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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오늘도 인천은 시끄럽다. 현 정부의 대운하 사업, 4대강 사업 등 대형 토목사업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세계적인 경기 한파 속에서도 인천시는 꿋꿋하게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를 만든다며, 아시안게임 준비해야한다며 그 너른 땅을 헤집고 건물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인천시 곳곳의 공사현장과 덤프트럭들.

 

그러나 최근 인천에는 이와 같은 공사현장보다 더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하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8월 7일부터 10월 25월까지 80일간 송도에서 개최되는 인천세계도시축전에 관한 홍보물들이다.

 

도시 곳곳에서 휘날리며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는 인천세계도시축전 현수막의 소리 없는 아우성. 요즘에는 인천 시내 100m를 지나는 동안 축전에 관련된 광고 2~3개 보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언제부터인가 몇몇 TV 프로그램 말미에는 인천세계도시축전에 관한 자막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했으며, 소녀시대 9명은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읊조리며 온갖 미디어들을 도배하고 있다. 당장 뭇 사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녀들. 그 깜찍한 몸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인천시가 이번 축전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인천시는 이번 축전에 이리도 목숨을 거는 것일까? 설마 혹자의 말대로 아직 1년이나 남은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의 3선을 위해서 이리도 거대한 축전을 연 것일까? 우선 그들의 개최 의도를 들어보자.

 

"2009인천세계도시축전은 선진일류국가 건설의 '신 성장동력 엔진'을 가동하는 행사입니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개발모델을 제시하고 해외투자유치의 활성화 계기를 마련하는 행사입니다.…미래의 행복한 인류의 삶과 미래도시의 비전을 공유하는 행사입니다."

 

주최 측은 이것도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인다.

 

"2009인천세계도시축전은 대한민국 대표 경제자유구역이자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이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성장동력으로써의 역할과 그 역할의 수행성과를 중간 점검하는 행사…송도국제도시와 영종 및 청라 개발계획, 구 도심재창조사업 등을 통하여 2020년 세계적인 경제거점과 세계 10대 명품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행사…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이해/대체에너지를 활용하는 생활환경의 체험"

 

구구절절 얼마나 간절한가. 선진일류국가 건설의 엔진을 가동하고 해외투자유치를 활성화시키며 미래도시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연다는 2009인천세계도시축전.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이 남기는 매한가지였다. 도시개발모델 제시가 우리에게 그리도 시급한 문제이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해외투자유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무늬만 녹색인 개발주의가 판치고 있는 요즘, 인천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환경과 미래 에너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도시가 아닌 촌에서 대안을 찾는 요즘, 왜 그들은 굳이 미래도시를 이야기 하며 그래도 도시밖에 없다며, 그래도 아파트를 높이높이 세워야 한다며 저리도 필사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축전을 진행하고 있는 인천시의 뚝심. 우리는 그 연유를 인천시 어느 담당자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인천세계도시축전 개최와 인천대교 개통에 맞춰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인천의 랜드마크인 인천대교의 모습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계획"

 

그렇다. 인천시는 이번 인천세계도시축전을 통해 인천대교 개통을 홍보하고자 한다. 축전 행사 중에 인천대교 개통과 관련된 인천대교 국제마라톤, 인천대교 걷기대회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히려 그 행사가 이번 축전의 메인인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인천시의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새로이 탄생하는 인천대교를 도시의 랜드마크로 부각시켜 짭짤한 관광수입원으로 이용하겠다는 그들의 생각. 아마도 그들은 송도신도시가, 청라국제도시가 완성되면 똑같은 이유로 인천세계도시축전과 같은 행사를 열 것이다. 아마도 그 행사 자체가 새로운 토목공사의 존재의 이유인 양 내세울 테지.

 

 

이는 결국 대운하를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이용하겠다던 MB정부의 발상과 다를 바 없다. 처음에는 대운하의 경제효과를 운운하다가 그에 대한 비판이 난무하자, 아니면 관광에 이용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그들만의 실용주의적 사고.

 

현 정부와 인천시는 관광을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지만, 정작 그들에게 관광이란 단순히 여행객들을 끌어 모아 돈 버는 사업일 뿐이며, 그들의 탐욕스러운 토목공사들을 수식해 주는 아름다운 미사여구일 뿐이다. 그들은 관광자원으로 객체화된 그 대상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지역민 혹은 국민들의 일상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아무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직 돈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준만 있을 뿐.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 인천시가 홍보하고 있는 2009년 인천방문의 해는 보기 안쓰럽기 짝이 없다. 인천시는 인천의 관광자원을 150여개나 되는 섬을 바탕으로 한 자연 / 근현대의 역사유적이 보존되는 인천도심 / 곳곳이 천연박물관인 강화 / 국제비지니스의 중심 인천경제자유구역 4부분으로 나누어 선전하고 있지만 결국 현재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거대한 토목공사와 그와 관련된 홍보행사일 뿐이다. 과연 나머지 자원들은 현재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가. 오히려 거대한 토목공사로 말미암아 그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유적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니었던가.

 

국민의 복지예산을 깎아가며 벌이고 있는 그들의 삽질. 비록 관광이란 포장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맹목적인 삽질이, 그리고 탐욕에 기초한 그들의 선동이 걱정된다. 진정 행복한 삶은 축전에서 보여주는 화려하고 거대한 보금자리에서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세계도시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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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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