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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사측의 협상결렬 선언으로 쌍용자동차는 파산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에서 회사 측은 "노조가 사측 최종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고, 노조는 오후 1시 기자회견에서 이를 거부하며 교섭 재개를 강조했지만 사측 최종안은 거부했다.

 

사측은 이날 선언에서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제3자 매각이 아니라 회사 스스로 문을 닫고 남은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쌍용차는 자산을 팔아 채권단에게 분배한 뒤 소멸된다. 이 경우, 현재 농성대오로 남아있는 600여 명 노동자 뿐 아니라 남아있는 4500여 명 임직원들도 모두 실직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회사가 스스로 청산계획을 밝히자 노조는 당황한 표정이다. '청산형 회생계획'이라는 대응 자체가 거의 없던 것이어서 유사 사례와 법적 의미를 확인하며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노동계 논의를 종합해보면 "청산계획에 대항할 카드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자산이 매각되면 사용자가 달라져 사실상 투쟁을 이어나갈 수 없다. 그렇다고 회사 최종안을 수용하고 백기투항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이다.

 

"스스로 문 닫는다" 유례없는 사측 대응... 노조는 고민 중

 

사측은 "공권력이 투입되지 않을 경우 사측 임직원 4500여 명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사측은 노사 협상이 이뤄지던 지난달 31일에도 진입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오후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경찰 측 작전계획 메모에는 "사측이 선두에 설 때 경찰이 무전기를 휴대하고 2명씩 조를 지어 진입한다"는 내용이 나와있다.

 

그러나 사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농성장 진입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공권력이 투입될 지도 아직 알 수 없다.

 

도장공장은 농성 노동자들의 방어선이 두터워 사측 직원들이나 경찰들이 '공성전'에서 이기기가 어렵다. 게다가 농성장 안으로 들어가면 대형참사가 예상되는 상황이라서 당장 무리수를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몇 차례 진입시도에서도 이들은 도장공장 안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농성 조합원들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회사는 열흘째 식수 반입을 막았고, 이날 낮부터는 전기마저 차단했다. 공장 안은 암흑으로 변했고 냉방·환기·통신 시설도 함께 끊겼다.

 

어차피 '청산'까지 계획한 사측 처지에서, 노동자들의 장기파업은 더 이상 큰 위협이 아니다. 이날 단전 조치로 인해 도장공장 내 페인트도 응고하기 시작했지만, 회사 측 관계자는 "그로 인한 피해보다 저쪽(농성)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협상과정과 관련, 사측은 "계속 양보된 안을 내놓았지만 노조가 끝까지 '총고용 보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미 '노조 동의 없는 분사계획 철회', '8개월간 무급휴직 후 순환휴직 실시'에 대해 합의했는데 갑자기 사측이 판을 엎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사측이 애초부터 청산 계획을 갖고 협상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의지가 '구조조정'과 '노조 무력화'에 있었고, 이를 위해 쌍용자동차를 버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후 1시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쌍용차 노조지부장은 "정부가 협상결렬 과정을 승인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협상결렬의 근본원인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순진한 노동자들의 절규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현재 쌍용자동차의 자동차 내수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이다. 물론, 평택 지역경제와 산업 연관효과를 감안할 때 청산이 끼칠 악영향이 작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70일 넘게 차량 생산을 못한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회사가 청산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쌍용차 파산 가능성은 매일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산형 회생계획'이란?... 자산 청산 뒤 쌍용자동차 해체

쌍용자동차는 2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공론화했다. 노조가 사측 최종안을 수용하지 않고 점거파업에 대한 법 집행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산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을 신청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회사가 밝힌 '청산형 회생계획'이란 기업 해체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자산을 처분하고 그 금액을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며, 이 같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채무자인 회사는 해산한다.

 

관리인·채권단·주주 등은 법원에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신청할 수 있으며, 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사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가치가 크다고 인정될 경우, 혹은 갱생형 회생계획안이 명백하게 곤란할 경우 법원은 청산형 회생계획을 허가한다. 관계인집회에서 이를 심리한 뒤 회생담보권자조의 5분의 4 이상이 동의하면 법원 인가를 거쳐 청산이 이뤄지게 된다.

 

쌍용자동차는 이와 관련, "노조의 파업상태가 지속되고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9월 15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은 아무 의미가 없고 수립 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면서 "부품협력사 연쇄도산과 대리점 및 서비스네트워크 붕괴로 이어져 회사 갱생의 기회가 상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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