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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를 타고 올라가 천장의 종이를 집게발로 붙잡고 다니고 있다.
▲ 영차! 이제 나는 스파이더 소라게다 산호초를 타고 올라가 천장의 종이를 집게발로 붙잡고 다니고 있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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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작년 3월이다. 똘망이랑 같은 반 친구가 똘망이에게 선물을 주었다. 문방구에서 사온 작은 소라게. 1000원 주고 샀단다. 작은 미물의 생명이나 사람의 생명이나 그 무게가 다를까? 식물조차 키우다가 시들어 버리면 죄책감이 느껴져 뭔가를 키운다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다. 식물 화분을 하나 사도 정말 큰마음을 먹어야 사곤 했는데... 고물고물 움직이는 그 작은 소라게에 똘망이는 마음을 확 빼앗겼다.

산호초를 세워 놓았더니 타고 올라가 자꾸 나오기에 눕혀 놓았다. 그랬더니 그 위에 올라가서 저 높은 천장을 향해 해바라기를 한다.
▲ 탈출을 위한 준비운동! 산호초를 세워 놓았더니 타고 올라가 자꾸 나오기에 눕혀 놓았다. 그랬더니 그 위에 올라가서 저 높은 천장을 향해 해바라기를 한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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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를 사올 때면 가끔 부추 사이에 붙어서 우리 집까지 온 달팽이가 있다. 냉장고에 들어갔어도 죽지도 않고 살아 있다가 씻을 때야 발견하곤 한다. 그 달팽이를 아이들은 곧잘 키웠다. 플라스틱 통 같은 곳에 상추나 배추를 주면 여러 날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곤 했다. 통 뚜껑을 열고 탈출한 것이다. 그런 날이면 미리 운동장 풀숲에라도 풀어줄 것을 하고 미안해하곤 했다.

그런 달팽이보다 이 소라게는 똘망이에게 키우고 싶은 열망을 더 불러일으켰다. 엄마와 몇 가지 약속을 하고서야 허락받았다. 소라게에 관련된 모든 일은 스스로 할 것. 절대 죽지 않도록 보살필 것. 소라게에 관련된 용품은 용돈으로 해결할 것. 처음에는 이 약속이 별거 아니었다. 그러나 점점 문제가 커갔다.

1000원에 사 온 소라게는 살 곳이 필요했다. 먹이도 필요하고, 그런 것들을 사기 위한 비용도 자꾸 들어가자 똘망이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동생 구슬리기. 소라게에 흥미를 보인 동생에게 같이 키우자고 하고 비용 부담도 반반씩 하자고 한 것이다. 밤톨이는 내키지 않았으나 소라게를 같이 구경한 죄로 부담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소라게 전문 사이트에서 사육장, 에코어스(코코아를 잘게 잘라서 흙이랑 섞은 것), 산호사(모래처럼 잘게 부순 모래 같은 산호가루) 물받이 통, 먹이, 해수염, 은신처 등을 신청해서 샀다. 나중에 사육장은 거대한 어항으로 바꾸기도 했는데 비용이 1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산호초 위로 올라가 천장을 향해 집게발을 뻗어본다. 소라게들은 소라껍질과 분리되어있다. 몸을 너무 내밀면 쏘옥 빠져나올 수도 있다.
▲ 저 높은 곳을 향해! 산호초 위로 올라가 천장을 향해 집게발을 뻗어본다. 소라게들은 소라껍질과 분리되어있다. 몸을 너무 내밀면 쏘옥 빠져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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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소라게를 사육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야 했는데, 똘망이는 이 부분에서 여러 번 잘못된 정보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 정보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잘못된 정보들을 걸러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것들이 함께 있는 세트 신청을 했더니, 소라게 세 마리를 더 보내줬다.

그런데 이 소라게가 아이들이 잠든 밤이면 활동을 하는데 우는 소릴 내는 것이다. 하도 이상해서 다음날 똘망이에게 물어보니 소라게가 기분이 좋으면 소리를 내서 운다는 것이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게들은 통을 집게발로 치기도 하고 난폭해 보였다. 나중에 다시 검색을 해 보니 그것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표현이었다.

또 이 소라게들은 뇌가 눈곱 정도의 크기로 보이는데도 머리를 쓴다. 툭하면 탈출을 꿈꾸는 것이다. 한번은 빨래를 해서 옷을 터는데 밤톨이 바지에 소라게가 붙어있었다. 세탁기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나온 것이다. 어느 때는 어이없게 죽기도 한다. 몸이 커지면 탈피를 해야 하는데, 소라껍질은 커지지 않으니, 그 때를 대비해서 몇 개의 빈 소라껍질을 미리 넣어준다.

그러면 소라껍질에서 나와 이 껍질 저 껍질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며 자기 몸에 맞는 껍질을 찾는다. 이 탈피를 위해서 갑오징어의 뼈를 갈아서 주기도 하는데(소라게 껍질이 단단하려면 칼슘이 필요하다. 칼슘제공을 위해 해 준다.)  흙 속에 들어가 오래 있다가 나중에 탈피가 끝나면 위로 올라온다. 이 때 건드리면 안 되는데 아이들이 사육장 정리를 하기 위해 흙을 고르게 해 주다가 그런 소라게를 건드리면 나중에 껍질을 벗은 상태로 죽는 것이다.

저러다 껍질 속에서 나오겠네. 애처로운 몸짓과 달리 이 소라게 이름은 헤라클레슨데, 사육장에서 제일 신나게 움직이는 녀석이다. 작은 소라게 밥 먹는 것도 방해하면서.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저러다 껍질 속에서 나오겠네. 애처로운 몸짓과 달리 이 소라게 이름은 헤라클레슨데, 사육장에서 제일 신나게 움직이는 녀석이다. 작은 소라게 밥 먹는 것도 방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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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놈을 희생한 끝에 소라게 습성을 파악했다. 일곱 마리 중 세 마리가 남았는데, 먼저 간 소라게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은 살아가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랬더니 소리를 내지 않는다.  탈피를 끝내고 나오면 신이 나서 활기차게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는 꾀를 써서 툭하면 탈출을 꿈꾼다. 사육장 천정은 습기를 머금은 보습지로 덮고, 그 위를 구멍 뚫린 플라스틱으로 덮어놓았다. 어느 때는 마른 산호초를 타고 올라가 정글짐을 건너듯이 집게발로 천정을 타고 다니다가 구멍 뚫린 곳으로 빠져 나온다. 종이를 살살 잡아당겨 틈을 만든 후 그 틈으로 빠져 나온다. 그런 일은 주로 아이들이 잠이 든 후 한밤중에 일어나는데, 소리가 나서 가 보면 그러고 있다. 하고 웃겨서 사진으로 찍어놓았다.

빠삐용인 줄 아는 소라게. 오늘도 탈출을 꿈꾸며 천장을 보지만, 은신처 위로 올라가 천장을 향해 아무리 집게발로 허우적거려도 닿지 않는다. 소라게들의 이런 모습들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준다. 탈피 하다가 죽었을 때 똘망이는 정말 슬프게 울었다.

수련회를 떠나거나 한문학당 참가를 위해 여러 날 집을 비우면 식구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곤 했다. 덕분에 우리 셋이 해남에 갔을 때 남편은 혼자 집을 지키며 일을 하면서 소라게를 돌봐줘야 했다. 엄마 잔소릴 들으면서 귀찮고 힘들어도 잘 보살피고, 받은 용돈으로 그것에 모든 투자를 했으니 마음이 남달랐겠지.

또 처음 1000원이 일 년이 넘은 지금은 거의 200배의 비용이 들어갔다. 어떤 일이 생기면 처음 비용의 몇 배가 나중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소라게가 건강하게 잘 자라서 제 수명을 누리고 아이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 자그마한 머리에서 어떻게 탈출계획을 세워 행동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소라게는 탈출하려고 할 때 보면 정말 똑똑하다. 그리고 선물이 가끔 선물이 아니니 이젠 선물도 가려서 받았으면 좋겠다. 특히 살아있는 것을 주고 받을 땐 여러 번의 심사숙고를 했으면 좋겠다.

작은 소라게가 저 끝에 있는 구멍을 통해 밖으로 탈출했지만, 그 즉시 다시 사육장으로 들어갔다. 종이를 살살 잡아당겨 그 틈으로 빠져 나오는 꾀는 어디서 나올까? 프리즌 브레이크 소라게판! 너를 석호필이라 불러주마!
▲ 빠삐용을 꿈꾸는 두 마리 소라게 작은 소라게가 저 끝에 있는 구멍을 통해 밖으로 탈출했지만, 그 즉시 다시 사육장으로 들어갔다. 종이를 살살 잡아당겨 그 틈으로 빠져 나오는 꾀는 어디서 나올까? 프리즌 브레이크 소라게판! 너를 석호필이라 불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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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소라게, #사육장, #빠삐용, #산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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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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