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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창인 8월입니다. 8월의 뜨거운 햇빛에 풀과 나무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쑥쑥 자라납니다. 온 세상은 자라나는 풀과 나무의 기운으로 가득 차서 온통 짙은 초록색으로 덮입니다. 

 

그런데, 시골길을 지나가다보면 짙은 초록색 사이에 이상하게도 노랗게 변한 곳이 보입니다.  벌레 때문일까요? 병이 든 것일까요? 아니면 벌써 단풍이 든 것일까요? 가까이 가서보니 잎이 오글오글 오그라들면서, 점점  갈색으로 변해서 말라 죽은 것이 보입니다.

  

 

이것은 벌레 때문도 아니고, 병이 든 것도 아니고 단풍 든 것도 아닙니다. 제초제를 뿌린 모습입니다. 제초제는 논두렁, 밭두렁, 길가, 마당가, 집주변 곳곳에 뿌려집니다. 밭을 갈 때는 먼저 제초제를 뿌려서 풀들을 말끔히 죽여 놓고 나서 갈기 시작합니다. 제초제를 한번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자주 뿌립니다. 몇 집만 뿌리는 것이 아니라 너도나도 다 뿌립니다.

 

풀 뽑기가 힘들다고 뿌리고, 풀 수북하게 나 있는 것이 무섭다고 뿌리고, 풀 있는 곳이 보기 싫다고 뿌립니다. 자라는 제초제를 뿌린 날에는 제초제의 독한 냄새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제조체를 아주 자주 너무나 당연히 뿌리고 있으면서도 곳곳마다 '우리 동네는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 때는 잘 몰랐는데, 시골에 와서 지켜보니 요즘 농사라는 것이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는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초제 뿐만아니라, 농약과 비료도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의 공기가 나빠서 공기 맑은 시골에 살고 싶다고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사람도  처음에는 제초제와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는 동네 사람을 흉보지만, 금세 같이 뿌립니다. 마당에 제초제를 잔뜩 뿌리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제초제와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면, 제발 저런 거짓 현수막이라도 내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제초제, #제초제뿌린풍경, #제초제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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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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