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여름 뙤약볕을 가려주는 느티나무
▲ 느티나무 한 여름 뙤약볕을 가려주는 느티나무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언제부터 이 곳에 서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맨 처음 느티나무의 싹은 여느 들풀들의 새싹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연약한 새싹들은 긴 겨울을 보내면서 얼어죽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얼어죽은 것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큰 나무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자라나는 모습은 너무도 느려서 매일 보아도 그냥 그 모습입니다.
장마철 연한 이파리가 올라올 때면 그들이 자라나고 있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자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지 않게 자라던 나무는 이내 큰 나무가 되어 온갖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쉼터가 됩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 '가장 선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라는 말이 도덕경에 나옵니다만, 저는 상선약목(上善若木) - '가장 선한 것은 나무처럼 되는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오늘 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치중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가시적인 효과를 위해 난개발을 마다하지 않고, 성형수술하는 것쯤은 이제 필수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결국은 자신을 향해 창을 겨누는 일입니다.

그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긴 세월을 통해 거목이 된 느티나무처럼, 그렇게 변하는지 모르게 변하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변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얀 뭉게구름과 맑은 하늘이 좋은 날
▲ 맑은 하늘 하얀 뭉게구름과 맑은 하늘이 좋은 날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하늘 맑은 날, 하얀 뭉게구름이 느티나무에 걸려있습니다.
하늘을 간지럽히려는 듯 하늘로 향한 나뭇가지만큼 보이지 않는 뿌리도 그렇게 땅 속 깊이 내려갔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보았을 때 나무를 진정 보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들은 겉모습을 보는데만 익숙해졌습니다.
속내를 보아야 제대로 보는 것인데, 속내를 보기까진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을 못견뎌 하는 것이지요. 조금 천천히 그 속내까지 보라고 나무가 말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나무가 말합니다.

세상에 어떤 나무도 같은 나무는 없습니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나무 조차도 같은 모양의 나무는 있을 수 없습니다. 나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획일적인 상품을 만들 듯, 획일적인 평가방식으로 줄세우기를 합니다. 마치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듯이 말입니다.

잣나무 숲에서니 온 몸이 시원해 진다
▲ 잣나무 숲 잣나무 숲에서니 온 몸이 시원해 진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잣나무 숲에 서니 나무의 향이 다릅니다.
나무도 저마다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피부와 다른 이파리와 다른 향을 가지고 어우러져 숲입니다. 그냥 자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면서 숲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다 똑 같은 생각을 하고, 똑 같은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속의 일치가 아니라 획일적인 하나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그 사회의 적으로 취급당합니다.

자기하고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무조건 배척하는 사람, 그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없듯이 그런 사회도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이주민 노동자, 다문화 가정의 문제도 마찬가지겠지요.

오랜만에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무에게서 배울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무'는 '내가 없음(我無)입니다.
노자의 도덕경 1장에 '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나무는 그 도를 깨우친 모양입니다.


태그:#나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