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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 8시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는 200일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앞줄에 앉은 유가족 중 고 이상림씨 딸 현선씨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7일 저녁 8시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는 200일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앞줄에 앉은 유가족 중 고 이상림씨 딸 현선씨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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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에 살겠다고 (쌍용차 공장에) 올라간 사람들을 정부가 특공대(투입으)로 무자비하게 내몰고, 쓰러진 사람을 방패로 찍고 발로 찼습니다. 용산 망루 꼭대기에서도 우리 남편들을 얼마나 모질게 때렸으면 갈기갈기 찢긴 시신이 됐습니다. 지금도 그 시신이 냉동고에서 200일 보내고 있습니다."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

"쌍용차 공장 모습 보셨죠? 제 국민을 적처럼 대해? 이것을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정말 노동자들을 죽이고도 남을 경찰특공대가 죽이지 못한 것은 용산참사(에 대한 비난여론) 때문이었습니다." (문정현 신부)

시간이 빠르다. 용산참사가 벌어진 지 200일이 됐다. 7일 저녁 8시,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는 유가족과 4구역 철거민, 시민 등 300여 명이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전날 마무리된 평택 쌍용차 사태를 보며 용산을 떠올렸다고 입을 모았다. 용역업체 직원들과 경찰이 함께 진압작전을 펼치고 노동자들을 집단 구타했듯, 200일 전 용산 남일당에서도 무리한 강경진압이 벌어졌고 이것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시청 앞으로 고인들의 관 옮기겠다"

다행히 쌍용차 사태는 인명피해 없이 끝났지만, 200일 전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로 올라간 철거민 5명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200일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가족들은 문화제 도중 몇 차례 눈물을 보였다. 유가족들은 여름용으로 바뀌었을 뿐인 검은색 상복을 200일째 입고 있었다. 이날도 새벽 용산 4구역에서는 철거 및 잔재 처리 공사가 재개됐고, 이에 항의하던 철거민 1명이 연행됐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각 종단의 종교인들이 이끌었다. 박덕신·김경호 목사, 문규현 신부가 추모사를 하고, 조경철 교무, 법정·수월·영연 스님이 각자 원불교와 불교의 방식으로 천도의식을 이끌었다. 앞서 저녁 7시에 열린 추모미사에도 함세웅·전종훈·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10여 명과 수녀 20여 명이 참석했다.

성직자들의 추모사는 '과격'했다.

박덕신 목사는 "제 나라 국민을 이렇게 취급하는 정부가 민주정부냐, 이 정권에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은 비겁하거나 어리석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정현 신부는 "이제 눈물도 말랐다, 이 더위가 가기 전에 끝내자"면서 "뭘 해도 소용이 없으니 (정권을) 때려부숴야 하지 않겠냐, 이제 행동으로 하자"고 호소했다.

용산범대위는 이후 시신들의 관을 시청 앞 광장으로 옮기는 천구의식을 다시 추진하고 고인들의 분향소도 시청 앞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수호 범대위 공동대표는 결의문을 통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큰 고통이 따른다 해도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과 철거민 열사들의 명예회복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는 "우리는 200일이 와닿지 않는다, 아직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시신까지 경찰력이 지키고 있는데 200일이 (긴 시간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히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시기 때문에 우리 유가족들은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용산을 찾아온 사람들은 유가족들에게 고마워했다. 앞서 추모미사에서 사회를 맡은 맹제영 신부 역시 "그동안 고통을 인내했던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에게 감사하는 미사를 봉헌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201일, 이명박 정부는 말이 없다

이날 추모 미사를 집전한 김규봉 신부는 "200일 동안 달라진 게 없다면 201일은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섯 유가족들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영안실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0일 동안 정부도, 서울시도, 용산구청도 유가족이나 범대위와 공식 대화창구도 열지 않았다. 범대위와 유가족들은 검찰이 공개하지 않는 수사기록 3000쪽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검찰은 법원 명령에도 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문화제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당장 내일 사과를 하더라도 지난 200일을 잊지 말자, 용산 참사나 쌍용차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오늘 다시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4월 29일 '100일 추모문화제'에서도 무대에 올라 사회를 봤다. "300일 추모문화제 사회는 안 보고, 전에 끝내야지"라고 말하던 그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명박 정부는 아직 아무런 말이 없다.


태그:#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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