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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이산면에 위치한 괴헌고택(槐軒古宅)은 조선 후기 순조4에 식년 문과에 급제한 후 승정원 부정자, 사헌부 지평 등을 지낸 괴헌(槐軒) 김영(金瑩)이 1779년(정조3) 부친인 덕산김경집공으로부터 물려받은 살림집이다.

그 뒤 1871년(고종8)에 괴헌의 증손인 김복연이 일부 중수했다. 이때 사랑채 일부가 확장되었다. 1972년 수해를 당하여 현 ㅁ자 정침의 앞쪽 왼쪽에 있던 월은정(月隱亭)과 오른쪽에 있던 행랑재가 무너져 버려, 지금은 월은정 현판만이 사랑채 처마 밑에 걸려 있다.

사당은 안채의 오른편 위쪽에 따로 자리 잡고 있다. 안채에서 나와 사당으로 향하면 돌계단은 올라가다 양 갈래로 갈리는데, 그대로 올라가면 사당으로 통하는 문이고, 우측으로 빠지면 괴헌 선생 부친의 집이던 덕산고택과 연결된다.
            
괴헌고택
▲ 영주 괴헌고택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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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고택이 나란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 참 보기 좋았다. 당일은 집에 아무도 없어 그냥 구경만 하고 덕산고택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큰 개가 집 앞을 지키고 있어 개를 무척 무서워하는 연우가 너무 싫다고 해 돌아 나왔다. 조만간 기회가 주어지면 민박을 한번 하고 싶어진다.

괴헌고택을 둘러본 우리 가족은 고향 마을인 안정면 용산리에 2001년 설립된 된장공장 '만포농산'으로 이동했다. 폐교가 된 안정남부초등학교를 인수하여 공장으로 만든 관계로 부지도 넓고, 생산량도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는'무량수(無量壽)'라고 하는 브랜드로 된장, 고추장, 쌈장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만포농산의 정대수 사장은 초등학교를 영주에서 다니고 서울로 유학을 가서 경기중, 경기고, 고려대 물리학과에서 수학한 관계로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2006년 당시 대권예비주자였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민생대장정 과정에서 정 사장의 경기고 후배자격으로 이곳을 방문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여 농촌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생산과정에서도 지역주민을 고용해 농한기 소득증대에 기여와 지역 환경개선을 위해 마을 꽃길조성에 묘목 6000여 주를 제공했다.

또한 낙후 농촌지역 어린이들의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방과 후 영어 학습프로그램과 부녀회원을 위한 한문, 풍물교실 등을 열어 지역문화향상에도 적극 기여하는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만포농산 된장공장
▲ 영주 만포농산 된장공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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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007년에는 공장 부지를 멋스럽게 조경하여 영주시로부터 '지역 명소 대상' 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여름에는 안정면과 노인일자리 창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경로당 활성화 위해 영주시와도 결연을 맺었다.

그러나 한 때 중국산 콩을 사용하여 된장을 만들어 판매한 적이 있어, 소비자 불만이 발생한 일이 있어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지역농산물만을 이용하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가족이 방문한 1일(토) 날은 마침 여름휴가라 직원이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아, 그냥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했다. 된장독이 너무 많아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이었다. 현재의 부지 뒤편에 제2공장과 한옥 숙박을 위한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조만간 공장이 더 커질 것 같다.

고향 마을에 온 김에 오랜만에 친척분들을 찾아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너무 덥고 힘들어 인견이불을 사기 위해 풍기읍으로 갔다.

인구 1만 5천 명 정도의 소읍인 풍기는 우리나라 인견 생산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풍기인견은 '풍기인삼'과 함께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품 특산물이다.

인견(人絹)이란 나무의 펄프에서 추출한 식물성 천연섬유로, 유럽에서는 '비스코스(VISCOUS)'라고도 불리며 땀 흡수력이 탁월해 최고의 여름용 옷감으로 사랑받는 원단이다. 특히 아토피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자극이 없어 속옷과 이불 등은 인기가 높으며,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얼음 옷' '냉장고 섬유'란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풍기읍에는 인견공장과 판매장이 100여 곳에 이르며, 블리스, 풍기인견백화점, 홍승애 풍기인견, 동명인견, 금풍인견 등 유명 판매점도 여러 곳 있다. 풍기인견은 한국능률협회에서 국내 최초로 공산품 '웰빙인증'을 받은 바 있는 명품이다. 
        
영주시 풍기읍에 있는 한 인견공장과 매장
▲ 영주 영주시 풍기읍에 있는 한 인견공장과 매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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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인견은 1930년대 명주의 본고장인 평안도 영변과 덕천에서 몇몇 직물 기술자들이 <정감록>에 난세의 피난처라고 기재된 최고의 길지인 풍기읍 금계동 인근으로 몰려올 때 인견을 짜는 수동기계인 족답기를 가져와서 인견을 짜기 시작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1942년 중앙선 개통으로 인하여 대도시 소비시장에 접근이 용이해져 인견 직물공업은 성황을 이루며 발전하게 된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북에서 직물공장을 경영하던 피난민들이 대거 풍기로 이주함으로써 본격적인 가내공업으로 발전한다. 

풍기인견은 2000년대 이후 끊임없는 노력으로 신기술과 가공처리기법이 진화되어 내의, 잠옷, 남방, 원피스는 물론 넥타이, 이불 등 다양한 완제품을 출시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또한 인견제품은 일반적으로 손빨래를 하는 것이 좋으며, 다려 입으면 더욱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이불은 세탁기에 울 코스나 가장 약한 코스로 세탁하는 것이 좋다.

풍기인견은 매년 5월에 열리는 <영주선비문화축제>에서 크게 홍보되고 있으며, 올해는 인견으로 제작한 한복을 패션쇼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서울에서의 판매 및 홍보행사는 올 초여름에도 여의도광장에서 <웰빙 풍기인견 서울나들이 행사>라는 이름으로 13개의 생산업체가 공동 참여하여 의류와 침구류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풍기인견 매장에서 이불을 두 채 사왔다.
▲ 영주시 풍기인견 매장에서 이불을 두 채 사왔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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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향에 간다는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풍기인삼과 풍기인견을 사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번에도 성남 사는 처형의 부탁을 받고 인견이불을 사려고 간 것이다.

풍기나들목 인근에 있는 인견백화점에 들러 여름이불 두 채를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 여윳돈이 있으면 연우와 집사람 속옷을 더 살까 생각해 보았지만, 지갑은 비어있었다.

무척 더웠지만, 며칠 동안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오늘 밤은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가야겠다. 부모님께서 땀 흘리며 어렵게 마련해 주신 여름사과, 하지 무렵에 캔 감자, 참기름, 풋고추, 오이 등을 차에 한가득 싣고 말이다. 이번 여행 연우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태그:#영주시 , #풍기읍 , #풍기인견, #풍기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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