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름이면 캠프 홍수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부터 각종 기관과 시민단체 등에서 실시하는 캠프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캠프들의 주최자들은 모두 체험 시간이 있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최자들이 마련해 놓은 마당에 충실하게 따르는 수준일 때가 많다.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체험의 대부분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청소년들이 꾸려가는 하천탐사대

하지만, 여기 가면 차원이 다르다기에 밀착취재를 했다. 8월 14~15일 이틀간, 13회 평택호 물줄기 청소년 공동탐사대회가 수원 광교산 예비군 훈련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열렸다. 수원, 평택, 안성, 오산, 화성 등의 도시에서 100여명의 청소년이 모두 9개조로 나뉘어 이 탐사에 참가했다. 그 중 안성청소년들 13명이 한 팀이 된 조에 기자가 따라 붙었다. 

지금은 한 소녀가 14일에 직접 하천을 탐사한 내용을 보고하고 있는 중이다. 당일 미션 수행의 결과물을 청소년들이 일일이 PPT로 작성해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9개조가 발표했다.
▲ 발표 중 지금은 한 소녀가 14일에 직접 하천을 탐사한 내용을 보고하고 있는 중이다. 당일 미션 수행의 결과물을 청소년들이 일일이 PPT로 작성해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9개조가 발표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관련사진보기


그들에게 생전 처음 가는 곳의 목표지점을 주최 측에서 알려준다. 차비와 식사비만을 주고는 청소년들 스스로 목표지점을 찾아가게 한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 청소년들의 휴대폰은 아예 행사 당일 아침부터 모두 주최 측에다가 맡겨야 한다. 휴대폰도 없으니 인터넷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길은 애초에 막혔다.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거나 버스 표지판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때 교사가 함께 따라가지만, 교사는 인도하는 사람이거나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 그대로 동행만 할 뿐이다. 안전의 문제나 기타 변수가 생겼을 때 어른으로서 책임져야할 일이 생길 것에 대한 대비책이다. 그것뿐이다. 교사는 오히려 학생들이 인도하는 데로 그저 따라간다. 앞서서 인도하는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각자 임무는 회의 끝에 정해져

현장(평택호 물줄기 수원 진위천)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소년들이 지금부터 주어진 미션을 어떻게 수행할 거냐를 서로 의논해서 결정한다. 어떤 방식이 효율적인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를 청소년들 스스로가 결정한다. 방식이 결정이 되면 서로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이때도 강제는 없다. 의논 끝에 각자에게 부여된다. 사실 행사 사전 모임에서 상당부분 임무수행에 대한 교육을 받기는 했다. 이를테면 수질검사 방법 등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현장에 도착하면 각자의 임무를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걸으면서 하천을 둘러보는 중이다.
▲ 하천 지금 청소년들은 걸으면서 하천을 둘러보는 중이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관련사진보기


몇몇 청소년은 어복을 입고 족대를 들고 물에 들어간다. 그들은 그 물 속에서 족대를 사용해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면 몇몇 청소년들은 잡힌 물고기를 뜰채로 담아 그릇에 옮긴다. 그릇에 옮겨진 물고기를 상대로 물고기 동정(해당 하천에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 이름을  살피는 일)에 들어간다. 이때 가져간 물고기 도감이 훌륭한 안내자가 된다. 물고기 도감을 비교해가며 물고기의 이름이 밝혀지면 가져간 보고서에 일일이 물고기의 이름을 적는다. 이때 한 청소년은 물고기들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는다. 뿐만 아니다. 카메라맨은 모든 상황을 촬영하라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렇게 물고기 동정이 끝나고 나면 한 마리도 남김없이 다시 살려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때도 한 쪽에선 하천의 물을 실험 그릇에 옮겨 담아 수질 검사를 한다. 가져간 수질검사 도구를 사용해 물의 산성 농도와 오염도를 조사한다. 사전모임에서 교육 받은 대로 행한다. 평소 환경단체 등이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행하는 수질 검사의 노하우를 청소년들이 전수받아서 행한다. 수질 검사의 결과를 한 청소년은 열심히 보고서에 기록한다. 모두가 미션 수행의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있으면, 한 쪽에선 하천 주변의 식물들을 동정한다. 어떤 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하천의 건강상태를 가늠하는데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이때도 카메라에 담는 것은 필수다. 식물의 이름을 모르면 가져간 식물도감을 찾아 알아본다. 혹 교사의 도움을 받아 식물의 이름을 알아내기도 한다.

불특정 시민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직접 실시해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들은 설문 피켓을 작성하고, 설문 사항을 작성한다. 인공하천이 좋은지 자연하천이 좋은지를 시민들에게 물어보기 위해 큰 그림판에다가 사진을 붙인다. 시민들로 하여금 좋아하는 하천 모습이 담긴 사진에다가 스티커를 붙이게 할 계획이다. 소위 스티커 설문조사다. 또 다른 한 개의 그림판에는 지금의 하천에 대한 시민들의 개인적인 반응을 묻는 질문을 적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개선하는 방법을 묻는 것까지.

지금은 탐사 다음 날 청소년들이 모여 이 행사를 기념하는 걸개 그림에 색칠하려 하고 있다.
▲ 그림 지금은 탐사 다음 날 청소년들이 모여 이 행사를 기념하는 걸개 그림에 색칠하려 하고 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관련사진보기


이런 사전 작업이 끝나고 나면 청소년들은 두 개의 설문 판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무작정 거리에 가는 시민들을 붙들고 설문에 응해달라고 부탁한다. 더운 여름 날 쉽게 설문에 응해주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전술을 바꾼다. 거리에 가는 사람들이 아닌 아파트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거리를 가는 사람들은 바빠서 못해주지만, 아파트 주변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설문에 잘 응해줄 거라는 계산에서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 시민들 중 설문을 묻는 청소년들의 활동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켜야할 사항들을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교육하는 어른들도 있다.

이 청소년들은 드디어 수원 영통구청에 입성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처음은 민원실에 갔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시원찮아지자 드디어 수원 영통구청 환경과에 들이닥친다. 그들은 환경과 공무원들을 상대로 설문을 조사한다. 그러다가 마침 수원 영통구청 구청장이 지나가자 그에게도 설문을 요구한다. 이렇게 그들은 설문조사를 마친다.

점심시간이다. 그들에게 미션 수행의 비용으로 주어진 점심값을 식사하는데 사용한다. 이때도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떤 식당으로 갈 것인가를 약식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면 식사비 계산은 회계를 맡은 청소년이 한다. 영수증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마치고 나서 다시 버스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이동할 때도 여전히 조장 청소년의 인도 하에 움직인다. 몇 번 버스를 탈 것이며, 어디서 갈아 탈 것인가를 조장 청소년이 정보를 찾아 판단한다. 정보라고 해봐야 주변 사람들에게 묻거나 버스 정류장에 기록되어 있는 버스노선도가 다다.

청소년들이 직접 PPT를 작성해 보고 발표해

이렇게 모든 미션을 수행한 후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미션 수행 결과를 PPT로 작성한다. 각자의 임무를 한 군데 모아 정리한다. 수질검사, 식물검사, 물고기 검사, 설문 조사 등의 결과를 편집 정리한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조원들이 힘을 합해 자신들의 결과물을 정리한 후 발표자와 발표보조자를 정한다.

무대 중앙에 프로젝트 빔으로 쏘아 올린 대형화면이 뜬다. 발표시간이 되면 준비된 발표자와 발표 보조자들이 무대 중앙에 등장한다. 이날 자신의 조에게 주어진 미션의 내용을 설명한다. 미션 수행의 과정을 차례차례 밝힌다. 이날 수행했던 미션 수행의 결과들을 사진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보고한다. 이날 미션을 수행하며 느꼈던 점과 수행하면서 어려웠던 점등을 발표한다. 이렇게 한 조의 발표가 끝나고 나면 다른 조의 발표가 이어진다.

지금은 평택호 앞에서 각조가 만든 걸개 그림을 조합한 후 그 그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 단체사진 지금은 평택호 앞에서 각조가 만든 걸개 그림을 조합한 후 그 그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관련사진보기


말복이 지난 바로 다음날에 이루어진 탐사.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청소년들은 불평하기는커녕 모두 신나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나갔기 때문이리라.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http://www.ecoansung.or.kr/

덧붙이는 글 | 안성 청소년 팀은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http://www.ecoansung.or.kr/을 통해 참가했다.



태그:#평택호청소년탐사대, #평택호탐사,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