잠시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들른 국수집 김사장님(여, 46)도 "투표는 꼭 하겠다"고 답했다.

언론의 소극적인 보도에도 거리에서 만난 모든 시민들은 8월 26일에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장을 중심으로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답하는 주민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이들의 대답이 진심을 드러낸 것인지, 그리고 실제 도민들의 의중을 제도로 반영하는지 4일 후에 모두 밝혀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8월 26일 제주에서는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됩니다.



#제주 주민소환#투표율#주민소환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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