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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화는 다른 문명들과는 달리 동물들을 숭배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말이 무조건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동물들은 신성시여기고, 신과 동일한 존재로 보기도 한다. 도시별로 다른 동물들을 숭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을 공동묘지에 묻거나 매장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있었다.

이때엔 그에 따른 정교한 의식을 치렀고, 정성스럽게 매장되었다. 이때 이 동물들을 미라로 만들어졌는데, 그러한 흔적들이 담긴 유물들이 이번 특별전에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바로 동물미라가 그것이다.

전시관을 찾은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곳은 바로 이런 유물들이 진열된 곳이다. 이곳에는 고양이, 따오기, 악어 같은 동물들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고, 미라가 인간만 그 대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람객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특히 아이들은 이런 유물들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게다가 이런 동물미라 외에도 여러 동물과 관련된 유물들이 있는데, 이들은 각기 이집트 신화에서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그럼 이번 전시에는 어떤 신성한 동물들이 나왔을까? 그에 대해 지금부터 천천히 살펴보도록 한다.

[아피스황소] 29개의 표식으로 구별되는 이집트의 성우(聖牛)

이집트에서 가장 신성시된 검은색 황소로서 프타의 신전에서 길러졌다. 살아생전 온갖 영광을 받다가 다른 아피스 황소가 발견되면 죽임을 당하였다.
▲ 아피스 황소. 이집트에서 가장 신성시된 검은색 황소로서 프타의 신전에서 길러졌다. 살아생전 온갖 영광을 받다가 다른 아피스 황소가 발견되면 죽임을 당하였다.
ⓒ 파라오와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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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청동으로 된 작은 황소가 진열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검은 빛을 띤 이 작은 유물을 관람객들은 별 생각 없이 힐끗 보고 지나가기 일쑤이다. 이 유물의 황소는 다른 황소들과는 달리 뿔의 사이에 둥근 원반이 있고 거기에는 작게 뱀이 조각되어 있다. 이 황소를 아피스황소라고 부른다. 별거 아니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 황소는 이집트 역사 내내 가장 숭앙받던 성스러운 황소이다.

<아피스황소>를 이집트어로는 하피(Hapi)라고 부르며 나일 강의 신을 상징하는 모습이며, 다산의 신이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수도였던 멤피스에서는 아피스(Apis)를 '프타의 부활된 생명'이나 '프타의 대리자' 등으로 숭배되었다고 한다. 프타와 서로 연관되었기에, 자연히 아피스는 프타의 신전에서 길러졌고, 이곳에서 왕위에 올라 많은 축제와 함께 예우를 받았다.

아피스는 다른 송아지를 낳을 수 없는 암소에게로 내려와서 수태시키는 한 줄기 빛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29개의 모양이 다른 표시가 있었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표식을 보고 아피스를 구별하기 위하여 특별 사제가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새로운 아피스를 발견하면, 기존의 아피스는 나일강에 빠뜨려 죽인 뒤 미라로 만들고, 세라페움의 지하에 마련된 묘지에 안장하였다.

[따오기 미라] 지혜와 달의 신인 토트의 또 다른 모습

토트는 지혜의 신으로 따오기로 묘사된다. 따오기들은 이집트의 신전에서 사육되었으며,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져 매장된다.
▲ 토트와 따오기 미라. 토트는 지혜의 신으로 따오기로 묘사된다. 따오기들은 이집트의 신전에서 사육되었으며,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져 매장된다.
ⓒ 파라오와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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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화에 보면 토트(Thoth)라고 하는 신이 있다. 지혜와 서예의 신이자, 서기의 수호신으로서 따오기의 형상을 한 것이 특징이다. 따오기는 토트를 상징하기에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서 이집트 전역의 신전에서 사육되었다. <따오기로 표현된 토트>라는 유물은 이 토트의 도상을 보여주는 명작으로 몸통은 나무로 조각되어 양질의 백색 스투코를 발랐고, 다리와 꼬리 깃은 은으로 주조된 것이 특징이다.

따오기 외에도 이비스새나 개의 머리를 한 비비로도 표현되며, 신화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달을 창조했다고도 하며, 달의 신이었기에 시간과도 결합하여 수학, 천문학, 공학과도 연결되어, 종합적으로 지혜의 신으로 불린다. 이 토트는 이시스에게 주문을 갈쳐줘 오시리스의 생명을 소생시킬 수 있게 하였고, 세트가 어린 호루스를 거의 죽음에 이르게 했던 치명적인 독을 제거하였다고 한다. 또한 세트와 호루스가 싸울 때, 호루스와 오시리스의 편을 들으면서 여러 조언을 해주어 결국 승리하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이번 특별전엔 <원뿔형 토기에 들어 있는 따오기 미라>라는 유물이 출품되었다. 이렇게 미라로 만들어진 따오기는 대개 지하시설에 대량으로 매장되었는데, 사람들은 점토로 밀봉한 원뿔형 용기 속에 미라를 담아 넓은 회랑에 빽빽하게 보관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항아리에 시신이나 뼈를 보관하여 묻은 것을 옹관이라고 부르는데, 이집트에서도 비슷한 유물이 보인다는 점에서 신기하게 느껴진다.

[악어 미라] 이집트인들은 나일강 악어에게 먹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했다?

이집트에서 악어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세베크는 신성한 악어로 온갖 보물로 장식되어 사육되었다.
▲ 악어 미라. 이집트에서 악어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세베크는 신성한 악어로 온갖 보물로 장식되어 사육되었다.
ⓒ 파라오와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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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문명전을 보면서 여러 유물들을 보게 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유물 중 하나는 바싹 말라 있는 악어의 미라이다. 작은 악어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 <악어 미라>는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한다. 눈알은 보이지 않고, 작고 귀여운 발이 왠지 앙증맞다는 느낌마저 준다. 악어가죽도 그대로 살아있어 2천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악어를 숭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악어에 대한 모종의 두려움에서 발생하였고, 사나운 동물을 달래기 위한 시도로도 생각된다. 악어들은 나일강에서 야생 그대로 살아가기도 하였지만, 다른 성스러운 동물들처럼 신전에서 길러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신전에서 길러진 악어들은 대량으로 미라로 만들어져 매장되었는데, 한두 마리로 만든 미라도 있지만, 작은 악어 50마리를 토막 내어 하나의 미라로 만든 것도 있다고 한다.

신성한 악어 중에서는 세베크(Sebek)가 가장 유명하였다. 이 세베크는 파이윰에 있는 모에리스 호수에서 사육되었고, 사제들은 그 악어의 앞다리와 귀를 금과 보석으로 장식하였으며, 성역에 모인 순례자들은 악어에게 최고급 먹이를 먹였다고 한다. 그 악어가 음식을 받으면 순례자에게 자신의 자비를 베푼다는 표시였으며, 사람에게는 나일강에 뛰어들어 악어의 먹이가 되는 것이 최고의 영예로 생각되었다고 한다.

[고양이 미라] 이집트인들의 사랑을 받은 기쁨의 여신 바스테트의 화신

바스테트는 고양이의 신으로 기쁨의 여신이다. 고양이는 이집트인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 미라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 바스테트와 고양이 미라. 바스테트는 고양이의 신으로 기쁨의 여신이다. 고양이는 이집트인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죽은 뒤 미라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 파라오와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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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미라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미라는 <고양이 미라>이다. 악어 미라의 귀여운 모습에 어린이들이 놀란다면, 고양이 미라는 그 존재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 여러 색깔을 한 천으로 감싸져 있지만 주둥이 부분이 살짝 드러나 있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체적으로 이 천 속에 어떻게 고양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흡사 곤봉처럼 생긴 모습에 신기해하기 일쑤이다.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어떤 존재였기에 미라로까지 만들어졌을까?

고양이는 고양이 머리를 한 여신인 바스테트(Bastet)를 상징한다. 바스테트는 사자머리를 한 사나운 여신인 세크메트의 온순한 면이 발현된 것으로서, 태양신 라의 부인이면서 딸로도 알려져 있다. 이 <바스테트>는 오른손에 커다란 시스트룸(Sistrum)이라는 악기를, 왼손에는 사자 머리 모양의 방패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고양이 네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데, 바스테트의 도상은 주로 이런 식으로 표현되었다.

바스테트는 본래 델타 지대의 지역신이면서 기쁨의 여신으로 만물을 비옥하게 해주는 여신으로, 태양의 따뜻한 기운을 형상화한다. 바스테트 숭배가 활발해진 것은 22왕조시대에는 이 바스테트 숭배가 절정에 이르렀는데, 그 이유는 바스테트를 모시는 도시인 부바스티스(Bubastis)가 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국가신으로 승격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바스티스에는 많은 고양이 상이 헌정되어있으며. 테베(Thebes)의 고양이 공동묘지는 이 동물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스핑크스] 이집트의 아이콘이자 호루스의 또 다른 모습

이집트의 유명한 상상의 동물인 스핑크스는 이번 특별전에서 한쌍으로 출품되었다.
▲ 스핑크스. 이집트의 유명한 상상의 동물인 스핑크스는 이번 특별전에서 한쌍으로 출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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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상상의 동물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마 이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스핑크스(Sphinx)를 말할 것이다. 그만큼 스핑크스는 이집트에 있어서 피라미드와 함께 대표적인 아이콘이며 중요한 문화재이다. 스핑크스라고 하면 '아침엔 네 다리, 점심엔 두 다리, 저녁엔 세 다리로 걷는 동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지만, 사실 이 질문은 그리스신화의 오이디푸스(Oidipous)설화에서 나오는 이야기이지, 이집트의 그것이 아니다.

그리스신화의 스핑크스는 암컷으로 나오지만, 이집트신화의 스핑크스는 수컷이며 온순한 성격에 사자의 힘과 인간의 지혜를 합친 존재이며 이집트어로는 '루키'나 '쉐세프 앙크'로 불리며 스핑크스라는 말은 이게 변화하여 전래된 그리스어이다. 또한 '하르마키스(Harmachis)'라는 이름도 있는데, 이는 '지평선의 호루스'라는 뜻이다. 이를 미루어 보아 스핑크스가 바로 태양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흔히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스핑크스가 숫양의 머리로 표현된 것도 있는데, 이는 카르나크의 아몬-라 대신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 초대된 스핑크스는 2마리가 한 쌍으로 되어 전시되어 있다. <세라페움의 스핑크스>라는 이름의 이 유물은 사자의 몸통에 네메스 두건을 쓴 파라오의 머리를 조합한 모습이다. 이 스핑크스에는 그리스어로 된 낙서가 보이는데, 이는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세라페움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남긴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중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더러 있으며, 문화재 보존의 측면에서 보면 결코 좋지 않은 행위라는 점에서 씁쓸함이 느껴진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이 그 숭배의 대상이 된다. 그 숭배의 대상은 주요 신이나 도시의 신인데, 이게 절대적인 척도로 되지 않는 곳들도 있어서, 서로 숭배의 대상이 다른 동물들을 죽임으로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집트인들은 동물들이 각기 가진 능력들을 주목하였고, 이를 인간과 결합시켜 신격화 하였다.

그리고 이는 신앙의 하나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으며, 스스로 자청하여 악어의 먹이가 되거나, 죽은 뒤 인간도 되기 힘든 미라로 만들어지는 등, 우리의 상상을 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에 대해 의문과 경멸의 눈빛으로 보기보다, 문명에 대한 이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진정한 이집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5월 30일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문명전에 갔다와서 쓴 글입니다. 이집트의 신성한 동물들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이집트문명전은 4월 28일부터 8월 30일까지 전시되며, 현재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특별 야간개장 하고 있습니다.



태그:#파라오와 미라, #이집트문명전, #바스테트, #국립중앙박물관,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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