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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광장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 광화문광장 풍경 아이들이 광장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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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개방 닷새째를 맞은 광화문광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거대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분수는 아이들 차지였고, 넓은 꽃밭엔 사진을 찍으려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차양막이 설치된 벤치에 모여 앉았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광장과 맞붙은 차도 위로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얕은 물길에는 아이들이 모여 손을 담그고 있었다. 도로와 광장 사이를 구분하는 건 약 10cm 높이의 턱뿐이었다. 그밖에 다른 안전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둥근 각 모양으로 높이는 10~15cm가량이다.
▲ 차도와 광장을 구분하는 턱 둥근 각 모양으로 높이는 10~15cm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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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광화문광장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에는 차선을 변경하던 택시가 승용차와 충돌해 광장 안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애들은 언제 튈 지 몰라.. 엄마로서 걱정"

아이를 데리고 광장에 나온 부모들도 안전장치 하나 없는 광장에 불편함을 느꼈다. 5살 아이와 함께 광장을 찾은 김미영(미국)씨는 "광장과 찻길이 붙어 있어서 아이들이 다칠 것 같다"며 "애들은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르는데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걱정스럽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주부 이현숙(35, 용인 수지)씨도 "아이들이 노는 곳인데 안전장치를 확실히 한 다음에 (광장을) 열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얕은 물길에서 한 아이가 물장난을 치고 있다. 바로 옆으로 차가 지나다닌다.
▲ 갓길에 서있는 아이 얕은 물길에서 한 아이가 물장난을 치고 있다. 바로 옆으로 차가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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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느끼는 건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408번 버스를 운전하는 임종철씨는 "지난번엔 사람이 많아서인지 실제 차도로 튀어나오는 보행자들이 있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벽이나 펜스를 설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 배동순씨도 "광장이 생겨 기분은 좋은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까봐 불안하다"며 "경찰이나 안전요원이 있다지만 신경 쓰이는 건 마찬가지"라고 걱정했다.

광장 가장자리 곳곳에는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에서 파견한 안전요원들이 10명가량 서 있었다. 주로 노인으로 구성된 안전요원들은 광장 양측에 설치된 폭 1m, 수심 2cm의 '역사물길'에 발을 담그거나, 도로와 맞붙어 있는 광장 갓길로 걸어가는 시민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루 4시간씩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류명진(77,성북구)씨는 "갓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못하게 하는 게 내 업무"라며 "위험하니까 이 길로 걷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어떤 사람들은 막 화를 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역사물길' 옆 갓길로 걸어 다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광장 곳곳에는 갓길을 걷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과 안전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날 사물놀이패의 행진을 피해 갓길을 걷다가 안전요원에게 주의를 들은 김상운(51, 경기도 고양시)씨는 "도로도 아닌데 위험할 게 뭐가 있냐"며 "아예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게 해 놓든가, 아니면 걸어 다니지 말라는 푯말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갓길보행을 막기 위해 안전요원이 서있다. 그 뒤로 한 시민이 갓길을 걷고 있다.
▲ 안전요원과 보행자 갓길보행을 막기 위해 안전요원이 서있다. 그 뒤로 한 시민이 갓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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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광장 콘셉트 살리는 울타리 검토 중"

현재 경찰은 차량의 진입을 막을 수 있도록 광화문광장에 안전 울타리를 설치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울타리 설치 여부와 울타리의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외국사례를 찾아보는 등 광장의 콘셉트를 살리면서도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광장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몇몇 있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송흥기(68)씨는 "울타리를 설치하면 미관에도 좋지 않고 분위기도 흐릴 것 같다"며 "광장 이용자와 운전자가 서로 조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동진씨(47, 경기도 고양)도 "울타리가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어차피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방문한 전장식(45, 수원)씨는 "낮은 울타리를 멋지게 꾸며서 설치한다면 안전하면서도 도시 미관도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성스런·서유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광화문광장, #안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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