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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챔피언 김대중 대통령 서거(Kim, champion of democracy, dies)
                    - 호주 최고의 정론지 <시드니모닝헤럴드> 사이몬 마틴 특파원 기사 제목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 김대중 대통령 서거(S Korea's father of democracy Kim Dae-Jung dies)'                         - 호주 유일의 전국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기사 제목

'시대의 위대한 선생님(The great teacher of the age)'  - <디 오스트레일리안> 기사 내용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일인 18일 호주의 주요 언론에서 보도한 기사 내용이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데일리텔레그래프>와 <디 에이지> 등의 유력 신문사에서도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호주 국영 abc-TV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 3차례 방영

 1961년부터 그의 민주화 투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한 호주 국영 abc-TV
 1961년부터 그의 민주화 투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한 호주 국영 abc-TV
ⓒ 호주 국영 ab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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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소식을 빼면 한반도 관련 뉴스가 거의 없는 호주의 현실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보도 행태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이 호주를 국빈 방문했을 때 신문과 TV에서 거의 보도가 없었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19일 아침, 호주 국영 abc-TV의 아침 뉴스쇼 <브렉퍼스트>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을 3차례나 방영했다.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아주 이례적으로 시간대별로 특별 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abc-TV는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시련은 박정희 군사독재가 시작된 무렵인 1961년부터 시작됐다"면서 "한국CIA가 그를 일본에서 납치하여 바다에 수장시키려 했다"는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같은 프로그램은 이어서 "김대중 대통령은 불굴의 의지로 민주화 투쟁을 이어가던 중 1980년에는 전두환 군사정부에 의해서 사형 언도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전두환을 용서했다"고 전했다.

abc-TV는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IMF환란을 극복하면서 남북화해에 나서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어냈다"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을 길게 보도했다.

한편 호주 공영방송 SBS 라디오 한국어프로그램은 한국과 호주언론의 보도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뉴스프로그램은 진행한 주양중 책임프로듀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은 너무나 큰 국가적 슬픔"이라면서 "호주 언론이 이례적으로 크게 보도하는 것을 보면 그가 국제적으로 큰 인물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호주에 대한민국 대통령 이름 알린 장본인

 호주 언론은 'DJ는 아시아의 만델라'라고 보도했다. 호주 국영 abc-TV 화면 캡처.
 호주 언론은 'DJ는 아시아의 만델라'라고 보도했다. 호주 국영 abc-TV 화면 캡처.
ⓒ 호주 국영 ab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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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을 합해서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연 김정일 위원장이다. 아마 호주에서 그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성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다. 더욱이 핵문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TV 등장하니 그럴 수밖에.

기자가 21년 전에 호주로 이민 왔을 때, TV 퀴즈프로그램에서 "노스 코리아의 리더 이름은?"이라는 질문이 자주 나와서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더 놀란 것은 대부분이 쉽게 정답을 맞힌다는 사실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호주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는 사실과 함께 기자를 놀라게 만든 것이 또 있다. 사우스 코리아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당시는 시기적으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간이었는데, 두 대통령의 이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마침내 사우스 코리아의 대통령 이름도 호주인들에게 친숙해지게 되었다.

19년 전 캔버라에서의 추억... 죄수복 입은 DJ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을 보도한 호주 국영 abc-TV 화면 캡처.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을 보도한 호주 국영 abc-TV 화면 캡처.
ⓒ 호주 국영 ab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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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일제에 강제 징용된 한국인들이 호주에서 사망한 기록을 조사하기 위해서 캔버라에 소재하는 '호주전쟁기념관'에 한동안 머문 경험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의 직원 한 명이 한국 관련 연극을 보러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대 위에는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 공수부대 복장을 한 전두환, 노태우(그 당시 현직 대통령)가 잔인무도한 악역으로 등장하고, 죄수복을 입은 DJ가 수난을 당하는 민주투사로 나왔다.

그들의 이름이 생소한 관객을 위해서 상의 등판에 Park(박), Chun(전), Rho(노) 라는 글자와 DJ라는 이니셜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디스크자키를 뜻하는 DJ 때문에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피 묻은 죄수복을 입은 주인공과 맞지 않는 이름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그때 알았다. DJ가 호주 지식인 그룹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을. 더욱이 연극이 끝난 다음에 가진 관객과의 대담에서 DJ 역을 맡은 배우가 그의 이력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DJ의 어록까지 길게 인용하면서.

30년 가까이 이어진 군사독재 시절에 호주의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한국 민주화를 위해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호주 출신 몇몇 선교사들은 추방을 당할 정도로 민주화 운동에 적극 개입했다.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김 대통령, 마음으로 존경했다"

 2007년 11월 존 하워드 당시 총리와 인터뷰하는 기자.
 2007년 11월 존 하워드 당시 총리와 인터뷰하는 기자.
ⓒ 이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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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기자는 그 당시 총리 재임 중이던 존 하워드를 인터뷰 했다. 주로 총선에 관한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는데,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혹시 한국인 중에 존경하는 인물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서서 인터뷰에 응하던 그가 "앉아서 얘기하자"면서 상당히 길게 김대중 대통령 얘기를 했다.

하워드 전 총리는 "야당 시절에 호주를 국빈 방문한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을 만났고 총리가 된 다음에 김대중 대통령을 두 번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 만났다"면서 "그중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킨 김대중 대통령을 특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야당 의원 시절에 동료의원들과 함께 한국의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 적이 있다"는 뜻밖의 발언에 이어서 "솔직히 한국이 저렇게 빨리 민주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는데,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희생적인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그래서 기자가 "한국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말했더니 하워드 전 총리는 "무슨 얘기냐, 한국이 호주의 4대 교역국이고 한국전쟁에서 호주군인들이 함께 싸우지 않았느냐"면서도 "솔직히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크게 감동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존 하워드 전 총리는 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21세기 한·호주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는 도중에 김대중 대통령 등 한국 대통령들과 맺은 개인적 친분을 언급하면서 "한국 지도자들은 엄청난 어려움과 희생을 통해 한국을 민주화시켰고, 나라를 중견국가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시드니한인회 분향소 마련

18일 오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소식을 접한 김병일 시드니한인회장은 불과 한 시간 후에 시드니한인회관에 빈소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후 밤늦도록 이어어진 준비를 거쳐 19일 아침부터 조문을 받고 있다.

김병일 회장은 "시드니한인회를 대표한 상주의 심정으로 조문객을 받고 있다"면서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면서도 강한 의지력으로 민주화와 남북화해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큰 별이 떨어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한인회장으로서 조의를 밝혔다.

한편 캔버라 소재 주 호주 한국대사관과 시드니 소재 시드니총영사관에도 고 김대중 전 통령 빈소가 마련되어 외교사절과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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