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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라 길거리에 전주마다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여기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들고 있는 '생명평화' 깃발이 함께 어우러져 거리는 온통 깃발로 넘쳐났다.

 

15일 오후에 풍천초등학교를 출발한 순례대는 저녁 6시 반쯤에 동남 삼거리에 도착했다. 순례대가 그곳에 이르렀을 때, 유세차와 더불어 성산농민회, 표선농민회 회원들이 오랜 걸음끝에 녹초가 되어있는 주민들을 맞았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그곳에서 성산읍민들을 대상으로 집중유세를 열었다. 가장 먼저 양홍찬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태환 소환대상자가 도지사로 직무를 계속한다는 것은 후손들에게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제주도는 정치 1번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선거에서는 제주도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도민들이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으면서도 항상 양심과 깊은 사리판단에 의해 의사를 결정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주도민의 양심과 성산읍민의 현명한 판단을 믿습니다. 8월 26일, 우리 손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합시다."

 

양홍찬 위원장에 이어 성산농민회 송대수 회원이 마이크를 받았다.

 

"김태환 지사가 도민들이 영리병원을 반대하면 추진하기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많이 나오니까 투자개방형병원이라 말을 바꿔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로 볼 때 김 지사는 거짓말쟁이 도지사가 분명합니다. 또, 소환투표에서 소환찬성 의견이 많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승부를 피하기 위해 공직자들을 동원해 투표율을 낮춰 개표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김지사는 비겁한 도지사입니다."

 

동남 유세가 마무리될 때쯤 거리에 어둠이 짖게 내렸다. 주민들은 순례대에 합류한 농민회회원들과 함께 성산포성당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순례대가 성산포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 무렵이다. 마침 성산포 성당 신도에 상을 당한 가정이 있어서, 성당내에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 주임신부와 신도들은 주민들을 따뜻이 맞아 주었다. 성당 한 구석에 자리를 펴고 농민회 회원들과 막걸리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비가 내리지 않는 저녁이었다. 주민들은 농민회 회원들과 함께 마당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맥주잔을 기울이는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시원한 밤공기에 조그맣게 파장을 일으켰다.

 

토요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오겠다는 주민들이 많았다. 남은 주민들끼리 성당에서 제공해주는 숙소에 여정을 풀고 잠을 청했다.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새벽이 되어서야 모두가 잠에 빠졌다. 코고는 소리가 숙소 구석구석에 진동했다.

 

16일 아침 6시 반에 사람들이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른 시간임에도 일출봉 너머 높은 곳까지 태양이 솟아 있었다. 부지런한 부녀회원들이 마당에 아침 식사에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일요일인데다가 날씨마저 맑기 때문에 혹시 마을로 돌아간 주민들 중에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을에서 출발한 차가 성당에 도착한 시간은 8시경이다. 이 버스에 과연 주민 몇 명이나 타고 있을까?

 

버스 안에는 주민들이 가득 차 있었고, 공간이 부족하자 승용차 3대가 버스를 도와 주민들을 태우고 왔다. 전날 보이지 않는 중학생들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

 

"우리는 할수 있다, 독한 놈이 이긴다."

 

순례대를 통솔하는 윤호경 사무국장이 출발 전에 구호를 선창하는데,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깊이 배어 있었다.

 

동남을 지난 순례대는 오조리를 지나 시흥리를 벗어났다. 서귀포시와 제주시의 경계가 시흥리와 종달리 사이에 놓여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순례를 시작할 때부터 만일의 사태에 대비히 서귀포시 선관위 직원과 서귀포경찰서 직원이 차를 타고 순례대를 따라오고 있었다. 순례대가 제주시 경계내로 진입하자 순례대를 따라오는 공무원들도 제주시 선관위와 제주시 동부경찰서 소속 직원으로 교체되었다.

 

순례대가 걸어가는 일주도로가 동김녕리에 이르면 길 북쪽에 만장굴로 진입하는 도로가 있다. 순례대는 이 만장굴 진입로 입구에서 있는 공원에 여정을 풀고 점심을 먹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들이 만장굴 예정된 곳에 도착할 무렵, 그곳에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KBS <취재파일4321> 취재진들이 미리와 기다리고 있었다.

 

 

<취재파일4321> 취재진은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하여 주민들에게 순례길을 나서게 된 사정을 물었다. 주민소환투표가 눈앞에 다가오자 중앙언론들이 제주지사 소환투표와 강정마을에 더 갚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8월 26일 제주에는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됩니다.


#강정마을 #주민소환#도보순례#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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