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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연꽃잎이 펼쳐지고 중앙부분부터 붉은색의 왕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흰색의 연꽃잎이 펼쳐지고 중앙부분부터 붉은색의 왕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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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산고의 고통을 거쳐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런 자녀를 낳고 기쁨과 행복을 영유하듯이 연꽃의 여왕 빅토리아 연꽃이야말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왕관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에도 고통과 인내를 감수하며 연못에 수줍게 피어나 붉은 속살을 살포시 드러내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왕관 모양을 한 빅토리아 연꽃을 보기 위해 시흥시 하중동에 있는 관곡지에는 요즈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며칠씩 꼬박 밤을 새우는 사진가들이 이제는 절친한 사이가 되어 담소도 나무고 커피도 함께 나누며, 화사하게 피워 기쁨을 선사할 빅토리아 왕관을 기다리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모기와 전쟁하며 밤을 새운 사람들의 모습이 초췌하기 그지없지만 작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오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일 다시 보자는 약속과 함께 돌아간다. 물론 모기와 한판 치른 전쟁으로 군데군데 반점 같은 영광의 상처를 안고 말이다.

밤이 오기를 기다리며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 연못위에 연꽃이 펼쳐지기전의 모습
 밤이 오기를 기다리며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 연못위에 연꽃이 펼쳐지기전의 모습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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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의 모습으로 변하기전 흰색의 빅토리아 연꽃
 왕관의 모습으로 변하기전 흰색의 빅토리아 연꽃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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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꽃잎이 서서히 꽃잎이 펼쳐지고 있다.
 빅토리아 꽃잎이 서서히 꽃잎이 펼쳐지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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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연꽃은 밤에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카메라에 매혹적인 빅토리아 연꽃을 담기 위해서는 야심한 밤에 사진가들이 전국곳곳에서 모여든다. 조금씩 꽃잎을 열어 밤을 새워 꽃을 피우다 낮이 되면 꽃잎을 다물어 버리기 때문에 빅토리아 연꽃을 낮에는 감상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밤이 되면 50여 명이 넘는 사진을 취미 생활로 하고 있는 마니아들은 이곳을 다시 찾는다. 왕관을 보여주지 못했던 연꽃은 다음날 밤이 되면 다시 피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순백의 하얀 꽃을 고고하고 도도하게 피우다가 점점 중앙 부분부터 화려한 붉은색으로 변하여 꽃잎이 왕관 모양으로 바뀐다고 한다.

꽃이 왕관 모양으로 바뀌기 전에 물속으로 잠겨버리면 왕관은 영원히 볼 수 없기 때문에 빅토리아연꽃의 왕관을 본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며 왕관을 보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단다.

빅토리아 연꽃이 한밤에 피어 화사한 모습으로 사진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빅토리아 연꽃이 한밤에 피어 화사한 모습으로 사진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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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밤을 새우며 빅토리아연꽃의 왕관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기다리는 사진가들
 며칠 밤을 새우며 빅토리아연꽃의 왕관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기다리는 사진가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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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연꽃의 인기에 묻혀 외로이 피어 있는 노랑어리연이 쓸쓸해 보인다.
 빅토리아 연꽃의 인기에 묻혀 외로이 피어 있는 노랑어리연이 쓸쓸해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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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밤을 꼬박 새웠지만  결국 삼일 째 밤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는 사진가들을 보면서 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밤을 새운 진사님들이 한마디씩 한다. 무슨 일이든지 미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가 없지.

흰색의 꽃잎이 붉은색으로 변한뒤 왕관의 모습을 갖추기전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왕관을 보여주기가 힘겨워 보인다.
 흰색의 꽃잎이 붉은색으로 변한뒤 왕관의 모습을 갖추기전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왕관을 보여주기가 힘겨워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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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빅토리아왕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이곳까지 왔다는 50대 중년 신사는 이번에는 꼭 빅토리아 왕관을 보고 싶었는데 오늘밤에도 보여주지 않는다며 도도한 왕관을 언제나 볼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다며 아쉬워하며 돌아간다.

관곡지에서 20~30분 거리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크나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올해에는 기필코 왕관을 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이 흘러간다. 새벽이 되어도 좀처럼 빅토리아 여왕은 왕관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음날이 되어서도 속살을 보여주기 싫은지 점점 꽃잎을 다물어 버린다. 오늘밤에는 보여주겠지 희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태그:#빅토리아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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