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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테러의 피해자인 정아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황산 테러의 피해자인 정아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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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씨의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분노로 몸을 떨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가해자들!! 본인이 저지른 죄값은 꼭 치르게 될 거예요." (누리꾼 '토시')

출근길 여성에게 '황산 테러'를 가한 이아무개(28)씨의 범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회사 사장 이씨는 직원이었던 김정아(가명, 26)씨에게 황산을 뿌리도록 부하 직원 이아무개씨에게 지시했다. 앞서 부하 직원 이씨와 또다른 김아무개씨는 사장의 지시를 받고 김정아씨 집을 사전 답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그 때문에 6월 8일 출근을 위해 이른 아침 집을 나서던 정아씨는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했다.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 뒤엔 흉터가 남았다. 정아씨는 이미 수차례의 피부 이식 수술 등을 받았지만 아직도 온 몸에 압박 붕대를 감고 있다.

살인사건 교사한 사장 이씨는 불구속

현재 정아씨에게 직접 황산을 뿌린 사장 이씨의 부하 직원 두 명은 '살인미수'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두 명에게 테러를 지시한 회사의 사장 이씨는 구속되지 않았다.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고 실질적으로 범행을 주도했지만, 그가 심장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처음 검찰 소환에도 수차례 불응했다.

그의 불구속 수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하나 같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의 김영준 차장검사는 "피의자가 현재 심장 이상으로 중환자실에 있다. 그래서 소환을 나올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인 정아씨가 불안해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입원을 해 있고, 범행이 다 적발되어 실행한 사람들이 구속이 돼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범행을 계획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준 차장검사는 "물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경찰이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씨의 건강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처음 피의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그들을 조사했던 성남중원경찰서 지역경사5팀의 이순우 경장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씨의 불구속 수사에 대해 그가 "2-3년 전부터 이미 심장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 치료받은 기록이 있고, 담당 의사가 소견서나 진단서를 끊어준 내용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수사를 받다 죽어버리면 누가 책임을 지나. 조사받는 과정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같이 내려갔던 것"이라는 상황 설명도 있었다.

이 경장은 "피의자가 대전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심장에 이상이 생겨 서울의 병원으로 옮겼다고 알고 있다"며 "오늘(12일)도 경찰 쪽에서 피의자 확인하러 병원에 갔다. 상태가 좋진 않다"고 말했다. 피의자의 건강 상태도 심각하고, 정아씨의 요청에 따라 경찰에서 신변 보호도 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심경을 말하고 있는 황산테러 피해자 정아씨.
 사고 이후 심경을 말하고 있는 황산테러 피해자 정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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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사건 기획한 사장, 계속 불안한 정아씨

그러나 경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씨와 다른 피의자들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5월에도 수차례 범행을 계획했지만 정아씨가 나타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범행 전날 밤에는 정아씨의 집 근처에서 잠복하며 때를 기다렸다. 피의자들은 경찰에 "정아씨 때문에 회사가 부도나게 생겼다"고 주장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원한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아씨는 지난 12일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구속 수사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밤에 겁이 난다. 엄마랑 둘이 있는데 (그 사람이) 불구속 상태고,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누가 지키고 있는 건지 전혀 아는 사항이 없으니까 좀 두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에 의하면 이씨는 처음 대전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상태가 심각해져 서울의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정아씨 역시 서울의 병원에 입원해 있어 더욱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씨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에는 형사와 편안한 모습으로 농담까지 했다던데, 전모가 밝혀지고 검거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심장질환이 도졌다는 핑계로 병원에 입원하고서 지금까지 두 달 넘게 계속 병원에만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정말 화가 난다"고 한다.

정아씨를 위한 누리꾼들의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정아씨를 위한 누리꾼들의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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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상처로 고통받는 것 뿐만 아니라, 피의자에 대해서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는 정아씨. 그는 힘든 나날들 속에서도 많은 누리꾼들의 도움에 힘을 얻는다. '함께 하는 사랑밭(www.withgo.or.kr)'과 네이버 해피빈 모금 등을 통해 누리꾼들의 위로가 모이고 있다. 모금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4500만원을 넘어섰다.

"모르는 사이지만, 병문안이라도 가고 싶네요."(dojin),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 때문에 내가 미안해지네요... 힘내요 정아씨!"(nemus)등의 응원도 줄을 잇는다. 이들의 정성에 정아씨는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마움을 느낀다.

정아씨를 말 못할 고통으로 몰아넣은 사장 이씨는 몇년 전 '학생 벤처 사업가'로 신문에까지 났던 사람이다. 이씨의 회사에서 일했던 정아씨는 회사에서 월급이 밀리고, 투자한 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어 체불임금, 채무관계 소송을 냈고 작년 9월 승소했다. 그러자 이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정아씨가 배상받기로 결정된 돈은 4000만원.

피의자들은 7월에 검거되었지만 수사는 더디다. 범행을 주도한 이씨가 병원에 누워있기 때문이다. 정아씨에게 황산을 부은 그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지만 정아씨의 몸과 마음에 남은 흉터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정아씨는 아직도 어디에 있을지 모를 그가 두렵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상규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몸이 안좋은 사람은 불구속 하는 게 일반적으로는 맞다"면서도 "재벌, 사회 유력 인사가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혐의가 중해서 구속이 되야 하는 상황인데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보석이 되고 구속 정지가 되고 하는 사례들이 사실 매우 흔하다. 판결을 받기도 전에 국민들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재판부가 엄격하게 일반인과 사회 유력인사, 사장이니 하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조은별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황산테러, #피의자, #불구속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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