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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게다가 극성스럽게 울어대는 매미가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새벽녘에 잠든 나를 사정없이 깨운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자신을 알리기 위해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를 어찌할 수는 없고, 주말이면 낮잠이라도 자고 싶지만 오늘도 극성스런 매미는 주말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으니 여지없이 평소보다 더욱더 세차게 울어댄다.

 

잠을 설친 탓에 퉁퉁 부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짐을 챙긴다. 짐이라야 분신처럼 따라 다니는 카메라 가방이 전부지만 황금 같은 주말을 집안에만 있기는 답답하고 한 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재충전을 하기에 적절한 곳을 찾아 짬이 날 때마다 여행을 즐긴다. 매미가 여행 시간을 좀 당겨 줬을 뿐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지역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먹게 되는데 저렴하면서 맛도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이 우선순위가 된다. 지역 특성을 살린 음식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며 글을 쓰거나 작품전시회를 준비하는 사진가들에게는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만나면 집안에만 있는 것이 곤욕이다. 무작정 카메라 들춰 메고 훌쩍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흔히 스스로를 역마살이 끼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요즘처럼 햇살이 따갑고 구름이 덤비는 날은 염전에서 일하는 염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럴 땐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런 장소를 찾아 떠난다. 그들의 짭조름한 땀 냄새를 맡으며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아보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오면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전라북도 곰소에 있는 곰소염전을 향해 가던 중 전북 임실군 강진면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한두 번 다니다 보니 그 맛에 감동하여 이제는 매일같이 그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그 음식의 마니아가 되어버렸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 음식이 다름 아닌 '다슬기수제비'다. 맑은 물에서 자라는 다슬기는 이 지역에서는 '대사리'라고도 한다.

 

장소를 물어보고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다슬기 껍질이 산처럼 수북이 쌓여 있다. 섬진강 상류 맑은 물에서 동네 주민들이 잡아 올린 다슬기를 하나하나 알맹이를 꺼내 깨끗하게 손질하여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넉넉한 인심과 함께 내놓는데, 드시고 가셨던 분들이 또 다른 분들을 모시고 오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그럴 때마다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며 이근순 사장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한다.

 

맛깔스러워 보이는 반찬과  전골 솥에 푸짐하게 담진 다슬기수제비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보기만 해도 침이 입안에 가득 고인다. 쫄깃쫄깃한 수제비와 호박, 부추가 조화를 이루니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작고 앙증맞은 다슬기가 톡톡 터지며 오감을 자극한다.

 

다슬기의 맛이 쌉싸래하면서 달콤하기도 하고 담백한 맛까지 다양한 맛으로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공깃밥까지 덤으로 나오니 허기졌던 차에 두둑한 배를 만지며 포만감까지 느끼게 된다. 다슬기수제비가 맵지 않고 담백하여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며 가족들끼리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젊은 엄마는 오늘은 어르신을 모시고 왔단다.

 

맛있게 드시는 아버님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한다. 다슬기는 경부지역에서는 골뱅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전라도에서는 달팽이(대사리), 그리고 경상도에서는 고디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간염, 지방간, 간경화 등 간질환의 치료, 숙취해소와 신경통, 시력보호, 위장기능개선, 위통과 소화불량을 치료하며, 빈혈 증세 효과, 간열과 눈의 충혈, 통증을 다스리고 신장에 작용,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무지방, 고단백질로 이루어졌다 하니 다슬기의 효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다슬기는 피를 맑게 하여 두통, 여성 어지러움증, 선혈증에 좋으며 피부미용, 위장병에 효과 있고 저칼로리 음식이다. 다슬기수제비를 보니 국물이 푸른빛을 띠는데 이는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동" 성분이 미네랄 형태로 풍부하게 들어 있어 사람의 간장에 특별히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경전달 기능 및 근육 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부정맥을 방지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과 신체 각 세포들의 산소 공급에 필요한 헤모글로빈의 구성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정수역에서 청정산소와 이끼의 성분인 클로렐라를 섭취하므로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지에서 처음 맛본 다슬기수제비 집으로 돌아온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매일 먹고 싶다는 지인의 말이 실감난다.


태그:#다슬기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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